제주도에서는 미술품 경매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다. 아트페어와 비엔날레까지 열렸지만 제주에서 미술시장은 아직도 태동기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이에 제주도민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미술품 옥션(경매시장)이 마련돼 화제다. 스페이스 예나르(관장 양재심, 대표 양의숙)은 2013년 이후 5년여만에 미술품 옥션을 다시금 개최한다고 밝혔다. 

▲제주 저지리마을에 위치한 스페이스 예나르 간판의 모습@자료사진 제주투데이

5년만에 제주에서 열리는 80인 100선의 미술품 옥션

이번에 열리는 옥션은 '우리시대 작가 100선 미술품 옥션(Art Auction)'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2월 3일 오후 3시 제주시 현경면 저지리 예술인마을에 위치한 스페이스 예나르에서 열리게 된다. 예나르는 이를 위해 미술품들을 미리 구경할 수 있는 전시 프리뷰를 오는 1월 16일부터 경매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미술품 옥션은 스페이스 예나르와 제주문화서포터즈가 함께 주최하는 행사다. 예나르는 "미술계의 한 흐름으로 자리잡은 옥션을 제주에 소개하고, 다양한 장르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해 제주 문화예술 수준을 높이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양의숙 제주문화서포트즈 회장@자료사진 제주투데이

당시 옥션 개최를 도맡았던 양의숙 제주문화서포트즈 회장은 5년만에 다시금 미술품 경매시장을 야심차게 마련했다. 양의숙 회장은 스페이스 예나르 화랑의 대표이기도 한 '제주문화지킴이'이다. 양 회장은 민속품과 고미술 전문가로 KBS TV쇼 진품명품 전문 감정위원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제주문화서포터즈는 2013년 6월 제주시 중앙로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제주에서는 최초로 미술품 경매를 열고 큰 호응을 받은 바있다.  이번에는 지난 옥션보다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고 양의숙 회장은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 마련된 옥션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중진·중견 화가 80인의 원화와 판화 작품 100여점이 출품된다. 예나르는 이번 작품들은 대부분 원화가 중심이 될 것이며, 판화는 소소한 작품들로 서비스 차원에서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주출신 작가 고 변시지 화백과 고 김영철 화백, 강요배 화백, 고영훈 화백, 문봉선 화백, 김창열 화백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유명 화백들의 작품들이다.

▲왼쪽부터 김보희 화백의 <Still-life>(44x40cm, 판화, 1995), 김종학 화백의 <정물>(65x51cm, 캔버스에 유채)

낙찰 수수료 16.5% → 10%...미술경매 특강도 마련하는 '교육적 경매'

이번 옥션은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경매를 즐길 수 있도록 각종 행사와 혜택도 마련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수료 할인이다. 일반적으로 미술품 경매가 이뤄질 경우 작품을 낙찰받은 사람은 낙찰확인서에 서명을 한고 경매 후 1주일 내에 수수료를 실제 경매가격의 약 16.5%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작품을 경매할 때에는 이 수수료의 부담이 적지 않다.

이에 예나르는 위탁이 아니라 직접 경매에 나서는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10%만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 회장은 "이번 옥션은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도민들이 옥션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노은님 화백의 <드로잉大>(36x33.5cm, 종이에 아크릴)

또한 경매를 처음 접하는 제주도민과 예술 애호가들을 위해 공개특강도 마련된다. 이날 특강에는 이번 옥션에서 경매사를 맡는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가 '문화적 삶의 영위를 위한 현대미술시장과 아트컬렉션의 세계'라는 주제로 나선다. 박혜경 대표는 문화예술교육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2013년에 열린 제주 미술품 옥션에도 미술품 경매사를 맡은 인연이 있다.

양 회장은 "이번 경매에서는 다른 경매와는 조금 다르게 작품과 예술인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마련된다"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참가자들이 경매와 작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적 경매'로 만드는 것이 이번 행사의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예나르와 제주문화서포터즈는 이번 경매의 수익금을 제주지역의 문화예술단체나 청년작가를 위한 지원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 회장은 "단순히 제주에 와서 올레길만 걷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과도 연결돼 제주 미술시장도 제주의 한 축으로 활성화돼야 한다"며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이어서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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