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황경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트럼펫티는 나의 악기 트럼펫의 애칭이다. 미메스는 모방이라는 미메시스에서 따온 말로 필자의 애칭으로 삼았다. 최근 트럼펫을 열심히 하고 있다. 트럼펫티와 대화를 나누면서 무모함에 대한 위안을 찾으려고 한다. 트럼펫티를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트럼펫티와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화를 통해서 트럼펫티와 친한 친구가 되어보려고도 하고 있다.

트럼펫티는 나에게 엄청난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트럼펫을 시도했던 분들은 짐작을 할 것이다. 저도 지금 트럼펫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레슨을 받아보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브라스밴드와 군악대에서 악기를 불었다고 하지만, 그 때는 수자폰을 불었기 때문에 트럼펫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관리문제와 한 악기에 충실을 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다른 악기를 만지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전혀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아마추어로써 조금, 쬐끔만 알 뿐이다.

필자의 친구 ‘트럼펫티’라고 하는 트럼펫.

필자의 친구 ‘트럼펫티’라고 하는 트럼펫.

트럼펫티 : 주인님 왜 이리 어려운 악기를 시작하셨습니까? 나이들어 불다가 안압, 혈압 등으로 쓰러져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데. 40대 중반 넘어서 연습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취미악기로 저를 가지고 연습을 시작하기에, 40대 중반이란 나이는 엄청 늦은 것이 아니온지요?

미메스 : 말을 말게나. 나도 후회를 여러 번 했지요. 자괴감을 느낀 게 몇 번인지 모르네요. 음악을 하는 후배가 섹소폰을 불다가 경지에 이르기 어려워 일부러 망가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느꼈을 것이라는 그런 느낌을 여러 번 느꼈지요. 물론 그 후배가 추구한 경지는 내가 추구한 경지보다 훨씬 높은 것이었겠지만... 호호호. 일찍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고, 10년 이상을 레슨 받으면서 끝까지 할 생각이 없으면 시작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이야기 하고 싶네요. 엄청난 자괴감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나의 음악수준, 악기 수준 형편없다고 자책을 하기도 하고. 정말 부끄러워했지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흑흑흑

트럼펫티 : 무슨 그런 편견을 가지십니까?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취미로 할 악기를 시작하는 나이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닐테고. 도대체 몇 년이나 어떻게 했길래 어려워하시는 것입니까? 악기판매상들 다 망하겠습니다요.

미메스 : 또 말이네만, 말을 말게나. 10년이 지났네. 악기소리가 커서 집에서 연습할 수는 없고, 학교라고 해도 사회과학대학이니 연습실이 있는 것이 아니고. 아마츄어가 돈을 들여 연습실을 마련할 수도 없고. 아침에는 도깨비도로 도립박물관 옆 주차장에서 연습을 했지요. 상점들만 있고, 주택가는 없는 곳이어서. 비가림시설도 있고. 보는 사람은 없어서 연습하기 안성 맞춤이었지요. 저녁에도 집에 오다가 그곳에 들러 연습을 했답니다. 한 옥타브도 해결하지 못하고. 몇 개월을 그냥 보냈지요. 그 때는 코넷[트럼펫계열의 악기. 조금 작으면서 소리는 트럼펫처럼 직선적이고 군대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조금 부드럽고 교회에서 부르면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의 악기. 유럽의 브라스밴드에 보면 자주 나타남]을 빌려서 연습을 했는데 코넷이어서 소리가 잘 안나는가라고 생각해보기도 하고, 악기가 중고여서 그러는가라고 생각도 해보았지요. 지금 생각하면 엄청 욕심이었죠. 트럼펫을 하겠다는 것도 욕심. 빠른 시일에 무엇인가를 해내겠다는 것도 큰 욕심이었답니다.

트럼펫티 : 주인님, 그러면 지금은 어느 정도하시는지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밤하늘의 트럼펫’이나 한 번 불러주시지요!

미메스 : 알겠네. ‘밤하늘의 트럼펫’ 중 한 부분을 불러주지. 전부를 외지는 못하고.......

미메스 : 들었는가? 이게 소리인가? 트럼펫티는 본인이 트럼펫이어서 이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를 알지 않겠는가? 주인장 실력이 얼마나 문제있는지? 호호호

트럼펫티 : 아이고 훌륭합니다. 전공자들이 들으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 만큼이라도 할 수 있는 50대 중반 이상 분이 있으면 나와 보라 하십시오. 그것도 아마추어로 나이 들어 배워서.

미메스 : 고맙네 고마워. 이렇게 칭찬을 해주니. 나는 연습할 시간이 없으니 자동차 조수석에 포켓트럼펫[여행용 작은 트럼펫. 길이는 트럼펫과 같으나 크기를 줄인다고 직선을 곡선으로 만들어서 소리가 앞으로 쭉 뻗지는 못하고 호른이나 코넷악기처럼 조금 부드러움]을 놓아두었다가 교차로에서 신호에 걸리면 부르고, 출발하면서 다시 놓아두고를 지금까지 했지요. 달리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니까 내가 했던 방법입니다. 정말 위험하겠지요. 정지시에 연습하는 것이겠지만 뒤에서 추돌하면 이빨이 큰 일 날 것이고. 교차로에서도 주변을 잘 살펴야 하는데. 나는 그래도 했어요. 욕들을 일일지도. 신호는 정확히 지키려고 엄청 노력합니다. 운전 중에는 법에 어긋나니 못하고, 교차로에서 정지한 상황에서만. 그래서 이 정도의 수준이라도 되었네요.         

트럼펫티 : 고생하셨네요. 그러면 하나 물어봅시다. 트럼펫이 어렵다고 징징대시니 다른 악기와 비교해서 트럼펫이 어렵기로는 어느 정도일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알기 쉽게 말씀해보시지요.

미메스 : 내가 어찌 그 깊이를 알겠는가? 그래도 답을 한다면 트럼펫이 악기 중 가장 어려운 악기라고 생각하네. 물론 악기들마다 특징들이 다 다르긴 하지만. 예를 들어 피아노는 평생해도 그 길을 모두 알기 쉽지 않고, 소리의 조합과 화음의 세계까지 알아내야 한다면 트럼펫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피아노가 어렵겠지요. 다만 모든 초등생들이 접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악기가 피아노이고. 거기에다가 디지털 피아노를 활용하면 집에서도 문제없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악기로 규정하면 트럼펫과는 다른 편리한 또 다른 측면이 있겠지요. 대금도 쉽지 않던데. 손가락 위치 잡기, 그리고는 끝없이, 기약 없이 지속해내야 하는 호흡. 트럼펫 못지않다고 생각되네요.

트럼펫티 : 맞습니다. 저란 악기(트럼펫)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악기는 아닌 듯해요. 인내와 끈기가 있어야 하고, 하루라도 쉬면 실력이 후퇴하죠. 브라스밴드나 윈드오케스트라 등에서 합주할 때 가장 중심에 있고, 연주하면 바로 드러나는 악기이니 조심스러우면서도 앞장서야 하는 부담이 있기도 합니다. 아마추어가 완벽하게 독주를 해내기는 정말 어려운 악기이니 이 정도라도 이끌어 온 우리 주인장 정말 고생하셨네요. 주인장은 앞으로 이런 무모함에 도전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다만 시작한 것이니 세간의 ‘트럼펫은 나이 들어선 어렵다’는 풍문은 풍문으로 끝나도록 주인장이 열심히 해서 만천하에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시지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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