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이래 최대의 국제회의인 2005 APEC정상회의 유치를 놓고 제주와 부산, 서울이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일 뿐 불꽃이 튄다.

개최지 선정에 따른 후유증도 예상된다. 막대한 예산을 쓰고 APEC 회의 유치 추진기구를 움직이고 한 게 다 헛수고가 되면서 후유증을 겪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마치 지금의 유치경쟁은 도박판 같은 형국이다.

오죽하면 유치경쟁에 매달리는 공무원들은 개최지가 빨리 선정됐으면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자치단체들이 내년 11월 개최될 APEC회의 유치를 위해 공을 들이는 이유는 지역 브랜드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제주는 그러나 상황이 여러모로 불리하다.

우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논리가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데다 개최 도시를 결정하는 선정위원이 모두 서울지역 인사로 구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논리에 채이고 지역에 뺨 맞을까 두렵다.

열린 우리당이 외부인사 영입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인 부산 민주계 인사들이 합류하는 등 열린 우리당의 ‘동진(東進)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하면 2000년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을 서울 코엑스(COEX)에 내준 것처럼 중앙의 논리가 개입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지난 4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APEC 제주유치 추진협의회의 전략회의 결과 공항시설 여건이 타 경쟁 지자체보다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부산의 경우에는 아예 배수의 진을 쳤다. 최근 외교통상부가 ‘200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및 각료회의'의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자 부산시가 시민 10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본격 유치전에 돌입했다.

이 같은 배경은 무엇보다 외교통상부가 최근 개최지 선정을 연말에서 내년 총선 이후인 5∼6월께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시는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개최지가 최종 결정돼야 한다는 논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한편 부산시의 회의 개최 준비도 이에 맞춰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도 코엑스(COEX), 서울상공회의소, 무역협회와 함께 APEC회의 서울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에 맞서 제주도는 오는 13일 APEC 정상회의 제주유치 신청서 작성 워크샵을 마련하고, 객관적 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범도민 차원의 유치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좀더 고삐를 죌 필요가 있다.

APEC 회의 제주 유치가 손님과 집주인 모두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범도민적 대회 유치 열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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