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구청(구청장 박겸수)이 제주4·3 당시 양민 학살의 주요 책임자 조병옥 박사의 흉상 건립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과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관계자들은 1월 10일 강북구청을 항의 방문했다. 강북구청이 추진하고 있는 흉상 건립 사업의 대상인 건국훈장 수여자 16명 중에 4.3민간인 학살의 주요책임자인 조병옥이 포함돼 철회를 촉구했다.@사진제공 제주4.3희생자유족회

강북구청측은 이같은 철회 내용을 15일 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양윤경),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상임공동대표 강정효),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상임공동대표 정연순) 등 제주4·3 단체에 밝혔다.  

서울시 강북구청은 사업비 2억2천만원을 들여서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15인 흉상 건립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 흉상 건립 인물 가운데 미군정청 경무부장 출신인 조병옥 박사가 포함돼있어 4·3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조병옥 박사는 제주4·3항쟁이 발발하자 “대한민국을 위해서 온 섬(제주도)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발언해, 4·3학살을 이끈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동안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로 분류돼왔던 것이 이번 흉상 건립 사태의 화근이 됐다. 

4·3단체들은 이같은 역사왜곡이 올해 4·3 70주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과거사 청산에 우를 범할 수 있다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지난 10일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강북구청 구청장실에서 제주4·3 단체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흉상 건립 작업을 중단하고 내부 의견을 수렴해 답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그리고 15일 강북구청이 4·3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에 대해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측은 “강북구청의 조병옥 제외 결정을 환영한다”며 “강북구청과 박겸수 구청장의 이 같은 결정은 2018년 4·3 70주년을 맞아 4·3의 올바른 진상규명과 진정한 명예회복을 통해 역사에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도민적·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근현대사기념관 내 부지에 세워져있는 김구 선생의 흉상@사진출처 서울시 강북구청

한편, 4.3단체들은 강북구청의 이 같은 조병옥 흉상 건립 철회 결정은 송요찬 선양사업을 강행 중인 충청남도 청양군의 사업계획과 비교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양군(군수 이석화)은 지난해 청양에서 총리가 3명 배출된 사실을 기념해 생가터를 매입하고, 안내 표지석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6.25 한국전쟁 때 헌병 사령관이자 제주 4.3당시 제주주둔 9연대 연대장이었던 송요찬 장군의 생가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송요찬은 '6·25전쟁 영웅 '이기에 앞서 제주 4.3항쟁 당시 전체 80%에 해당하는 제주시민을 죽인 장본인”이라며 작년 제69주년 4·3 추념식 이전에 선양사업을 철회할 것을 강도 높게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청양군청 측은 “반공의식과 지역민 자긍심 고취를 위해 철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공식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