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 이동약자 들이 편히 오를 수 있었던 금오름. 그들은 이제 금오름을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차를 타고 정상까지 갈 수 있는 오름으로 인기를 끌던 금오름. 금악오름, 거문오름으로도 불리는 금오름은 금당목장이 소유하고 있는 사유지로 예전부터 차량 출입 자제를 요청해왔다. 그러나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 등을 위해 문이 열려 있어 탐방객들이 차를 이용해 쉽게 정상까지 올라 금오름의 풍광을 편히 수 있었다. 금오름을 찾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7년 방송을 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나치게 많은 이들이 금오름을 찾으며 급기야 사상초유의 ‘오름길 차량정체’까지 발생했다. 이에 금당목장 측은 보다 엄격하게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자연보호와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터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편 금오름은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이 차량을 이용해 올라갈 수 있었던 대표적인 오름이다. 이동약자들을 위한 인프라가 이미 구축된 관광지였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그 길을 막았다. 금오름을 찾아 저무는 해를 바라보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던 이동약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실제로 그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다.

금오름은 표고 427.5m로 오르기에 그리 어려운 오름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새별오름(표고 519.3m)보다도 91m 가량 낮다. 비장애인들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오름이다. 그러나 장애인을 비롯한 이동약자 들은 정상에 이를 수 있는 대표적인 오름을 잃고 말았다. 오름을 즐길 권리를 박탈당한 셈이다.

이참에 금오름을 장애인 차량 전용 오름으로 지정 관리하는 것은 어떨까. CCTV를 설치하고 일반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관리 방법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장애인 차량 출입허가제로 지정하고 일일 차량 수를 지정하고 행정 당국이 관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금악리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동약자를 위한 인력을 배치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물론 정상에는 장애인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금당목장은 금악리 주민들의 마을공동목장이다. 행정당국이 금악리 주민들과 협의 하에 사업을 진행할 만하다.

사실 차량으로 정상 가까이 이동 가능한 오름은 세 곳이 더 있다. 고산 수월봉, 군산오름, 미약산(솔오름)이다.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 오름들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더 많아지면 이 오름들도 금오름처럼 차량들의 잦은 출입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교통정체 및 사고위험이 늘 가능성이 높다.

금오름만이 아니라 차후 이들 오름들에 대해서 장애인 및 이동약자 들의 차량만 정상에 진입토록 하면, 그들이 오름을 즐길 권리를 확보함과 동시에 환경훼손도 예방할 수 있다. 혹 비장애인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이가 있을까. 비장애인들은 오름을 걸어서 올라가면 보다 쾌적하게 오름의 속살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걷기를 통한 신체 건강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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