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백승주 박사/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으로 재경 대정포럼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 지방자치법학연구회장과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최근 도시화와 산업화의 진전으로 인한 사회구조와 개인의 생활환경의 변화로 개인의 사적영역이 침해될 여지가 커졌다. 특히 개인정보 수집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의 활동 증가와 디지털기기의 발달에 따라 개인 프라이버시(privacy)를 보호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프라이버시권 개념 또한 오래 전부터 다양하게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이를 “타인에게 간섭받지 않고 혼자 있게 하는 개인의 성역으로서의 사생활 영역에 대한 자유의 주장”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라이버시권을 “사생활을 함부로 공개당하지 아니하고 사생활의 평온과 비밀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보장”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는“자신에 관한 정보를 관리, 통제할 수 있는 법적 능력”이라 본다.

우리 헌법에서는 프라이버시권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제17조)에서 보장된다. 그 중 개인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존중 규정’(헌법 제10조)에서 보장된다는 주장이 있다. 이처럼 헌법에 의하여 프라이버시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인격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소극적으로는 사생활의 내용, 명예, 신용 등을 침해받지 않도록 하고, 적극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자유로운 사생활과 사적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프라이버시권의 구체적인 내용은 어떠한가? 첫째, 프라이버시권은 사생활비밀의 불가침으로서, 이는 사생활을 공개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사생활의 공개,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공표, 인격적 징표의 타인에 의한 이용 등 비밀 영역 또는 인격적 영역의 불가침을 그 내용으로 한다.

둘째, 프라이버시권은 사생활의 자유의 불가침으로서 평온한 사생활의 유지,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사생활을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전개하는 것, 자신의 사생활의 자율성을 방해 또는 간섭받지 아니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셋째, 자기정보의 관리통제권으로서의 프라이버시권은 일정한 종류의 기록금지, 개인정보 수집방법의 규제, 개인의 의사에 반한 입력의 금지, 개인정보의 무기한 축적의 금지, 자기의 정보 파일에 대한 접근, 개인정보의 정정권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대하여는 “다른 사람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공공연히 지적함으로써 성립하는” 명예훼손죄의 경우와 유사한 법익(法益)을 침해하는 범죄로 본다. 하지만 프라이버시권은 그 내용이 다의적이고 대단히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명예와의 구별이 반드시 명료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구체적으로는 명예훼손죄의 경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명예훼손죄의 경우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킴으로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그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은 객관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즉 사생활 침해는 특정인의 사생활에 제3자가 개입하거나 특정인의 사생활을 노출시킴으로써 피해자의 감정을 불쾌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프라이버시권의 대표적 침해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첫째, 소설에 의한 프라이버시권 침해이다. 이 경우 모델이 특정한 경우에 그 작품내용이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구성하느냐, 즉 불법행위(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가 성립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래서 모델 소설, 평전, 만화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독자들이 소설의 주인공에 대하여 존경과 흠모의 정을 불러일으키고 그의 명예가 더욱 높아진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침해가 되지 않는다.

둘째, 초상권(肖像權)의 침해이다. 사람은 자기의 초상에 관해 개인의 존중, 명예, 신용 등에 관련한 인격적 이익을 가진다. 이를 초상권이라 한다. 인격권의 일종으로서 법적 보호가 인정된다. 사람은 자신의 얼굴이나 행동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되고 공표되면 수치심이나 곤혹감 등 불쾌한 감정을 강하게 느껴 정신적 평온이 침해받게 된다. 이러한 침해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초상권 보호이다. 초상권 권 침해는 본인의 동의 없이 촬영한 경우에 성립한다. 하지만 초상의 획득 및 공표가 공익적인 사항에 관계가 있거나 그것이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이 인정되는 경우처럼 일정한 경우에는 면책된다. 불법행위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승낙에 의한 초상의 획득 및 공표의 경우에는 프라이버시권의 침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프라이버시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그 피해자는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정신적인 손해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그 금액은 침해 행위의 양태, 정신적 고통의 정도, 쌍방의 사회적 지위, 직업, 재산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해진다. 또한 초상권 침해가 동시에 명예훼손을 구성하는 경우를 예외로 하고는 원상회복의 조치를 구(求)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각종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에 대한 성명권 침해, 초상권 침해, 전과(前科), 과거 경력의 폭로, 비밀영역의 공개, 서신의 개피, 전신ㆍ전화의 도청, 미행, 엿보기, 가족관계의 폭로기사 및 비난중상 등이 난무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가올 6월13일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로 발생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후보자 등의 프라이버시권 침해 논란을 불러 올 수 있는 경우들이 발생할 것이다.

생각건대 특정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침해는 부수하여 피해자의 감정에 강한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즉, 법으로 프라이버시권 침해가 성립되어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그에 따라 개인의 수치심이나 정신적인 고통이 일거에 모조리 씻어내 버릴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공직선거의 선거운동 차원에서 헌법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을 빌미로 특정인의 프라이버시권 보호문제를 무시하거나 등한시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 각 개인에 부여된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서 남의 사생활이나 초상권 등을 지켜야 할 정도를 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자기 자신이 소중하고 자신의 가족이 소중하듯, 남의 사생활이나 초상권 등도 지켜 줘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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