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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현] 평창 이후 남북교류협력과 세계평화의 섬 제주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2.05 08:28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 한반도 주변정세와 남북한 교류협력 그리고 제주라는 세개의 키워드로 진행되는 토론 자리에 참가했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라보는 2018년’이라는 주제로 제주평화연구원(원장 서정하)이 주최한 좌담회였다. 최근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데 따른 향후 한반도의 미래가 당연 최대의 화두였다. 이 글은 평화란 소극적으로는 전쟁이 없는 것이고 적극적으로는 교류협력의 증진을 뜻한다는 관점으로, 좌담회 논의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대폭 보완한 것이다.

다음 주부터 평창이 역대 최대 규모의 겨울올림픽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 것이다. 평창이냐 평양이냐며, 올림픽이 정치적 함의를 띠는 데 대해 시비를 걸기도 하지만, 그래도 평창이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평화의 계기가 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비중의 차이일 뿐 매사에 양과 음이 존재하는 법이기에, 일단은 뜻하지 않게 주어진 평창의 평화 가교 역할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게 합당하다는 생각이다. 한 때 비타민 C 외교로 감귤보내기를 통해 평화의 섬 이미지를 한껏 드높인 바 있었던 평화의 섬 제주의 도민으로서는, 현금의 평창이 부럽고 고마울 따름이다.

좌담회에서 필자의 관심은, 평창 이후 남과 북이 교류협력의 증진으로 나아가리라 염원하면서, 그렇다면 남한과 평화의 섬 제주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남북 교류협력에 대한 기대와 소망에 비해 막상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면,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도 대북 유엔 결의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유독 한국만, 그것도 제주 지방정부가 남다르게 대북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제주 세계평화의 섬은 지정만 있을 뿐, 그에 맞춘 위상과 권한이 갖추어져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미래는 가능성으로 열려있어야 진정 미래라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세계평화의 섬 지정은 기실 가능성 찾기에 다름 아니다. 미래의 가능성 찾기를 몇가지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국제협력적 접근이다. 무엇보다도 대북 유엔 제재를 풀어나가는 대북 포용정책으로의 환원이 요청된다. 그래야 교류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7년 8월 유엔 안보리는 대북 유엔제재 결의 2371호를 통해 북한산 석탄과 수산물 등의 전면수출을 금지시킨 바 있다. 긍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기존에 파견된 북한의 해외 노동자 외에는 더 이상 노동자를 받아들일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북한과의 어떤 추가 협력 사업도 금지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유엔 결의를 십분 존중해야 하는 남한의 입장에서는 평창 이후 북한과 어떤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면, 먼저 대북 유엔제재에서 최소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교류협력 사업만이라도 허용하는 부분적 완화를 만들어 나가는 문재인 정부의 능동적 대북 접근이 요청된다. 평화의 섬 제주도와 의회 또한 다각적으로 국제협력적 차원에서 대북 교류협력의 가능성을 찾아나서는 남다른 결기가 요청된다.

둘째는, 경제적 접근이다. 제주가 지난 20년간 공식 미래비전으로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국제자유도시화에 대폭 포함시키고 적극 유인해 나가는 경제협력적 확충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북한 문제는 통일부의 소관이라기보다는 청와대 직할로 다루어져 왔다. 북한 문제에는 안보-평화-통일 등 3가지 범주의 사안들이 복잡하게 혼합되어 있는 만큼이나 북한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고 챙겨 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국가통치적 사안으로 자리해 왔다. 이렇게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대통령 직할로서 중요성을 띄고 있는 만큼이나 시민사회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의 승인 없이는 어떤 형태의 대북 접근을 펴나가지 못하도록 억제되고 있다.

제주가 정부로부터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었다고 하여 그리고 제주가 국제자유도시 추진의 선봉대로서 법적 허용을 받았다고 해서, 제주가 타 지역과는 다른 차별성과 모종의 경제특구적 위상과 권한을 갖고 대북 교류협력 사업에 나설 수 있는 권능은 조금도 주어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평창 이후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미래지향성을 확보해 나가려고 한다면, 제주가 북한에 대한 특별개방지역으로 재탄생할 필요가 있다. 즉, 사람과 자본, 상품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북한의 사람, 자본, 상품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특별한 여지를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특별자치가 ‘국민에 의한 (by the people)이라는 고전적 의미의 민주성을 토대로 21세기 세방화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방책의 하나라면, 그리고 특별자치의 궁극적 취지가 국제자유도시, 세계평화의 섬, 환경수도와 같은 특별한 미션을 추진하는 제주도민의 역량 강화와 역할 쇄신에 그 의의를 두고 있다면, 2018년 분권형 개헌 시 중앙정부의 행-재정적 뒷받침을 대폭 받을 수 있도록 제주특별자치에 대한 특별한 헌법적 위상이 요청된다. 중국의 홍콩이나 마카오와 같은 특별 행정구로서의 차별성을 갖춘 특별자치도가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의 남다른 제도적 접근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홍콩이나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저력이 특별행정관의 리더십이 어떤가에 못지않게, 아니 그 보다도 중국의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기존의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의 활력을 존중하고 활용해 나가는 데에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도민역량적 접근이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 가능성은 일차적으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 특히 유엔과의 협력을 도모해 나가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역량과 이를 뒷받침해 주는 대통령의 의중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중앙정부의 의도나 정책 입장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화의 섬 제주 도민들의 평화를 향한 미래지향적 인식 제고이다. 이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특별자치’의 기본 정신에 어울리게, 풀뿌리 제주도민의 외향적 국제화 마인드 함양이 요청된다. 즉,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추진함에 있어서 제주도정이나 전문적 시민사회단체만이 아닌 각계각층의 도민들이 이런 저런 계기로 북한을 통한 경제 살리기와 북한을 통한 한반도의 미래 찾기에 작지만 꾸준한 관심과 기여에서 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 북한 감귤보내기가 처음에는 제주도민들의 자발성에서 시작했지만 어느 날엔가 제주도정의 한 정책 사업으로 채택되면서 그 밑바닥 추동력을 상실해 버린 최근의 모습에는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으로 평창 올림픽 이후 평화의 섬 제주가 미약하나마 남북 교류협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언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감귤 보내기가 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차원에서 도민들의 공조체계를 통해 재개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원희룡 지사가 때때마다 제주포럼에 북한 인사 초청을 언명한 바 있지만, 이번 평창에서의 남북한 만남의 기운을 잘 활용하여 2018년 6월 제주포럼에 북한 인사의 참여를 적극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 번 시작하는 물꼬가 트여 지속적으로 제주포럼에 북한 인사가 참가하는 연속적 과정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의 증진에 예기치 않은 활력과 가능성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최근 박항서 축구 감독이 베트남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마치 월드컵 때의 히딩크를 연상케 한다. 그렇게 스포츠는 개인적 행운과 함께 사회적 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평화의 섬 제주도 축구든 탁구든 혹은 다른 어떤 스포츠에 선수나 감독으로 북한 인사를 초청해서 함께 무언가를 도모해 나가는 데서 또 하나의 남북 교류협력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제주에서도 스포츠를 통한 남북 교류협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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