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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 전문]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 취임사
김관모 기자 | 승인 2018.02.05 12:20

제주4‧3, 온 국민이 ‘공감’하는 역사로

도민여러분! 그리고 4·3가족 여러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머리 숙여 인사 올립니다. 오늘로 저에게 주어지는 책무의 크기와 사명의 무게를 가늠하면, 감회에 앞서 능력과 자질의 부족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능력과 자질─ 나에게 그런 것이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능력, 어떤 자질인가. 취임을 앞둔 요 며칠 동안 저 자신에게 수없이 던졌던 질문입니다. 만에 하나, 진실로 만에 하나지만 제가 가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제주4‧3에 대한 ‘공감 능력’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공감은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을 나의 기쁨과 슬픔으로 ‘공(共)히’ 느끼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70년 전 이 땅의 희생자들을 생각합니다. 비록 7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분들이 겪어낸 비극을 현재의 아픔으로 ‘공히’ 느끼기에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입니다.  

공감이 없다면 4‧3은 우리와는 무관한 70년 전의 과거사가 되고 말 것입니다. “다 지나간 일을 왜 다시 꺼내 분란을 일으키느냐”고 불평하는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 그런 불평은 스스로 ‘공감 능력’의 부재를 드러낼 뿐입니다. 공감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4‧3은 그들의 말마따나 ‘다 지나간 일’일 뿐인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도 4‧3은 묻고 있습니다. 70년 전 그분들은 과연 어떤 세상을 꿈꿨기에 그토록 혹독한 희생을 치렀는가? 부모, 형제의 억울한 죽음을 겪고도 말 한마디 못하고 숨죽이고 살아온 유족들의 길고 긴 인고의 세월은 과연 ‘다 지나간 일’인가? 4‧3희생자들의 명예는 온전히 되찾아졌는가? 유족 여러분의 통한은 충분히 위로를 받았는가? 등등. 이런 질문들은 통렬히 현재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충분한 대답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4‧3은 이념적 누명이 씌워져 오랜 세월 진상이 은폐되고 그것을 밝히려는 시도마저 물리력으로 억압당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향한 의지는 꺾일 줄 몰랐습니다. 대학생, 시민운동가, 문화예술인, 학자, 언론인, 법조인, 도의원 등 수많은 얼굴들이 지금 이 순간 주마등같이 저의 뇌리를 스쳐 갑니다. 그 분들의 노력과 헌신이 모아져, 역사의 상처를 드러냈을 뿐 아니라, 치유하는 사례의 모범답안이 작성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께 거듭 경의를 표합니다. 
아울러서, 오늘의 4‧3평화재단이 있기까지 헌신노력해주신 장정언, 김영훈, 이문교 전직 이사장님께 고마운 말씀 드립니다.
 
존경하는 도민여러분! 
금년 70주년을 맞은 4‧3은 이제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 통일로 가는 역사의 상징이요, 기치(旗幟)가 되었습니다. 특히, 촛불시민혁명의 요람에서 태어난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세 번째로 ‘4‧3의 완전한 해결’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4‧3특별전이 열리고, 광화문 한복판에서 4‧3문화제가 열릴 예정입니다. 4‧3을 기념하고 선양하는, 역대에 없었던 많은 행사와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4‧3에 대한 실로 거국적 ‘공감’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4‧3 진실의 힘은 탄압에 대한 저항, 참혹한 희생,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선 제주도민의 저력에 있다 할 것입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4‧3이 온 국민이 ‘공감’하는 역사가 될 때까지 그 지경을 넓히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그래서 제주4‧3이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과제는 4‧3특별법 개정입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4‧3특별법 개정안에는 피해자 보상, 불법적인 4‧3군법회의 무효화 등 4‧3의 미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적인 내용들이 들어 있습니다. 4‧3 50주년을 계기로 결집된 도민의 힘이 4‧3특별법을 제정했다면, 7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제주도민의 결집된 의지와 그것이 불러일으킬 중앙정치권의 호응으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소망합니다.

4·3가족 여러분!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제주4·3평화재단은 여러분에게 마음의 ‘스위트 홈’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할 일이 태산입니다. 우선 법적으로 규정된 평화공원 운영, 추가 진상조사, 희생자 추모사업, 유족 복지사업, 문화·학술사업, 국제교류사업 등 재단 고유의 사업들을 점검하고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재단 10년 동안의 업적을 평가해보고 성찰의 기회도 갖고자 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공감’을 바탕으로 저는 4‧3평화재단을 아날로그 감성의 따스함과 디지털의 혁신이 융합을 이루고, 무엇보다도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특히 4‧3운동의 구심점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소통과 협력, 협치에 역점을 두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화해정신의 확산에 힘쓰는 한편 4‧3에 대한 왜곡‧폄훼에 대응하는 연구기능의 강화, 교육프로그램의 확대도 함께 추진해가겠습니다.

끝으로 저 개인적인 소회를 말씀드리자면, 1988년 4‧3취재반장을 맡아 4‧3을 대면한 이래 올해로써 30년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4‧3영령과 만나는 특별한 체험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래서 4‧3의 역사를 바로잡는 일 뿐만 아니라, 영령들께서 안식할 아늑한 쉼터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일도 임기 중 힘껏 해볼 생각입니다.

국민 여러분께도 한 말씀 드립니다. 제주는 분단과 냉전이 몰고 온 회오리 속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렀습니다. 그로 인해 폐허가 돼 버린 섬에 오늘의 아름다운 제주도를 일구어내고 진실과 화해의 모범답안을 쓰고 있는 제주도민입니다. 4‧3 치유를 위해 진보와 보수의 벽을 허물었고, 민과 관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4‧3 70주년인 올해를 ‘2018년 제주방문의 해’로 선포한 바탕에는 이런 내력과 취지가 깔려 있는 것입니다. 부디 4‧3을 기억해주시고 그 역사의 현장도 방문해주십시오. 그리고 제주도민이 펼치는 화해운동에도 ‘공감’으로 동참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2월 5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양 조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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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기자  whitekg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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