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사진=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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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생 고은영 후보는 서울에서 30년 동안 살아왔다. 그의 부모는 베이비부머 세대였다. 그의 가족은 왕십리 달동네에서 살면서 삶의 터전이 재개발되는 모습을 지켜본 도시빈민이었다. 재개발과 함께 그의 집도 밀려났다. 6~7년이 지나고 재개발이 끝난 뒤 다시 돌아간 동네는 삭막한 아파트촌일 뿐이었다.

그에게 국가권력에 의해 살던 곳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친구들의 얼굴이 바뀌는 일”이었다. 개발로 인한 관계의 파괴를 체험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이어가면서 사회의 부조리에 질렸다. 녹색당이 창당하던 무렵 바로 당원이 됐다. 개발의 극치인 서울 떠나 제주도로 내려 온 것은 4년 전(30살)이다. 4년 동안 급격히 변해가는 제주를 체감했다. 현재 제주의 모습은 그가 생각했던 제주가 아니다.

“서울에 살 때 느꼈던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일들이 제주에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제주는 내가 정착하고 뿌리를 내리겠다고 선택한 땅이다. 제주가 더 나은 곳으로 발돋움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제주 정착 이주민 중 한 명이었다. 이 사랑스러운 공간과 이 곳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사회에서 ‘이주민’이라는 정체성은 독특한 의미를 지닌다. 성급히 '괜당문화'의 일부로 여기며 제주만의 특성이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다. 원 주민들의 텃세는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 모든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주민'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국내 다른 지역은 아무래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주민'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경계를 짓는 표현이기도 하다. 고은영 후보는 제주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경험을 했다. 그는 자신의 임금격차에 대해 따졌을 때 “이주민이잖아. 언제 그만둘 줄 알고.”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상식적인 제주도민들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런 일들이 일각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뒷배경이 없는 이주민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해도 사회적으로 어떤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람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처럼 차별당한다고 느낄 때마다 제주에 발붙이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주민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할 때는 ‘다양성’의 차원에서 존중을 받는다. 그러나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는 소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고은영 후보는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제주 지역의 현안들에 대한 참여와 활동을 벌여왔다. 그 과정에서 제주 청년들의 정치혐오가 상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은영 후보는 그 원인을 지역의 타 정당들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기존 정당들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면서 청년들의 정치혐오가 발생하고 정치참여 의지 또한 꺾이게 되었다는 것.

고은영 후보는 “다양한 활동을 하던 내 안에도 정치혐오가 있었다. '대의제 안으로 들어가 구정물을 맞겠다, 지탄을 받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던 그는 "제주녹색당에서 시민정치를 시작하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고 시민행동을 조직하는 일이 효과적이며 사회의 일부분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선거는 선출직 공무원을 뽑는 일이지만, 그 효용성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고은영 후보는 이미 선거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제주의 여성과 청년·청소년 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괜당정치’로 비판을 받는 제주의 정치 영역에서 아무런 기반과 연고가 없는 평범한 청년이 직접 살고 싶은 곳을 만들기 위해 정당과 정치라는 틀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선거를 치른 다음에도 잘 사는 모습을 지역의 청년·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제주의 청년과 청소년들의 정치혐오를 정치참여로 바꾸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고은영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사진=제주투데이)

고은영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하고자 하는 일들과 선거에 임하는 포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제주도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민들이 있다. 성소수자, 정착 이주민, 외국인 등 다양한 이들이 있다. 녹색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을 개발해나가는 작업들을 진행하려 한다. 다양성이 부족한 사회다. 청년,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에서 차별받고 배제된 소수자들을 녹색당이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의 시민들이 정치 참여 활동을 하는 이유는 정치권이 개발광풍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한 시민들의 삶이 전혀 개선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을 정치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정당이 녹색당이다.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이번 선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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