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영아리 습지(사진=제주투데이)

제주민예총 정책위원회(위원장 김동현)는 6일 성명을 내고 제주 인문자원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 제주 국가정원 조성사업의 중단을 촉구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189-5번지 물영아리오름 일대에 국가정원 조성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제주민예총은 국가 정원 사업 구상은 환경적·인문학적 재앙을 일으키는 무모한 사업”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제주민예총은 “제주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2차 중간 보고회 자료에 의하면 제주도는 물영아리오름을 ‘신화의 고장 제주도내 신령이 깃든 랜드마크’라고 찬탄하며 ‘전 세계 유일의 명소’로 ‘창조’하겠다는 장밋빛 구상을 꺼내들었다.”면서 “이러한 구상은 제주의 신화와 그것을 탄생시킨 대자연을 바라보는 제주도정의 빈곤한 철학을 여과 없이 증명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민예총은 인공적인 정원 조성보다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람사르 습지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물영아리오름은 인공의 때를 타지 않았기 때문에 천연의 가치를 지니는 곳이란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는 것.

제주민예총은 천혜의 자연을 파괴하는 일에 또 한번 제주도신화가 개발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점에 대해 개탄했다.

제주민예총은 “물영아리오름을 마치 제주도신화의 메카로 둔갑시켜 국가정원을 빌미삼아 장소와 무관한 짜맞추기식 스토리텔링으로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는 제주 신화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이며, 개발의 명분을 얻기 위해 제주 신화를 파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제주민예총은 “이미 우리는 제주신화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통해 제주 ‘신화’ 없는 ‘신화역사공원’을 목격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국가정원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될 계획이다. 각 구역에 ‘이공본풀이’, ‘삼승할망본풀이’, ‘세경본풀이’, ‘차사본풀이’ 둥을 테마로 삼고 ‘자청비정원, 할락궁이정원, 서천꽃밭정원, 강림차사정원, 삼승할망정원’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의 신화를 테마로 한 정원 조성 계획에 대해 제주민예총은 “(인근 지역의 신화와 민속) 자산은 외면한 채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해 제주 신화를 상업화하려는 시도는 제주의 인문자산을 아전인수격으로 왜곡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주신화에 대해서는 민속 연구자들과 예술인들이 앞장 서 제주신화의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고 재해석하는 일을 진행해왔다. 제주민예총은 최근 행정이 추진하는 사업들에서 제주신화가 개발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점을 지적했다. “2000년대 들어서서 문화콘텐츠산업이 주목받게 되면서 행정은 돈이 된다는 이유로 제주 신화에 관심을 두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조차 종교적·문화적 가치보다는 산업적 가치가 우선이었다.”

제주민예총은 “제주에서 오랜 세월 신화가 전승되어온 이유는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가치를 제주 사람들의 삶의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주도정은 신화를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는 무기쯤으로 여기고 있다.”며 “제주국가정원 사업은 신화를 앞세워 개발을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신이 사라진 곳에 인간 또한 살 수 없다. 제발 가만히 두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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