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치해변에 백사장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용머리해안 조간대의 생물들이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황우치해변에 쌓여 있는 파쇄석과 모래 언덕. (사진=김재훈 기자)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밑 황우치해변에 백사장 조성공사로 인한 오염물질이 발생하며 용머리해안 조간대의 생물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에 따르면 도는 황우치해변 백사장 조성 사업비로 30억8100만원을 투입해 진행중이다. 화순항 해경부두 공사를 진행하면서 발파, 준설한 파쇄석과 모래를 황우치해변 백사장을 조성하는 데 이용했다. 도 관계자에 따르면 그 파쇄석과 모래의 양은 약 20만㎥에 이른다. 이는 화순항 2단계 개발사업 기본 및 실시계획 용역의 준설토 처리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다.

용머리해안을 매일 같이 드나드는 한 지역 주민에 따르면 2~3주 전부터 오염물질이 용머리해안 조간대에 부착되고 있다. 조간대에 누렇게 부착된 뻘 같은 오염물질과 죽어버린 굴들.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투데이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직접 공사 현장을 확인해보니 조간대 생물 폐사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26호로 지정된 용머리해안의 조간대에 서식하는 해양생물들이 죽어가고 있었다.('조간대(潮間帶)'는 만조 때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 공기에 노출되며 독특한 생물 서식 환경을 보이는 지형을 말한다.)

황우치해변에 백사장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용머리해안 조간대의 생물들이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머리해안에 전에 없던 오염물질이 부착되었다.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투데이 기자와 동행한 지역 주민은 “2~3주 전부터 조간대에 미끄러운 뻘 같은 게 부착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용머리해안 조간대는 물이 맑아서 굴, 배말(삿갓조개), 군벗(딱지조개), 성게 등 해양생물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근데 지금 굴이나 배말이 죽어가고 있다. 성게도 보이지 않는다.”며 “황우치해변 백사장 조성 공사로 인해 용머리해안이 오염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탁수방지막이 황우치해변에 나뒹굴고 있다. 바다에 설치된 오탁수방지막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황우치해변 백사장 조성 공사 뿐 아니라 현재 해경부두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흙탕물 발생 등이 용머리해안 조간대의 오염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은 황우치해변 백사장 조성 공사를 용머리해안 조간대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백사장 조성 공사를 진행한 뒤에 뻘 같은 물질이 부착되고 해양생물들이 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황우치해변에는 유실된 오탁수 방지막이 뒹굴고 있었다. 황우치해변 앞 바다에 설치된 오탁수방지막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용머리해안에서 코앞에 보이는 황우치해변. 그러나 오탁수 방지막은 확인할 수 없다.(사진=김재훈 기자)

용머리해안에서 만난 사계리 어촌계 해녀들도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화순항 방파제를 지은 뒤 화순의 모래가 물살을 따라 사계리 앞바다로 흘러드는데 황우치해변에 모래를 쌓아두면 그 모래가 또 사계리 바다로 흘러들 것 아니냐”며 “물질하러 (사계리) 바다로 들어가면 온통 모래밭이다. 인공어초를 조성해도 얼마 되지 않아 모래에 묻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화순항 방파제 건설로 시작되며 현재 해경부두 공사가 진행 중인 화순항 개발사업이 이제는 천연기념물이자 유네스코 인증 세계지질공원인 용머리해안까지 위협하고 있다.

백사장 조성 공사 전 지반이 노출된 상태의 황우치해변. 황우치해변은 모래해변이었으나 화순항 방파제 공사 이후 모래가 모두 조류에 쓸려가고 말았다.(사진=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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