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 전북대 교수

제주섬에서 돌은 모든 경계(境界, Boundary)셋(Set)의 門(On-Off Gate)이다. 바다와 육지의 境界인 포구에도, 현무암 밭담에도 이승과 저승의 境界인 산담(墓墻)에도 안(內)과 밖(外)을 이어주는 신문(神門)도 門이다. 사람들은 밭담안에서 경계 돌을 쌓아 농사를 짓고 돌로 원담을 바다에 쌓아 고기를 잡고 돌로 우영 팟 주위를 둘러 우잣돌안 집에 살면서 올레(Olleh) 정낭門을 열고 닫으며 살아간다. 돌담(石)門 안에서 태어나 살아가 돌담門 안으로 죽고 가는 삶이 제주 사람들이 지닌 운명이다. 제주에 돌은 제주인의 ‘뼈’이고, ‘살’이다. 한 마디로 죽은 자들은 묘 산담의 신문(神門, Olleh)안에 살고 산 자들은 초가지붕의 문(門, Olleh)안에 산다. 두 공간 연결체가 올레(Olleh)이다. 제주 사람의 올레(Olleh)는 거꾸로 읽으면 Hello로 삶과 죽음이 같은 공간 평면에 존재하지만 경계(境界,Boundary)만 달리하는 철학의 목소리가 올레의 몸짓으로 나타낸 것이다. 제주는 曲線의 나라이다. 오름도 곡선이고, 밭담도 곡선이고, 초가지붕도 곡선이다. 직선이 인간이 만든 선이라면, 곡선은 神이 만든 선(線)이다. 천체(天體), 지구, 사람의 몸까지 모두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은 곡선으로 이뤄진 물체를 보거나 만질 때 편안함을 느낀다. 휴대폰도 네모진 곡선이다.

제주섬은 유선형 타원곡선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섬(島)의 배(Ship)모양이다. 삼성이 제주도 모형을 회사 Logo로 사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22,000km 흑용만리(黑龍萬里)곡선 밭 담은 영혼이 바람이 되어 타고 다니는 영혼의 길이다.

제주에서 올레 담, 돌담, 장담 등 모두 곡선 돌담이다. 돌담은 밭이나 집 울타리 경계를 표시하면서 소나 말의 침범을 막고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다. 제주에서 “돌(石)”의 삼촌(Uncle)은 ‘바람’이다. 바람이 돌을 쌓았다. 제주 바람은 연 평균 초속 4.8m/s로 늘 붐니다. 돌담은 Random하게 얼키설키 쌓아지고 돌 사이의 틈새 돌트멍(Window)로 인해 바람이 불고 지나지만 돌담은 끄떡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돌 각자가 제자리를 지키면서 돌이 이웃과 의지(依支)하면서 서로 버티는 상생(相生, Reciprocal Cooperation)과 돌담이 연결체의 대칭(Symmetry)때문이다. 이것은 돌과 돌이 ‘수눌음’Networks인데, 제주 특유의 사회관습 괸당(Social Custom Family Networks)도 돌의 수눌음에서 왔다. 수눌음(手積)은 ‘손들을 눌다’의 뜻이고 눌다는 ‘쌓다’로 손들을 쌓아 서로 도와 가면서 농사일을 하는 것이다. ‘눌’은 보리눌, 촐 눌 등으로 쓰이며 보리나 소꼴을 원기둥으로 쌓는 것을 들 수 있다.

한편, ‘괸돌’은 고인돌에서 비롯됐는데, 순 우리말인 고인돌은 고대 부족 국가 지배계층의 무덤 또는 제단을 의미하며, 이 단어의 유래는 큰 돌을 받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괸돌(支石)’또는 ‘고인’돌에서 왔는데, 돌을 쌓으면 ‘돌담’이 되고, 밑받침 되는 돌은 ‘괸돌’이 된다. 그리고 그 위에 다음 돌을 다시 얹으면 ‘괸담(礎墻)’이 되고, 돌과 돌의 ‘수눌음’(Neighbor Cooperation Culture)이다. ‘괸담(礎墻)’은 제주인의 관습상 발음 변화(口語体)가 되면 괸당이 되며, 괸당은 제주인의 돌담문화에서 꽃 핀 제주 특유의 수눌음 문화(文化)의 연결 Sustainable Networks이다.

제주 사람들이 괸당에 그렇게 집착하는 까닭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부로부터의 온갖 위협들을 이겨내기 위해선 이웃간 촌락내혼(村落內婚)으로 연대(連帶)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괸당의 탄생배경은 제주의 자연 환경과 국가 사회적 현상 때문으로 제주는 삼재도(三災島)로 수재(水災), 풍재(風災), 한재(旱災)로 흉년이 지속되었다. 특히 조선 영조(1739년)과 정조 때 심했다. 김만덕은 굶어 죽는 백성을 위해 구휼을 했다. 흉년을 이기지 못해 뭍으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서 제주도민이 출국 금지령 200년간(1629-1823) 내려졌고, 몽고 원나라 제주지배 100년(1273-1373)과, 1948년 4⋅3 사건 등이다. 따라서 항상 바람부는 제주에서 사람들을 서로 의지하고 돕는 괸당문화 탄생 배경이 됐다. 제주에서 늘 부는 바람은 24시간 제주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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