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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복]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네요”정용복/ 언론학박사(한양대), 전 지역일간지·뉴스통신사 기자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2.21 06:16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정용복/ 언론학박사(한양대), 전 지역일간지·뉴스통신사 기자

제2공항 갈등 문제에 대해서 지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세계평화의 섬 메시지 中>

활발한 소통이 있을 때 제주는 더욱 발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고충홍 제주도의회 의장 신년 인터뷰 中>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통’을 강조한다. 이러한 소통은 곧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우리말로 곧잘 소통으로 바꿔 쓰곤 한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을 ‘소통’으로 이해하는 것은 딱 절반만 맞다.

커뮤니케이션의 어원은 라틴어의 ‘나누다’를 의미하는 코무니카레(communicare)다. 커뮤니케이션은 ‘소통’에 앞서 ‘공유’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풀어 말해, 지식이나 정보, 의견, 신념 등을 나눠 갖는 ‘공유’를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공통화, 동질화 돼 간다는 의미의 ‘소통’으로 연결되는 과정(process)이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은 서로의 의미를 공유하여 이해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 그 자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네요”라는 말도 사실 다의적인 뜻을 갖고 있다. 메시지를 전하는 화자와 이를 듣는 청자의 자세나 태도에 의한 문제일 수도 있고, 실행을 전제로 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일 수도, 혹은 상대방을 이해시키려는 의도에서 만들어 내는 메시지 자체의 왜곡이나 혼란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라는 말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갈등이 생산되고 반복된다면 한 개인의, 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지역사회의 제도와 조직, 행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쓰레기나 교통 대란’ 등의 지역 이슈에 대한 공론을 모아야 할 때, ‘제2공항 건설’ 등의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때, ‘연이은 폭설’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그러한 위기에 공동의 대응을 해야 할 때 이의 실현을 위한 제도와 조직, 행위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제도와 조직, 행위를 원활히 하기 위한 기본원칙은 있지만, 보다 쉽고 근원적인 해결책은 풍부하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토대를 이룰 때 가능하다. 갈등 당사자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자료에 근거해 토론을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찾아내는 과정이 당연시 돼야 한다. 즉, 주어진 환경 속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 기본 해결책인 셈이다.

지난 2월 5일 벤처마루 대강당에서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과 제2공항반대성산읍대책위원회,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제주관광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오버투어리즘 시대 제주의 환경과 제주도민의 삶은 지속 가능한가’를 주제로 제주 관광정책과 산업, 개발의 전환을 고민하기도 하고, 제주사회의 대표적 갈등 사례인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졌다.

현장에서 주최 측은 “이번 토론회에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들이 토론자로 나서줄 것을 기관에 요청했지만, 토론 주제가 부담스럽다며 공무원들이 참석 자체를 고사했다”고 밝혔다. 물론 관련 공무원의 입장에서 제주 오버투어리즘과 제2공항 건설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가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쳐도 곤혹스럽다고 피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자리가 불편하게 느껴질수록 공무원들이 더 참여하고 발언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현 상황을 최소화하고 갈등 해결을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 갈등 당사자들 사이의 적극적인 ‘소통’과 ‘공유’를 통해 관계의 질을 향상시켜 상호 신뢰를 조금씩 형성해 나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제주도에서는 항상 여론 관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토론회라는 제대로 된 자리가 있어도 피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여론 관리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관련 공무원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대한 산물이다.

지역사회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부여, 4·3의 완전해결, 제2공항 건설, 교통체제 개편의 정착, 쓰레기 처리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다. 지역사회의 현안 해결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말처럼, 갈등 해결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작은 힘으로도 충분한데, 결국에 가서 쓸데없이 큰돈과 힘을 들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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