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강병철/ 제주국제대학교 특임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이어도 문화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실생활에 이어도문화가 융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도 문화가 퇴색하면서 이어도에 대한 인식이 제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상실되어 가고 있다.

몇몇 학자들이 이어도 문화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하여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많은 노인들이 이어도에 대하여 전혀 들은 바가 없다는 대답을 하자 당황하게 된다. 어떤 분들은 이어도문화가 조작된 문화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그들이 사람들의 기억을 지나치게 믿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망각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어도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한 정책 연구’ 과정에서 심층면접을 실시한 양금희 연구원도 이어도에 대한 전설과 이미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경험을 하였다고 한다. 이어도 전설을 알 것으로 생각했던 많은 노인들이 이어도 전설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것이다.

노인들 중에서 이어도 전설을 들은 적이 있다는 소수의 사람들을 찾아내었다. 그 후 그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하고 그 사람들의 추천과 소개를 받아서 이어도문화를 인지하고 있는 심층대상자들을 선정하게 되었다. 즉, 무작위로 이어도심층면접대상자를 선정한 후에 이어도를 인식하는 사람들의 소개를 받아 계속 연구대상을 정하는 비확률적 샘플링을 하는 스노우볼 샘플링(snowball sampling) 연구방법으로 이어도문화에 대한 심층면접을 연구하였다.

그러면 왜 사람들이 이어도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고 있는가? 이어도문화의 쇠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금희 연구원은 면접대상자들에게서 맷돌노래의 상실이 이어도 인식을 줄어들게 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어도 문화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것은 노동요라고 할 것이다. 특히 맷돌을 돌리면서 부르던 맷돌노래에서 이어도가 자주 언급되었다. 맷돌사용이 일반화 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이어도에 대한 인식이 더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던 것이 자명하다. 진성기 관장이 1956년 한경면 고산리에서 당시 81세였던 고명옥 할머니로부터 채록한 맷돌노래는 다음과 같다.

“이어도 라 이어도라/이여 이여 이어도라/이엿 소리엔 나 눈물 난다/이엿 말랑 마랑근 가라/강나믈 가는 해나믈 보라/이어도가 바니옝 해라”

이어도를 언급하는 노랫말은 이용호의 『청용만고󰡕에서도 나오고 있다. 구슬픈 곡조의 노랫소리에 대해서 묻자 방아노래라는 답을 듣는다. 다카하시 도오루(高橋亨)의 ‘민요에 나타난 제주여성’에서도 이어도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특이한 점은 다카하시 도오루가 ‘강남 가건 해님을 보라’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다카하시 도오루가 일본인 학자로서 한국어를 잘 알지 못하여서 ‘해남’을 ‘해님’으로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다카하시 도오루가 이어도에 대해서 “이 섬은 공상 속의 섬이며 제주와 중국과의 중간쯤에 있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도가 제주도와 중국의 중간쯤에 있다는 표현이 들어간 이어도 노동요는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 부르는 사람들이 특이한 어조로 부르고 있는데, 가령 ‘강남을’을 예로 들면, 강남을 강나믈로, ‘해남을’의 경우에는 해남을 해나믈, 해님을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는 이어, 이여로 다양하게 부르는 점에서도 같다. 결론적으로 이어도에 대한 구두전승이 있었으며 이어도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인식이 줄어드는 것은 이어도문화의 소멸과 큰 연관성이 있다.

이어도가 중국과의 중간쯤에 있다는 노동요는 지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상실되었지만, 다카하시 도오루(高橋亨)나 진성기 등의 문헌자료에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사람들이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맷돌노래와 같이 상용되던 이어도문화가 소실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도 문화를 다양하게 현재의 생활양식으로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