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가 조금 남아 있는 3월의 숲...

뺨에 닿는 작은바람은 아직은 차갑게 느껴지지만

오후의 햇살은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며 봄의 소리가 들린다.

숲 속 낙엽수림대 아래에는

눈이 녹기 시작하면서 언 땅을 뚫고 나오는 봄의 전령사

앙상한 나무 그늘 낙엽 위로, 차가운 돌 틈 사이로

노란 얼굴을 내민 황금접시 '세복수초'가 첫인사를 한다.

하얀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는 변산아씨

하늘에서 내려와 차가운 바닥을 하얗게 수놓을 '변산바람꽃'은

아직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잔설이 녹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우아한 뒤태로 유혹하는 아름다운 변산아씨다.

또 하나의 봄의 전령사가 기지개를 편다.

보송보송 하얀솜털이 예쁜 '새끼노루귀'도 봄소풍 갈 채비를 서두른다.

이에 질세라

털복숭이처럼 줄기와 잎 뒷면을 흰털로 감싸고

앙증맞은 모습이 꽃말처럼 골짜기의 황금과 잘 어울리는 '흰괭이눈'도

햇빛이 스며드는 질퍽한 비탈에서 봄인사를 한다.

난초를 닮고 싶었을까?

잎이 가늘고 작아 붙여진 '소엽맥문동'의 우아한 자태

동그란 파란 구슬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숲속의 나무들이 초록잎을 만들기 전에

차가운 땅 위에는 남들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봄의 전령사

봄은 어느 틈에 저만치 와 있다.

구르마(수레의 방언)를 끌고 소와 말들이 다니던 길은

탐방로가 되어 편안한 숲의 기운이 느껴진다.

진한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사각별 '백서향'

곶자왈에도 봄이 저만치 왔음을 꿀내음으로 알려준다.

2월의 신부 부케을 닮은 하얀꽃 백서향의 은은한 향기와 소와 말똥의 구수한 냄새는

자연과 어우러져 곶자왈의 전설을 만들어간다.

3월의 숲은 

추운 겨울을 견디며 남겨진 자연의 흔적과 함께

봄이 성큼 우리 곁에 희망을 속삭이며 다가왔다.  

봄봄봄!!

봄의 왈츠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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