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고은경/ 현) 비영리민간단체 글로벌이너피스 대표, 현) 세계평화의섬 범도민실천협의회 평화교류분과 위원, 전) 유엔개발계획(UNDP) 한국대표부 기획협력관, 전) 유네스코 (UNESCO) 베이징 사무소 프로젝트매니저, 전)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해외봉사단

우리나라가 6·25 전쟁을 겪은 시절만 해도 1인당 국민 소득이 60여 달러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 하나였다. 그렇게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거의 반세기 만에 2007년을 기점으로 1인당 국민 소득이 20,000달러를 넘어섰고, 국제사회는 이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며 주목하였다.

우리나라는 2010년도에 또다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G20 의장국으로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했을 뿐만 아니라,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일명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에 공식 회원국으로 가입하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되었다는 의미는 6·25 시절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에 원조를 통해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나라가 지금 이 시각에도 전쟁과 기아, 빈곤에 시달리는 최빈국과 개도국을 돕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원조를 받는 국가인 ‘수원국’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인 ‘공여국’이 된 나라, 그 중에서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범적인 원조를 해야 하는 ‘선진 공여국’의 대열에 오른 상징적인 한 해였다.

6·25 당시 제주를 살펴보면, 육지부의 많이 피난민들이 들어오고, 빈곤과 혼란 속에서 유엔과 타 국가에서 지원한 원조 기금을 통해 구호활동이 펼쳐졌음을 알 수 있다. 전시긴급구호원조로 유엔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민간구호계획(CRIK) 원조와 UN한국재건단(UN Korean Reconstruction Agency, UNKRA) 원조가 있었는데, 한국민간구호계획은 약 4억 5천 7백만 달러, UNKRA(이하, 운크라)는 약 1억 2천 2백만 달러의 원조를 우리나라에 제공하였다고 한다.

제주에서도 운크라가 육지부 피난민 제주 수송과 주택 건설, 식량 보급, 학교 교실 복구 및 증축뿐만 아니라, 제주·한림·서귀포·모슬포에 발전기 설비도 지원하였다. 또한 1960년대 들어서부터는 미국평화봉사단의 청년들이 이 빈곤하고 척박했던 섬에 와서 몇 년간 체류하면 교육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였다.

이렇게 1950년대부터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원조를 받았던 우리나라가 2010년대에 이르러 선진 공여국이 되었고, 특히 ‘세계평화의 섬’을 천명하는 제주에서도 지구촌 나눔의 실천으로 해외원조 즉, 국제개발협력에도 본격적으로 참여를 시작하고 있다.

최빈국을 비롯한 저개발국가의 경제사회발전과 지구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국제사회의 노력과 활동들을 통틀어 ‘국제개발협력’이라고 한다. 그 안에는 정부가 OECD지정 수원국 국가에 원조를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가 있고 민간 차원의 해외원조 활동 및 다양한 국제협력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제주도정이 2012년을 해외원조를 위한 ‘국제개발협력 원년의 해’로 선포하여 지자체 차원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평화의 섬으로서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에서 동티모르, 몽골,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에 지원을 하고, 민간에서는 김만덕기념사업회가 베트남에 학교 건립을 하고, 도민들로 구성된 제주평화봉사단이 정기 해외봉사활동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외교부의 해외 무상원조기구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창설한 해외봉사단은 미국의 평화봉사단과 유사하게 해외에 2년간 장기체류를 하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단이다. KOICA 해외봉사단원들 중 제주 출신의 인원도 차차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 차원의 해외원조도 시작되고, 민간에서도 많은 국제교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적 자원과 각각의 노하우가 축적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서로 공유하고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구심점은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선진 공여국의 대열에 올라서기는 했으나, 일본과 서구 국가들이 수십 전부터 쌓아온 노하우에 비해서, 우리는 막상 의욕만 앞서고 우리식의 도움만 주고 싶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최대 문제가 원조의 파편화 및 분절화 그리고 정보의 축적과 공유가 약한 문제를 들 수 있다. 우리 제주 지역사회에서도 이제는 이 분야의 관계자들이 모여서 정보공유를 하고, 국제사회의 기준과 중앙정부의 지침을 따르면서도 제주가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개발협력의 장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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