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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기획]제주 청년들에게 제주를 묻다②-'제주4·3과 지방선거, 미투운동'"제주대 다녀도 졸업할 때까지 4·3 못배울 수도 있어"
"왜 4·3을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부터 고민해야"
미투운동, "여성 성폭력에 국한되면 안돼"
김동현 책임 에디터, 김관모 기자 | 승인 2018.03.19 10:22

좌담회에 모인 학생들은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지방선거가 두번째 투표경험이 된다. 촛불정국을 거쳐 제주4·3 70주년,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국내사회와 함께 제주사회도 급박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놓였다. 이런 정세 속이지만 청년들은 아직 이런 분위기를 몸소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제주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제주투데이

정치나 사회권과 소통은 한정적이었고, 스스로 나서지 않는다면 누구 하나 이런 문제들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국립대학교에 다니지만 이곳에서조차 4·3을 제대로 알려주는 지식인이 없었다. 4·3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해왔고, 4·3 수업을 듣지 못하거나 제대로 알지 못한채 대학을 졸업할 수도 있다는 학생들의 대답은 충격적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제주사회에 대해 가장 근본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최근 대학가에서도 뜨겁게 일고있는 미투운동(me-too) 역시 그렇다. 학생들은 미투운동을 시대의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단순히 여성이 피해입고 있다는 한정적인 개념에 국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촛불정국을 지났어도 여전한 대학사회 갑질

김동현 편집 에디터: 지난겨울에 촛불집회 갔던 걸로 아는데 어떤 느낌이었나요?

문보미: 하나의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결속이 강한 나라였구나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할까요.

서재훈: 저는 그때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군대 내에서는) 아예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김 에디터: 저번 촛불집회할 때 보니까 고등학생들도 말을 잘 하던데요. 오히려 고등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잘 하는 것 같았고, 반면 대학생들은 조직적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았어요. 실제는 어땠나요?

문보미: 제가 아는 동아리나 사람들 중에서는 대학교에서 조직적으로 나온 경우도 있어서 지금 말씀에 다 동의할 수는 없어요. 저희가 80,90년대를 잘 모르지만 최루탄이 오가고 대대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없었을 뿐이지 우리 세대에서는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은 여전히 대학교 내에서의 갑질이나 권력행사는 여전하다고 우려했다.@제주투데이

김 에디터: 그렇군요. 대학교에서 학생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내가 아재(아저씨)가 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모든 교수들이 다 좋을 수는 없잖아요. 대학생활을 하면서 뭔가 꼰대스럽다거나, 불합리하다고 느낀 경우는 없나요?

양종현: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수들이 여전히 폭언이나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연구소에 들어갔는데 뭔가 일을 잘못하면 욕부터 하고, 먹을 것 사오라고 강압적으로 심부름시키기도 하고요. 전 아직도 그런 일이 우리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그 친구는 결국 못 참아서 뛰쳐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문보미: 교수님 시다바리(?)를 하다가 자기 연구는 못한다고들 해요.

김 에디터: 촛불정국도 있고 우리 사회가 조금 변한 것 같은데, 대학사회는 여전히 변화가 느린 것 같네요.

◎제주학생들도 모르는 4·3, 교육 문제부터 바꿔야

김 에디터: 곧 4월인데 제주4·3에 대해서는 언제 들었어요?

문보미: 전 대정읍에서 살았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어요. 4·3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제주대에서 이러닝으로 제주4·3의 이해라는 과목이 있기는 한데 지금은 선택과목으로 돼있어요.

서재훈: 제가 4·3을 처음 들은 것은 중학교 때부터예요. 역사시간 중에 선생님들이 쉬는 시간 짤막하게 들려주신 게 전부였어요.

양종현: 저도 정말 큰일이라고 느낀 것은 대학생 때였어요. 초·중·고 때는 그냥 듣기만 했지만 아주 조금만 알려준 것뿐이어서 본격적으로 알지는 못했어요.

▲학생들은 제주4·3에 대한 교육이 여전히 미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제주대에 들어와도 4·3을 못 배우고 졸업할 수도 있다는 것.@제주투데이

문보미: 저도 대학생이 되어서야 큰일이라고 느낀 것 같아요. 제주포럼 통역이나 안내일을 하게면서 4·3을 처음으로 자세히 공부하게 됐고 그러면서 새삼 그 의미를 느꼈어요. 현재 정규교육 과정에서는 (4·3에 대한 내용이)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아요. 요즘에는 많이 바뀌고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어요.

김 에디터: 4·3이 지금 선택과목이라고 하면 제주대학교에 다니면서도 자연과학대처럼 인문학과 거리가 먼 전공과에서는 4·3을 전혀 모르고 졸업할 수도 있겠네요?

서재훈: 아마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 에디터: 교양필수로 한다면요?

문보미: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을 이해하는게 우선순위가 돼야 하잖아요. 그러고보니 전에 4·3학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4·3유족회에서 요구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어떻게 되고 있나요?

김 에디터: 딱히 없어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은데... 만일 제주대학에서 4·3의 전문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4·3연구가 활성화된다면 그것에 대해 깊이있게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문보미: 네, 관심이 많아요. 국문과에서도 4·3문학을 읽고 공부하거나 토론하기도 하잖아요. 이것이 더 깊어진다면 (4·3을) 공부해보고 싶어요. 

▲제주4·3평화공원에 마련된 각명비의 모습@제주투데이

◎'왜 제주4·3을 알아야 하는가?'

김 에디터: 탄자민은 어때요? 싱가폴에서 오기는 했지만 제주에서 3년 반 유학하면서 4·3에 대해 들어봤을 것 같은데요.

탄자민: 4·3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요. 제가 다니는 아일랜드학교에서 영작으로 4·3을 알리는 글을 쓰게 되는데요. 이 학교에 다니는 신입생들을 위해서 제주4·3이야기를 담을 생각이에요. 그래서 실은 항상 궁금한 게 있었어요. 왜 '우리는 제주4·3을 알아야 하는가'라고요.

김 에디터: 아,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우리 한번씩 이 이야기를 해보죠. 저는 나중에 하고 다른 사람들부터...

서재훈: 우리 전 세대들을 생각하면 실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라 얼마 전의 일이었잖아요.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전 세대를 이어받아 살고 있다고 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을 사는 데 있어서 의구심 하나를 풀지 못한 채 지내야 한다면 답답할 것 같아요.

▲제주4·3을 왜 알아야 하는가라는 기본적인 질문부터 4·3을 시작해야 한다고 학생들은 말했다.@제주투데이

양종현: 여러 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살극이었잖아요. 폭동이라거나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저는 국가권력이 저지른 무자비한 폭력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앞으로 이런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을 때는 후회하지 않고 좀 더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게다가 4·3은 제주도민의 정서나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제주라는 지역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알아야 해요. 4·3을 아는 것 자체가 당시 피해를 본 선조들을 위로의 의미가 될 수도 있고요.

문보미: 제가 나고 자란 곳의 역사잖아요. 게다가 4·3은 제주에만 국한된 역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냉전시대와 미군정, 대한민국 역사의 줄기에 있기도 하고요. 제주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역사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전국민과 세계인들도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트라우마를 가진 분들의 마음이 풀어지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알고 전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어떤 분은 학살이라고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저항이라고 하는데 진실이 무엇인지 연구가 계속돼야 할 것 같아요.

▲김동현 편집 에디터는 제주4·3을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 나 자신을 해석하기 위해서, 지금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4·3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제주투데이

◎말만 앞선 것이 아닌 진정한 '제주다움'을 실현해야

김 에디터: 이번엔 지방선거 이야기를 해보죠. 이제 곧 선거가 있는데, 모두 전에 선거는 해봤었나요?

모두: 해봤어요.

김 에디터: 6월에 지방선거가 있는데요. 나는 이런 사람이 도지사나 도의원이 됐으면 좋겠다는 는 게 있으면 한번 이야기해보죠.

문보미: 개발보다는 제발 가만히 놔두었으면 좋겠어요. '제주가 제주다워야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어디선가 본 적도 있었는데요. 선거 때에만 말로 하는게 아니라 정말 그렇게 만들어줬으면 해요.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놔두는 것이 아니라 제주 고유의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제주를 잘 지키고 제주사람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양종현: 이제 그만 학벌같은 것은 그만 따졌으면 좋겠어요. 어느 좋은 대학을 나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제주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냐를 두고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 에디터: 학생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 때는 어떤 생각이 드나요?

문보미: 중립은 방관자가 되고 말을 안 하는 거잖아요. 세상에 중립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김 에디터: 탄자민은 선거는 안하겠지만 지난 3년 반 동안 제주에 살면서 어떤 걸 느꼈나요?

탄자민: 나쁜 것은 잘 모르겠고요. 기억에 남는 것은 이곳에 와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양한 일도 많이 했고요.
(탄자민은 돌문화역사공원에서 제주역사를 통역하거나, 돌하르방이나 동자승 등 제주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해설하는 활동을 해왔다.)

▲학생들은 학벌을 앞세우거나 그럴싸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닌 진짜 제주다움을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제주투데이

◎미투운동, "긍정적이지만 더 큰 담론으로 가야"

김 에디터: 마지막으로 미투운동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요즘 전국적으로 미투운동이 이슈인데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문: 저는 아동 권리교육 강사일을 하고 있는데요.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성교육을 해요. 교육에 추가된 게 뭐냐면 경계교육이라고 해서 싫다고 말할 수 있고, 남이 싫다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려줘요. 전에 문학수업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소설 속에서 여성들은 소극적인 태도로 그려지는 모습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미투운동은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게 되고,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봤다고 당당하게 목소리 내는 일이잖아요. 꼭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서재훈: 이런 일이 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한데 그게 제대로 되지 못해왔던 거잖아요. 저는 그런 일들을 직접 보고 듣지 못했지만, 인터넷에서 글이나 SNS로 보고 심각성을 알았어요. 아쉬운 것은 이런 문제가 항상 '운동'으로 발전한 다음에야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으니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양종현: 저도 미투운동을 찬성해요. 각 사회영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성적으로 부적절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문제를 환기할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런데 점점 이 문제가 떠오르니까 일부러 문제를 만들어서 물의를 일으키려는 모습들도 많이 보여요. 그런 사람들을 걸러내면서 한다면 좋은 영향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문보미: 여성에게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운동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여성의 피해에만 집중되어있는데 남성들은 말하고 싶어도 오히려 말 못하는 게 더 심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은 미투운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왼쪽부터 문보미 학생, 탄자민 학생.@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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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책임 에디터, 김관모 기자  jacksni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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