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필리핀 보라카이 섬을 환경정화 목적으로 폐쇄한다는 소식에 제주도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의 결단에 따라 보라카이 섬이 두 달 동안 폐쇄조치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라카이 섬은 길이 12km, 총면적 11k㎡의 섬으로 세계적인 해양관광지 중 하나지만 최근 쓰레기와 오폐수 배출로 인해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며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

제주의 자연을 사랑하는 도민들의 입장에서는 보라카이 섬에서 날아온 뉴스가 남의 일 같지 않다. 환경보호를 위해 극단적 조치를 취하는 필리핀 정부의 환경보호 의지에 대한 부러움도 엿보인다.(물론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보여준 반인권적 행태들은 별도로 지적되어야 한다) 제주 자연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지역 정치인들이 개발일변도의 정책을 수정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길을 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런 바람을 들어줄 정치인은 누구일까. ‘환경리더십’을 가졌다 평가할 만한 정치인이 과연 제주에 있는가?

도민들이 지역 정치인들에 대해 느끼는 아쉬움 혹은 분노의 이유는 최근 제주도의회의 결정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 15일 환경 훼손과 편법 논란이 이는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가결했다. 부대의견을 달았다지만 결국 제주 애월읍 중산간에 또 하나의 대규모 관광단지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노을이 진 제주 이호테우해변(사진=두잉스톡)

같은 날 삼다수 취수량을 증량토록 하는 제주도개발공사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 동의안도 수정·통과됐다. 이로 인해 도개발공사는 하루 1100톤의 지하수를 추가적으로 취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도의원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6.13 지방선거 준비에 나선다. 제주도정의 정책을 견제하고, 심의·의결하는 도의원들의 환경 마인드가 이럴진대 인구 100만 도시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원희룡 도정이야 더 말해 무엇 할까.

행정에 의한 제주 자연환경 파괴의 상징이 된 도두하수처리장 오폐수 무단 방류 사건. 이는 10년, 20년 전의 일이 아니다. 현 원희룡 제주도지사 체제에서 벌어진 일이다. 원 도정은 환경 인프라 시설보다는 각종 개발사업들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 곳곳에 각 지역의 비상대책위에서 내건 현수막들이 펄럭인다. 원 지사는 이전 도백이 저지른 일들을 해결하느라 도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노라 핑계를 댈지 모른다. 그러나 차기 도지사는 원 지사가 남긴 난개발과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느라 진땀을 빼게 될 상황에 놓였다.

날이 갈수록 훼손되고 있는 제주 자연. 제2공항이 들어서면 환경 파괴의 속도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의 자연환경 측면에서 보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인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제주의 정치인들은 보라카이 섬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우호원 전 서귀포시관광협의회 기획이사는 16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제주의 여행객 총량제 시행은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보라카이 섬처럼) 이리 망가지고 나야 시기가 됐다고 하실 건가요?”라며 “바로 지금 몸살이 나기 직전의 제주를 쉬게 하고 잘 정비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적었다.

6.13 지방선거, 제주도민들은 그 무엇보다 실천적인 환경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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