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여성단체들이 성폭력 피해여성의 미투선언문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미투 접수창구를 마련해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여성단체들이 '제주지역 미투선언 지지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와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민회 등은 19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지역 #미투선언 지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여성단체들은 지난 2월 제주 모 신협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직접 보내온 <미투선언문>을 대신 낭독했다.

◎2차례의 성추행...보고 해도 "회사 이미지와 취임 초기, 이해해달라"는 종용만

미투선언문에서 피해자 이민정(가명)씨는 지난 8일 경찰청을 찾아 피해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고 성폭력상담소를 찾았다.

미투선언문에 따르면 입사 3개월차였던 이민정 씨는 지난 2월 23일 회사 1차 회식을 마치고 차량을 타고 가는 과정에서 뒷자리에 가해남성 등 4명의 직원과 앉게 됐다. 이 자리에서 가해남성이 이 씨에게 머리카락과 목에 강제키스를 시도했고, 이 씨가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결국 오른쪽 뺨에 키스했다는 것. 이 씨는 이 사실을 즉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2차 회식장소인 노래주점에서 여직원들이 임원들과 1대1로 춤을 추는 광경을 목격하고 '이런 분위기에서 회사에 성범죄 피해 직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있을까'라는 생각에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씨는 이 사실을 지난 5일 회사에 보고했고 삼자대면을 했지만 가해자는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이 씨는 간부들에게 이 사실이 기사화되면 안된다는 이야기와, '회사가 보수적이니 고소를 진행하면 퇴사하게 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후 이 사실에 회사 내부에 공공연히 알려지면서 이 씨를 회유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면서 이 씨는 2차 피해까지 받아왔다고 밝혔다. 개인면담으로 만난 간부에게는 '왜 저항하지 않고 소리치지 않았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는 것.

▲성지은 제주여성상담소 직원이 피해자 이민정 씨(가명)의 미투선언문을 대독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이에 이 씨는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트라우마로 남을 이 일을 덮어두고 조용히 있어야 하고, 억울함을 해결하려면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가해자 처벌을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 임원이 '전화로 자신이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내부적으로 처리할테니 이해 좀 해달라'고 말했다는 것. 이 씨는 "회사 간부 중 그 누구도 피해를 당한 제 마음을 이해해준 적이 없었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추행을 당하고 그 더러움을 감내해야 하는 2018년 대한민국 현실이 서러웠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제 뒤에 들어올 누군가는 더 이상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좁은 제주에서 피해입었지만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이름모를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경미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 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여성단체, 성폭력 피해 사례 온라인 접수창구 개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투선언문을 발표한 여성단체들은 이 씨 같은 피해자들의 심리적 지원과 법적 대응 등도 마련하기 위해 '제주 #미투 온라인센터'(jejussh@hanmail.net)'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기자회견은 직장내 성폭력 피해 경험과 2차 피해를 제주 사회에 알리고자 하는 피해자의 노력의 결과"라며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에서도 성폭력 피해 경험을 말하기 시작했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미투선언은 개인의 말하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향한 외침"이라며 "피해자의 말하기를 가로막는 사회의 변화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심과 비난의 화살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향해야 한다"며 "사건이 공론화됐을 때 SNS 등을 통한 피해자의 비방과 사실 왜곡은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여성단체들이 제주 미투 온라인센터를 개설하고 피해 여성들을 지원키로 했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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