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영철/ 재경 제주사회문제협의회 대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은 특사교환을 통해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다.

그 동안의 대북 압박, 제재국면이 변화를 맞이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회담의 결과에 따라 따스한 날들이 전개될 수도 있고, 결과가 안 좋으면 더 심한 냉각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

주변 4강은 늘 그래왔듯이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으며, 통일 한국의 강해진 위상이나 변하게 될 외교, 군사의 정책에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의 정세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정책적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유지 속에서도 관련 당사국 중 어느 한 나라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려고 현상유지에 균열을 내기 시작할 때, 긴장과 대립이 초래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그 예이다.

그러나 우리 역시 주변 4강의 이해에 휘둘리지 않고 최대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궁극적으로는 비핵화를 달성해야 하는 역사적 전환기라는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주도적으로 균형자의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결정한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이 앞으로도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국론의 통일과 적극적인 성원이 필요하다.

독일 통일의 초석이 된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도 주변 국가들과 국내의 커다란 반대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한 단계 도약이 될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들을 하겠다는 뛰어난 지도자의 지혜와 외로운 결단에 의해 이루어졌듯이, 우리 역시 평화와 통일이 가져올 한반도의 도약과 밝은 미래를 먼저 생각하면서 묵묵히 나아가길 소망해 본다.

그러면 남북간 평화와 협력이 가져다 줄 정치적 안정 외에 경제적 이익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만일 남북이 평화의 길로 간다면 앞으로 우리 앞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현재 우리는 저성장과 마이너스 투자율, 높은 실업률, 작은 내수시장과 지나친 해외의존도로 성장이 정체되고 삶의 수준이 나아지지 않는 한계를 마주하고 있다.

즉 우리는 자원도 없고 오직 부지런한 국민들이 남의 나라에서 수입한 자원과 부품으로 제품을 생산해서 수출하는 경제 형태이다. 그런데 세계시장에서 일본, 독일 등의 기술력과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중국 등으로 인해 중간에서 샌드위치 상태로 내몰리면서 앞으로의 성장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과도하게 기형적인 대외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서 외부적 경제상황에 따른 취약한 경제구조의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자동화, 컴퓨터화 등이 야기하는 고용의 감소와 앞으로도 반복될 외부 경제상황의 악화는 지금의 실질적인 13-4%이상의 실업률을 더 빠른 속도로 증가시키면서 절대 빈곤계층을 급격히 증가시킬 것이다.

그런데 남북간의 평화와 경제적 협력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좋은 돌파구, 어쩌면 유일한 돌파구이다.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로 이전한 공장 또는 산업들이 북한에서 생산될 때 물류비의 절감 외에 운송업분야 등 관련 산업의 고용증대와 새로운 발전,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한의 경제적 이익과 개방화, 남북간 평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와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 즉 시베리아 개발사업 참여, 자원이나 가스의 유입이 원활해질 것이고, 몽골과의 경제관계도 한층 발전하여 몽골로부터의 자원 유입과 자원개발 사업도 활발해질 것이다.

아울러 경의선에 고속철만 놓이면 남북은 물류 허브국가가 된다. 현재 부산에서 모스크바는 배를 통해 55일 걸리는데, 신의주를 지나 베이징까지 이어지는 TCR(중국 횡단철도)과 울란바토르를 거쳐 울란우데까지의 TMGR(몽골 횡단철도) 그리고 TSR(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연결되면 25일로 단축된다. 동유럽을 거쳐 파리까지의 연결도 가능하며, 서울에서 원산, 함흥, 나진을 연결하는 동해안 축선은 곧바로 TSR과 연결할 수 있다.

이 철도망이 연결되면 일본은 부산항에 물건을 실어 나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고, 유라시아철도는 남북에 커다란 경제적 이익과 동북아의 긴밀한 경제적 통합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광업공사가 3700조 이상(2008년, 3천만 인구에게 1인당 1억 이상씩 배분되는 액수. 그밖에 7000조로 예상하는 주장도 있음)으로 예측한 북한의 세계적인 자원 매장량은, 지금처럼 중국이 빨대를 대고 마구 흡수하는 상황(중국 대북투자의 70%가 지하자원에 대한 투자)을 차단하고 남한의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남북간에 막대한 공동 이익이 실현될 것이다.

남북간 화해와 평화는 이렇게 남북 모두에게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나아가 핵 폐기와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 그리고 경제공동체, 단계적인 통일 방안인 국가연합제 또는 연방제로의 발전 등에 발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이 저러니 우리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의 냉전적 대결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독이 동독에 대해 통일비용으로 미리 지불한다는 앞을 바라본 인식, 그리고 우리처럼 분단 상태인 중국과 대만간에 여러 해전에 맺은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 때 중국이 입을 큰 손해에 대해 원자바오 총리가 "대만은 형제다. 대만에게는 양보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경제적인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보다 큰 밑그림을 그릴 것을 지시한 것처럼, 우리도 통일을 위한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대화와 협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정치 지도자 역시 이번의 훌륭한 경우처럼 지혜와 결단, 국민들의 성원을 바탕으로 작은 걸음이 큰 걸음이 되도록 인내를 갖고 나아가 주길 기대해 본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