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다시금 손보면서 요일별 배출제는 사실상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과도기적 조치였다"고 밝혔지만, 혼란과 불편만 초래했을 뿐 큰 성과를 거뒀는지는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제주도정이 2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제주투데이

◎1년 사이 3~4번씩 바뀌는 배출제...혼란만 가중

도는 2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요일별 배출제를 오는 4월 1일부터 다시금 조정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캔이나 고철, 유리, 스티로폼은 매일, 종이와 플라스틱은 격일별로 버릴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요일별'이 아닌 '격일별' 배출제가 된 모양새다.

이제 배출제는 오후 3시부터 새벽 4시까지라는 배출시간대만 남기고 대부분이 바뀌었다.

지난 2016년 12월 시범운행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1년 남짓의 시간동안 요일별 배출제는 많은 변화와 내홍을 겪었다.

처음 도는 요일마다 하나의 재활용품목만 버릴 수 있도록 하고 배출량이 많은 플라스틱과 스티로폼만 일주일에 두번 버릴 수 있도록 정했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못지않게 배출량이 많은 종이나 비닐은 일주일에 하루만 버릴 수 있어서 집안에 쌓이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러자 도는 종이와 비닐을 일주일에 두번 버릴 수 있도록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버릴 수 있는 품목도 추가했다. 

◎'성과'라는 이름에 묻혀버린 도민의 불편

그 결과 1년 사이에 배출제는 수치상으로는 나름 '성과'가 보였다.

도에 따르면 재활용품 1일 수거량은 지난 2016년 697t에서 2017년 738t으로 41t 늘어난 가운데, 재활용률이 53.4%에서 56.7%로 3.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립량도 2016년 303.4t에서 244.7t으로 20% 감소했고, 매립률도 2016년부다 4.4%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언론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5%가 재활용품 배출제 시행으로 클린하우스 주변이 깨끗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도민사회는 이같은 효과가 과연 얼마나 지속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시행과정에서 계속 지적해왔다. 가장 큰 문제는 관광객과 인구의 급증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역별 1인당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1.92kg으로 전국 평균 2배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 이후 제주도 관광객이 1천만명을 넘었고 제주도 인구도 2010년과 비교하면 1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요일별 배출제 초창기 당시 클린하우스의 모습. 이에 일부 정치계와 시민단체에서 도민의 의식 수준을 지적하고 나서기도 했다. 배출제의 혼란이 그대로 도민에게 전가한 셈이다.@자료사진 제주시

지난 2월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제주관광 수용력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주도 관광수용 가능성은 2022년이면 한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후부터는 제주도가 거두는 수익보다 도민이 치러야 할 비용이 늘 것이라는 것.

관광객 2천만을 앞둔 상황에서 생활폐기물 발생의 책임을 도민들이 떠안게 된다면 당장의 성과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를 완화하고자 도에서는 환경부담금 등 입도세를 고민하고 있지만 법률이나 지역간 형평성 때문에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하고 있다. 

쓰레기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도정의 책임을 묻자, 도정은 "과도기적 조치"라며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게 됐다. 하지만 전국 어디에도 없는 정책이다보니 낯선 배출제에 혼선이 높았고, 재활용도우미는 '시민을 감시하는 시민'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도정이나 정치계에서는 "도민의 시민의식이 성숙해야 한다"며 혼선의 책임을 도민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2016년 12월 고경실 제주시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던 '시민 엄살론'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시스템적 보완과 배출제 위한 인식 변화이 우선

결국 현재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들이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폐지하고, 상시배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시행했던 재활용품 배출제를 전면 폐기하고 도민의 불편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각 후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배출제의 시행보다는 정책적인 뒷받침과 도민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재가 남는 현 소각공법에서 열에너지로 재생산하는 선진모델의 소각공법 논의도 더욱 빨리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동북리에 추진되고 있는 환경자원순환센터의 조감도@자료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도민의 생활과 직결된 배출제를 시행하면서 불편만 가중했다는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쓰레기 매립량은 줄었지만 그 쓰레기들은 고스란히 도민들의 집 안 한켠에 쌓이고 있다.특히 맞벌이 부부 같은 경우 주중에 재활용품을 버리는 것은 엄두도 내기 어렵다. 한번 시기를 놓치면 2~3주 동안 쓰레기를 집에 묵혀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원 지사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이슈로 떠오른 쓰레기 정책에 직접 나서면서 해명하고 정책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도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는 지적이 높아지면서 더욱 근본적인 정책 추진이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쓰레기 정책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주도내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자료사진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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