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고광호/ (사)대한합기도총연맹 제주지회장, (사)한국자연경관보전회(환경부소관) 이사, 한원리장

제주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여자, 바람, 돌이 많다하여 ‘삼다도라 칭하기도 한다. 제주의 여성은 바다에서 일을 하며 바다에서 목숨을 바치며 생계를 꾸려왔고, 제주의 해녀는 해산물 채집으로 경제 활동을 해온 여성으로서 ‘잠녀, 잠수, 해녀’라고 부른다.

제주 해녀의 역사적 기원은 상당히 오랜 시기로 올라갈 수 있으나, 근대기 이후 해녀들의 노동력을 인정받고 집단 경제가 이루어지면서 해녀가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해녀문화의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 제 548호(2009.11.4.)를 제정하고, 해녀 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하여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은 2003년 유네스코 32차 정기총회에서 채택된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으로 일명 ICH 협약이라고 한다. 협약 제2조에서 무형문화 유산은 “공동체, 집단 및 개인들 문화유산의 관습, 재현, 표현, 지식, 기술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도구, 사물, 공예 및 문화 공간 모두를 의미하고 있다“라고 정의를 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생업과 문화가 총체적으로 전승 보존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주해녀는 지난 2016년 12월에 해양 생태계에 대한 독특한 지식을 지닌 전통 기술 보유자들이 만든 여성문화로서의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living heritage)이라는 측면에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제주의 해녀들은 해산물 작업 시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바다어장은 어촌계 소속 해녀들에 의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작업이 능숙한 해녀들을 상군(20m 잠수함)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초보자들의 의지를 북돋워 주기 위해 물속에서 자신이 채취한 해산물을 남모르게 건네주어 일정분의 작업량을 초보자에게 채워주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해녀들의 상호 보호와 나눔의 정신을 볼 수가 있다.

해녀 공동체는 구한말부터 ‘계’의 형태로 자생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후 출가 해녀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어업공동체가 형성되었다. 마을 어촌계의 향약은 해산물, 입어자격, 어장 관리 등을 규정함으로써 해녀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규약으로 법적 효력이 있기도 하다.

해녀물질 도구는 쓰임새가 지혜롭게 되어 있다. 태왁(생명을 보호함), 종개호미(해조류 채취할 때 씀), 빗창(전복 딸 때 씀), 소살(고기를 찌를 때 씀), 족쇄눈(작은 물안경), 단안경(큰 물안경), 대물구덕 등이 있다. 호미류나 전복을 따는 빗창인 경우 바다어장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길고 짧다.

해녀들의 전통 옷으로는 물소중이가 있고 그 위에 입는 물적삼, 머리 이마에 매는 이멍거리, 무명으로 만든 물모자 ‘까부리,’, 손가락 보호를 위한 손복닥, 물밖에 나와서 추위를 물리기 위해 입는 물채(뚜데기), 물조끼, 뽕돌허리띠 등이 있다.

1970년대 중반에 들어 일본에서 고무옷 재료가 들어오면서 물질작업 환경이 좋아졌으며, 겨울에 물질해도 크게 추위를 타지 않는다.

제주해녀의 노래에는 물질 작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출가 당시의 심정이나 혹은 가족이나 남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여정이나 향수를 노래에 담고 있다. 노래는 비극적이며 염세적인데, 노동의 한계를 인식하거나 사랑하는 님과의 이별 혹은 자신의 삶에 대한 비탄 등을 노래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민요가 그렇듯 독창과 교창, 선후창에 의해서 불러지는데, 대부분 두 사람이 노를 저으므로 선후창이나 교창이 주로 이루어진다. 선후창은 두 사람 이상이 민요를 부를 때 한 사람이 뜻있는 사설을 부르고, 다른 사람이 그 후렴을 받는 경우이다. 교창인 경우는 앞소리 사설을 그대로 따라 부르는 경우와 앞소리와 다른 사설을 부르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해녀들의 물질작업이란 생명과 연관된 것이라서 스스로의 마음의 안정과 정신적인 도구로서 무속신앙을 택하였다. 물질작업의 무사안녕과 해산물의 풍요를 기원하는 집단 공동신앙 의례로써 음력 2월1일부터 2월15일 간에 행해지는 영등굿이 있으며, 음력 3월에 날짜를 정해서 하는 ‘잠수굿’이나 축소 의례로 ‘용왕맞이’가 있다.

신에 기원하는 장소로는 해신당, 남당, 개당, 돈짓당 등이 있으며, 신 역시 바다를 주관한다는 용왕과 관련된 신들로 용해국대부인, 용녀부인, 남당할망, 같은 여신들과 어부들의 배의 신앙인 ‘뱃선왕’이 좌정해 있다.

제주의 해녀문화는 제주인의 전통문화를 대표하고 있으나, 고령화로 인해 물질하다가 인사 사고가 잦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해녀 양성과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킴은 물론 제주 해녀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야 하겠다.

현재 제주에는 해녀학교가 제주시(한림읍 귀덕리)와 서귀포시(법환리)에서 해녀를 양성하고 있으며, 제주해녀 문화학교(이사장 장정애)에서는 제주해녀의 우수성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 전파를 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해녀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해녀로 등록하기란 녹녹치 않는 게 현실이다. 해양수산 관계자도 해녀 양성에 제약 조건이 많아서 제주해녀의 미래에 대해 많은 우려를 했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현재 해녀의 평균 연령이 73세의 고령층이다. 제주도정에서는 제주의 상징인 해녀문화가 지속되어 후세에 물려줄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완화시켜 후탈 없는 제주 해녀의 위상을 격상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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