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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연중캠페인 2 - 수기] ‘자원봉사, 제주를 바꾸는 힘’ 호스피스 자원봉사, 행복한 죽음 준비김정순/ 호프피스 자원봉사 경력 2년차, 제주시 아라동 거주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3.29 05:16

호스피스는 임종을 앞둔 말기(암)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심리적 안정을 돕고 위안과 안락을 최대한 베푸는 봉사활동이다. 가족, 전문의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영양사, 음악치료사,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팀을 이루어 호스피스 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적으로 병실에 들러 해당 환자를 간호한 봉사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갖게 한다.

호스피스 봉사활동(자료사진)

저는 호스피스에 자원봉사자로 근무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16일부터 환자가 임종하신 9월 29일까지 할머니를 지켜보며 생각하고 느낀 것을 적었다.

1) 첫 만남의 기쁨

첫 봉사를 하던 날 나는 간호사의 안내를 받고 환자의 병실로 갔다. 그런데 나는 두 가지에 놀랐다. 첫째는 환자가 생각보다 아주 편안한 표정이셨다는 점이고 둘째는 큰딸과 아드님이 적극적으로 간호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환자를 처음 보던 날 나는 그분의 손을 잡으며 묵주기도를 드렸다. 그분은 큰소리로 ‘아멘’ 하시며 매우 즐거워 하셨다. 그 모습을 본 나와 가족들은 모두 즐거워했다. 그리고 특히 큰딸의 정성어린 간호는 다른 병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아마 그것은 큰딸의 신앙적인 힘에서 나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도 첫날부터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정말 하루에도 자주 병실로 찾아뵈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2) 환자와 그분의 가족들

여기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수녀님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환자 가족들간에 큰 갈등이 있어 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환자의 막내 아드님과 그의 형제들과의 갈등이 문제였다. 큰누나와 형은 늘 막내동생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막내동생 또한 그러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의 임종이 다가 오면서 그 갈등이 더 불거지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환자가 임종하시기 전에 그분에게 한번이라도 자식들이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분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3) 죽음의 문턱에서...

임종하시기 몇일 전부터 마지막 생(生)의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주사도 끊고 그저 편안히 임종을 마음속으로 준비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래도 한자는 마지막 기운을 내시면서 계속 움직이시며 말씀도 하셨다. 허리 아랫부분의 욕창이 심해서 고통을 느끼면서도 계속 움직이며 치매환자 같은 말씀과 행동을 자주 보이셨다. 가족들도 지쳐가고 나도 지쳐갔다. 나는 그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그저 덤덤해지기만 했다. 하지만 기도는 계속 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느님께서는 하시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부르실 것이라는 ‘내맡김’인 것 같다.

4) 화해와 기도

임종하시기 이틀전쯤에 나는 기쁜 소식을 수녀님으로부터 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막내 아드님과 형님이 화해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셨음에 또한 감사 드렸다. 그리고 형과 누나 그리고 막내가 모두 모여서 한 명씩 교대로 간호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 멀리서만 빙빙돌던 막내 아드님이 정말 어머니 옆에서 전적으로 간호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셈이었다. 그것은 환자가 무엇보다도 막내아들을 찾으시고 보고 싶어 하셨기에 참으로 잘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환자는 며칠간 기운내시며 계속 잠도 안 주무시다가 결국 깊은 수면에 들어 가셨다. 그리고 호흡은 더 빨라졌다. 때가 다 되어옴을 우리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보호자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간호사들이 모두 모여서 묵주기도를 바치며 환자의 영혼을 봉헌했다.

5) 그분의 임종과 나의 결론

춘천에 바자회가 있어서 다녀왔는데 돌아온 날이 28일 일요일이었다. 그날 몹시 피곤하긴 했지만 환자가 걱정이 되어 병실에 잠시 들렀다. 여전히 깊은 수면에 잠기고 계셨다. 하지만 그 모습이 그분의 살아 생전의 마지막 모습이 될지는 미처 몰랐다. 다음날 아침에 환자들 식사수발 하다가 새벽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할말이 없었다. 마지막에 그분 옆에 있지 못한 것에 너무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좀더 옆에 있어 드리지 못한 점이 후회스러웠다. 그분의 시신은 인근 병원 영안실로 옮겨졌고 장례미사도 잘 마쳤다는 소식을 접했다. 틀림없이 천국으로 가셨으리라는 믿음을 가져 본다.

그분는 생전에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무엇보다도 크셨던 것 같다. 물질적인 도움보다는 사람의 정과 따뜻한 손길을 더 그리워 하셨다. 특히 막내 아드님을 늘 입에 담고 계신 모습에서 그러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사랑으로 태어났기에 서로 사랑해주지 않으면 단 한순간이라도 버틸 수 없는 존재들인 것 같다. 수많은 호스피스 환자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나는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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