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87년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마련된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 등의 현행 헌법은 30년 전 당시에는 놀랄만한 성과였다. 그러나 만물은 변할 뿐만 아니라 변해야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세상이 3번이나 바뀌었다.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새로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정치권에서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합의라고 보아 무방하다.

헌법은 국민들의 바람과 세상의 흐름 못지않게 당대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반영되는 정치행위의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내용의 헌법 개정안으로 여야 간에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인가의 절차의 문제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도 2018년 현재 여야 모두 개헌이라는 원론에 대해서는 다 찬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시기와 헌법 개정 내용에 대해 약간의 견해 차이가 있을 뿐이다.

헌법 개정 시기와 관련하여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와 2018년 하반기 가운데 굳이 어느 시기가 좋다는 절대적 평가는 없다. 올 해 안에 개헌하는 걸로 여야가 합의를 하면서 2018년 10월이나 11월 어느 날로 국민투표 일시를 못 박아 이에 맞춰 개헌 일정이 짜이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여기서 개헌안이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에 붙이게 될 때, 그렇지 않아도 선거지형이 불리한 야당이 지방선거에서 더욱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를 조금은 감안하는 게 집권여당의 정치도의에 맞아 보인다.

문재인정부가 그 시작으로서 3월 26일 정부 주도의 개헌안을 공표했다. 4년 연임 대통령제를 골격으로 하는 권력구조에서부터 다양한 차원에서의 국민의 기본권 신장, 토지 공개념과 같은 경제민주화 조항 등 몇 가지 점에서 1987년 헌법과는 다른 전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의 개헌안이 성사될 지 여부는 북미 정상회담과 함께 2018년 상반기 정국의 주요 사안으로 등장하였다. 이제 남은 건 개헌안에 대한 야당의 입장은 무엇인지와 그에 이은 여·야간의 줄다리기 협상이며, 궁극적으로는 여야의 개헌안에 대한 여론의 흐름이 어떤가가 중요하다.

문재인정부의 개헌 발의로 일단 ‘시작이 반’이라는 의미에서 이제 개헌은 반은 이루어졌다. 정부가 개헌안을 내 놓았다고 해서 과거와 같이 무조건 정부안 그대로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기에, 정부의 개헌안 제출은 그야말로 시작일 뿐이다. 정부안을 토대로 빈곳은 채우고 넘치는 것은 추려내는 백가쟁명의 과정을 거치면서, 개헌 국민투표 일정에 맞춰 어떤 내용의 헌법안을 마련해 나간다면, 그만큼 한국 민주주의 수준도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정부의 개헌 발의는 국회가 게으름 피우고 제대로 역할하지 못한 데 따른 자극이자 재촉으로 부족함이 없다. 국회의 개헌 발의가 최선임은 삼척통자도 다 아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개헌 요구를 마냥 여의도 정치에만 맡겨두기에는 그 엄중함이 크다. 정부의 개헌안 발의를 계기로 국회에서 이에 대한 더 많은 의견 수렴을 거쳐 합의점을 찾아가는 분발을 보여주면 좋겠다. 대표적으로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의 총리 추천권도 여당이 충분히 협상 가능한 조항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차피 세상이 융·복합으로 가는 추세인만큼, 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의 틀에 고정시킬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 중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가 특히 주목할 부분은 중앙정부의 권한 가운데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에 넘겨주겠다는, 이른바 지방분권국가화의 흐름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어떤 위상과 권한을 부여 받는가 일 것이다. 당장 헌법에 제주특별자치정부가 명기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도민사회의 실망과 반발이 적지 않다. 4개의 시·군을 폐지하면서 남다른 특별자치를 꿈꾸어 온 도민에게는 배신감도 없지 않다.

필자 역시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에 제주특별자치 조항이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본다. 문제는 현 정국에서 아무리 보아도 그것은 일방적인 제주도민의 소망에 머무를 것 같아 보인다. 그렇다면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에서 제주도민이 청원할 바는 헌법에 제주특별자치 조항을 넣는 게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지방분권화의 하나로 특별지방정부를 운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헌법 개정의 정신에 부합하다는 논리가 더 유용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방분권화에서 제주는 국제자유도시-세계평화의 섬-세계환경도시 등을 추진해 온 경험을 타 지방과 나누어 갖고 함께 가는 데서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제주 예외주의나 제주 유일주의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제주의 독특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타 지방의 독특성과 함께 공유하고 나누어 갖는 지방정부의 재탄생으로 화두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중앙정부 중심에서 벗어나 각각의 지방정부가 각자의 독특성과 유일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새로이 짜는 데서, 2018년 개헌의 역사적 사명과 의의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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