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투데이)

김방훈 자유한국당 제주도지사 선거 예비후보는 지난 1월 19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지목하며 "도민을 만나면 '글머리와 일머리가 다르더라'라는 말을 듣는다"고 말한 바 있다. 원희룡 지사에게 ‘일머리’가 없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일머리가 없다’는 말은 주어진 일을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고 처리해야 하는지 몰라서 일을 그르치는 일이 잦은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이는 노동자들에겐 굉장히 모욕적인 표현이다. 일을 맡아 진행하는 이에게 ‘일머리’가 없으면 손발이 되는 부하 직원들이 좌충우돌 고생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일은 엉망진창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원희룡 도정이 밀어붙인 요일별재활용폐기물배출제의 현재 모습을 보면 원희룡 지사에게 ‘일머리’가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제주도 정무부지사로 원희룡 지사 가까운 자리에서 보좌한 김방훈 후보의 발언을 단지 선거용 공세만으로 보기는 어렵게 됐다.

요일별배출제 시범운영 기간 동안 도민들은 일방적인 정책에 불편을 호소했으나 제주도는 아랑곳 않고 전면적인 요일별배출제를 강행했다. 시행 초기 고경실 제주시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뱉은 “불편하시죠? 당연히 불편하죠. 집에 쓰레기가 쌓이니까”라는 발언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강압적인 정책 추진에 도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페이스북에는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26일 현재, 회원 3,239명)’ 그룹까지 만들어졌다. 이들은 주민의 불편을 통한 정책 실현이 아닌 주민과의 소통을 통한 정책 실현을 촉구해 왔다.

도민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요일별배출제를 강행한 결과는 어떤가. 요일별배출제는 단계적으로 완화되어 현재는 사실상 ‘매일’배출제(플라스틱, 비닐류만 격일제)로 바뀌었다. 충분한 고민과 준비를 했다는 정책이 이런 상황이다. ‘일머리’가 있는 행정 책임자가 일을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한 단계씩 도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납득시키며 단계적으로 강화하면서 요일별배출제를 완성시키지 않았을까. 이를 특별한 주문이라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상식적인 행정 절차가 아닐까.

요일별 배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제주시 당국 공무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쓰레기 행정 실무를 맡아온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요일별배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배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보고를 올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요일별배출제 완화책은 실무행정보다 도정의 정무적 선택에 따른 결과로 여겨진다. 사업의 연속성을 가지고 행정을 꾸려가야 할 공무원들이 좌충우돌하고 있는 셈이다.

원 지사는 요일별배출제 완화책을 발표를 한 다음날 카카오톡을 통해 도민들에게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고 예산을 낭비한 데 대한 사과를 하기는커녕 “그동안 불편을 참고 협조해주신 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썼다. 이어 그는 “불편을 무조건 감수해달라는 것도 어려운 부탁입니다. 이제 도민불편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라고 밝혔다. 불편을 누가 초래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민들은 여전히 ‘일머리’ 없이 추진된 ‘쓰레기 행정’에 분노하고 있다. 요일별배출제에 투입된 인력, 예산 낭비는 물론 주민 간 갈등 등에 대한 책임을 따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을 듯하다. 원희룡 지사는 사과 대신 박근혜식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며 위기를 면하고자 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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