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과의 1대1 구도를 바른미래당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제주정가가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가 도지사 선거 1대1 구도를 원했다고 발언해, 제주정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자료사진 제주투데이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그동안 일관되게 제주지사 선거에서 일대일 구도를 희망해왔다"며 "이를 위해 저도 노력을 해보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즉, 원 지사가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의 제주도지사 후보 단일화를 요청했던 셈이다. 

◎왜 원 지사는 1대1을 원하는가?

그동안 원 지사는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던 김방훈 자유한국당 제주도지사 후보를 견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공고 출신이며 오랜 시간 공무원직을 수행했던 김방훈 후보가 원 지사 표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원 지사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4일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도 원 지사는 '차기 제주도지사 후보 적합도는 27.7%로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21.1%, 김우남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12.5%를 제치고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김방훈 후보는 3%인 상태다.

문제는 2자 구도나 3자 구도일 때의 문제다. KSOI는 문대림-원희룡-김방훈 3자 구도로 갔을 경우 문대림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1대1 구도일 경우에도 원 지사가 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바른미래당 소속일 경우이며, 원 지사가 무소속으로 나섰을 때는 오히려 지지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표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조만간 원 지사가 무소속으로 나설 것이라는 추측은 제주정가에서는 기정사실화되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원 지사의 입장에서 안정적인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이 가지고 있는 보수표를 어떻게든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권·야권 모두 반발...유승민 발언 악수(惡手) 되나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 모두 원 지사를 공격하고 나섰다. 

문대림 예비후보는 논평을 통해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의 정략적 모습"이라며 "원 지사의 꼼수와 배은망덕한 요구는 각 당의 정체성이나 공약, 인물론 등을 내세워 도민들의 선택을 받기보다는 오로지 당선을 위해 자기 욕심 채우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제주도당도 황당하며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김방훈 후보는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야권 단일화는 전혀 요청받거나 전해들은 이야기가 없었던 이야기"라며 "원 지사가 아무리 지지율이 높다고 해도 통합은 이미 시기가 지난 이야기"라고 말했다. 원 지사가 야권 단일화를 원했다면 자유한국당 복당을 원해야 했다는 것.

하지만 원 지사가 지난 28일 CBS라디오에서 "자유한국당은 한참 정신 못차리고 있다"며 복당 가능성을 다시금 부정했다. 결국 자유한국당과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넌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는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제주도당도 이같은 유승민 대표의 발언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장성철 바른미래당 도당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승민 대표의 자한당 연대 발언은 조건을 전제했지만 바른미래당 창당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유 대표의 발언은 도당에서는 전혀 들은 바 없었던 이야기"라고 황당해 했다. 

결국 실제 관계자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임에도 유승민 대표가 던진 야권 단일화는 정가에 혼란만 가중시킨 셈이다. 유 대표의 발언이 바른미래당이나 원 지사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 대표가 어떤 의도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든지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에게는 악수(惡手)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KSOI의 여론조사는 제주도 거주 만 19세이상 성인 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3월 4일 1일간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발급받은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79.8%)와 유선전화(RDD/20.2%)를 이용해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수준이며, 응답률은 18.3%(유선전화면접 16.6%, 무선전화면접 18.8%)다. 2018년 1월 말 기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 지역,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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