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3재단이 처음으로 선정한 <4.3특별공로상> 해외부분 공동 수상자인 문경수 리쓰메이컨 명예교수가 <제주도 4.3사건: "탐라의 나라"의 죽음과 재생 이야기>를 지난 2월 일본 <이와나미서점>에서 출판했다. (고이삼 일본 출판사 신간사 대표도 공동 수상자)

"제주도 4.3사건으로부터 70년, 이미 많은 사람이 사건의 기억을 말 못할 가슴에 안고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재일 제주도 출신자 사이에서도 4.3사건에 대해서 거의 말을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많다."

"본문에서 말한 것처럼 4.3을 둘러싼 침묵의 벽은 이곳 일본에서도 두꺼웠다. 토쿄의 제주출신자가 밀집한 지역에서 자라난 나의 주변에서도 4.3사건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912년에 태어난 저의 아버지는 같은 고향 사람을 의지해서 오사카에 건너와서 활자 조립일을 하고 있었지만 아버지로부터도 4.3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해방 후 제주도에 귀향했지만 처음부터 밭일이나 어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1946년에는 서둘러서 오사카로 되돌아 왔고 다음 해에는 어머니도 그 뒤를 따라왔다."

"식민지시대부터 해방, 4.3사건으로 향하는 역사의 대하(大河) 속에 마치 일엽편주처럼 떠돌면서 두 사람은 오사카에 되돌아 온 것이다."

"잘 알고 있는 오사카에 어쩌면 돈 벌러 온 기분으로서의 밀항이었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그후, 아버지는 1989년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제주도의 땅을 밟지 못했고, 어머니는 고향에 가기까지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아버지보다 10여년 오래 산 어머니 역시 4.3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었다. 두 분이 4.3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것은 단지 그 현장에 없었고, 4.3이 두 사람의 생활사 속에서 결코 무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는 할수 없을 것이다."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 속 깊이 걸리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최근에 들어서 나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회한 속에서 그것에 대한 자문에 빠질 때도 적지 않다."

"오사카 재일사회에서도 1990년 전반까지는 4.3사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거세었다."

"본문에서 소개한 것처럼 일본에서의 <4.3운동>은 그러한 침묵을 깨트리고 누구나가 4.3의 비극에 관한 기억들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적의 하나로 두고 있었다."

"그리고 50주년(1998년)의 위령제를 치를 때에는 4.3특별법에 이른 제주도의 움직임과 서로 맞아서 그 목적은 꽤 달성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40년부터 50년의 공백이 있었고, 그 사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침묵 속에서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마도 이 돌이킬 수없는 공백이 있는 이상 현대사나 동시대사(同時代史)로서의 4.3의 역사 서술은 이 책을 포함해서 도저히 완전한 것은 없을 것이다."

"4.3사건의 역사 서술을 놓고 이러한 치명적 이라고 할 수있는 장애를 생각할 때 10여년에 걸친 2천명의 사람들로부터 증언을 들은 제주도 신문사 <제민일보>의 4.3취재반의 공적이 새삼 떠오른다."

"이 취재반의 중심 멤버였던 양조훈, 김종민 두 분은 4.3특별법에 기본을 둔 <진상보고조사서>의 작성에서도 또 국내외 5백명에서 6백명에 이르는 증언을 듣기 위해 동분서주했었다."

"결국 이 책도 그 서술의 많은 부분을 그들의 공적인 <제주도 4.3사건> 전6권과 <진상조사보고서>에 의거하고 있다."

"이 책을 마치면서 또 한번 양조훈, 김종민 두 분을 비롯하여 <제주도 4.3사건> 전6권과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던 모든 분들께 마음 속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4.3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을 말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모든 분들의 영전에 드리고 싶다."  

이상의 글은 저자 문경수 명예교수가 책 끝에 "마치면서"에 쓴 글인데 거의 전문에 가깝게 소개했다.

저자의 말처럼 4.3사건에 대해서 <제주도 4.3사건> 전6권과 <진상조사보고서>에 의거하고 있다는 것과 일본에서의 4.3에 대한 저자의 인식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도 4.3사건>의 이 책은 4.3에 대해서만이 아니고 <"탐라의 나라" 죽음과 재생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제주도의 신화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모두 6장 속에 16절로 나눠서 탐라의 역사에서부터 4.3과 그후를 자세하게 밝히고 직시하고 있다.

제주도를 소개하는 책으로서 처음부터 일본어로 쓰여진 책은 거의 없는데 저자는 <제주도 현대사> <왜 계속 써 왔는가. 왜 침묵해 왔는가> 외에도 한국현대사에 대한 책 등을 계속 써 왔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의 무게를 알 수있지만 더욱 큰 의미는 4.3을 포함한 제주도 역사를 잘 모르는 일본인들에게는 다시 없는 <제주도 입문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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