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가폭력으로 자행됐던 제주4·3에 대해 공식사과했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사과 이후 15년만에 이뤄진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 제주특별자치도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 70주년 추념식에서 참석해, 1948년 4월 3일을 기점으로 행해진 국가폭력에 대해 4·3유족들과 제주도민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추념식에 앞서 행방불명인 표석에 들러 헌화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이어서 문 대통령 내외는 추념식에서 4·3희생자와 유족들과 함께 위령제단 앞에서 헌화하고 분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위령제단 앞에서 분향하고 있다.@사진제공 제주특별자치도

추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이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1948년 11월 17일 계엄령 선포와 '초토화 작전'을 언급하며, "70년전 제주에서 이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해도 죄없는 양민들이 이유없이 학살 당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서 "4.3은 제주의 모든 곳에 서려있는 고통이었지만, 제주는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지워야만 하는 섬이 되었다"며 "고통은 연좌제로 대물림 되어 나라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자식들의 열망을 부모들은 스스로 꺾어야 했다"고 제주의 아픔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3 이후 제주에서 이어진 진실규명과 항거의 역사를 열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1960년 4월 제주의 중고등학생 1,500명이 3·15부정선거 규탄과 함께 4·3의 진실을 외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유신독재 시절 현기영 소설가의 '순이삼촌', 김석범 작가의 '화산도', '까마귀의 죽음', 이산하 시인의 '한라산',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 조성봉 감독의 '레드헌트',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임흥순 감독의 ‘비념’과 김동만 감독의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 故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는 세월’, 안치환 가수의 ‘잠들지 않는 남도’ 등을 열거하며 4·3의 아픔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예술가들의 노력도 열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3 70주년 추념식에서 4.3영령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제주특별자치도

문 대통령은 "때로는 체포와 투옥으로 이어졌던 예술인들의 노력은 4.3이 단지 과거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알려 주었다"며 "드디어 우리는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가폭력에 말미암은 고통과 노력에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념사에서 "더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4·3의 완전해결을 다시금 약속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유해발굴사업 추진,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설립을 위한 국회와의 협의 등을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대통령인 제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오늘의 추념식이 4.3영령들과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겐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추념사 이후 문 대통령은 위령제단에 들어가 희생자들의 이름이 쓰여있는 표석들을 둘러보고, 방명록에 "통곡의 세월을 보듬어 화해와 상생의 나라로 나아가겠습니다"라는 말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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