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제주4·3 발언이 제주 사회에서 또다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이같은 홍 대표의 발언이 오는 6·13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4·3 발언으로 제주 사회가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보수단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과 지방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 등이 다양하다.@제주투데이

◎홍준표 대표, 4·3 정의부분 문제삼고 나서

홍 대표는 지난 3일 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한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4·3추념식을 폄훼하는 글을 올렸다.

홍 대표는 "4·3 추념식이 열리는 4월 3일은 남로당 제주도당 위원장인 김달삼이 350명 무장 폭도를 이끌고 새벽 2시에 제주 경찰서 12곳을 습격했던 날"이라며 "제주 양민들이 무고한 죽음을 당한 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좌익 무장 폭동이 개시된 날"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 대표는 "이 날을 제주 양민이 무고하게 희생된 날로 잡아 추념한다는 것은 오히려 좌익 폭동과 상관없는 제주 양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홍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제주4·3은 공산폭동이라고 말한 바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모일을 4월 3일이 아닌 다른 날로 고치는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

이같은 홍 대표의 발언은 그간 4·3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힘쓰겠다고 4·3유족회에게 약속했던 것과 정반대되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상 자유한국당이 현재 논의되는  4·3특별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보수단체들은 오영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법안과 관련해 정의 부분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보수단체의 반발에 홍 대표가 힘을 실어준 것이다. 앞으로 개정안 논의가 다시금 암초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발하는 도민사회..."이념에 4·3 또다시 가뒀다"

그러자 제주 정계와 시민사회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70년 전의 아픔을 이제야 위로받기 시작한 4·3 유족들과 제주도민의 가슴에 못 박는 망발"이라며 "4·3을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이용할 생각을 버리고 제주도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바른미래당 제주도당도 "지난 수십년 동안 이념적 틀을 뛰어넘어 제주도민이 힘을 모아 4·3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의 성과를 정면 부정하는 처사"라며 "정부의 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조차 지긋지긋한 이념의 굴레에 가두겠다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당사자간에 따져야 할 부분을 당사자가 나서서 평가하는 것은 유족과 후세에게 또다른 상처가 될 것"이라며 홍 대표의 발언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도 성명을 내고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역사에 대한 무지이자, 국가 공식 입장과도 배치된다"며 "1949년 미군 보고서의 기록에 의하면 사망자의 80%가 군경 토벌대에 의해 숨졌다고 기록돼있는데 누가 희생자냐"며 반박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자유한국당을 "역사 적폐 쓰레기당"이라며 원색적인 비난도 아끼지 않았다.

◎곤란한 김방훈 후보...보수 결집, 혹은 여론 악화?

한편, 이같은 홍 대표의 발언에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자유한국당 제주도당과 김방훈 자유한국당 제주도지사 후보다. 김방훈 후보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제주4·3의 구체적인 해결을 향해 나가고 있다"며 홍 대표가 지난 3월 15일 "제주4·3의 아픔을 잊지 않고 평화와 인권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는 성명을 인용한 바있다.

그런 홍 대표가 추념일에 이같은 돌발행동을 하자 제주도당은 "4·3을 부정하거나 공산폭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4월 3일을 추모일로 하는 것에 대한 시각차"라며 해명하기에 분주했다.

그러나 제주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제주여론을 의식해 살얼음판을 걷던 김방훈 후보로서는 핵폭탄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실은 홍 대표가 김 후보와의 입장과 반대되는 태도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19일 자유한국당 제주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홍 대표는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반대활동가들에 대한 구상권 철회와 관련해, "도당에서는 지역에 대한 입장이 있어서 어떨지는 모르지만 중앙당에서의 입장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역시 강정 구상권 철회를 반겼던 김방훈 후보와 도당에게 찬물을 끼얹는 일이었다.

그동안 김 후보는 4·3이 공산폭도라고 주장하는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 등 우익단체와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우 전 지사의 행보에 적잖이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는 면도 없지 않았다. 우 전 지사 역시 "김 후보와 자유한국당 도당이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며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결국 홍 대표가 김방훈 후보보다는 우 전 지사와 우익단체에게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된 것이다.

따라서 홍 대표의 발언이 제주도내 보수단체를 집결시키는 카드가 될지, 오히려 자유한국당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결과가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홍 대표의 발언으로 화해와 상생 분위기가 다시금 흐트러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념과 정치적인 입장을 넘어서서 4·3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제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다시금 홍 대표와 우근민 전 지사가 이념의 색을 입히면서 지방선거를 두고 색깔론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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