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 했다. 1심 선고다. 중형이다.

여기서 ‘형량이나 양형 이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것은 상급심 재판을 거치면서 걸러질 것이고 최종심에서 확정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사법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1심(하급심) TV 생중계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 존엄의 최고 가치인 ‘인권문제’와 ‘무죄추정 원칙’이라는 형사법 체계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위험성이 도사려 있기 때문이다.

박전대통령은 ‘생중계를 원치 않는다’는 자필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담당 재판부는 ‘공공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중계방송을 허가 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고려대상은 ‘국민의 알권리와 공공의 이익’일 터이다.

그러나 견강부회(牽强附會)다. 억지 짜 맞추기다.

아무리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다고 해도 그것이 인권의 소중한 가치를 뛰어 넘을 수는 없다.

TV 생중계로 얻는 국민의 이익이 무엇인지도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하급심 재판 TV 생중계가 ‘대법원의 규칙’에 따라 허용했다고 해도 그 운용을 함에 있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다면 형평성에 어긋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같은 뇌물 관련 사건이었는데도 재판부는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순실씨의 재판에서는 생중계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공공의 이익보다 피고인들이 입을 피해가 더 크다’는 취지로 생중계를 불허한 바 있다.

‘만인에 평등 하다’는 법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법 앞에 평등’이거나 ‘법의 형평성’은 아닐 것이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일 뿐이다.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 진행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헌법(제10조)은 인간 존엄성과 행복 추구권을 밝히고 있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인권을 헌법의 최고 가치로 삼은 것이다.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 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헌법(제27조 4항)조항도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형사소송법(제275조의 2)도 같은 맥락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단순한 이념적 원칙에 그치지 않는다. 수사과정과 형사재판에 이르기까지 형사절차를 구체적으로 지배하는 원칙이다.

설령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 1심이나 2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 받았다고 하더라도 최종심인 대법원 확정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무죄로 추정해야 하는 것이다.

해당 피고인에 대해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줘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무죄추정 원칙’의 법리(法理)다.

그렇기 때문에 박 전대통령의 1심 재판 TV생중계는 인간존엄의 최고 가치인 인권을 침해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의 형사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하급심 TV 생중계는 ‘유죄 추정’의 편견을 심을 수 있다.

채 입증이 안 된 혐의만으로 쟁점 있는 사실관계에 포함된 판결이유까지 중계하는 것은 유죄가 확정 된 것처럼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 시킬 수 있다.

피고인을 유죄로 낙인찍는 ‘낙인 효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재판장의 입을 통해 죄종 결론이 난 것처럼 인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유죄 판결을 유도하기 위한 ‘절차적 전략 수단’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이번 1심 재판 TV 생중계에 대한 일각의 비판은 날이 섰고 까칠했다.

‘국민이 알권리’라는 이름의 생중계가 ‘전직 대통령 망신주기 식 여론몰이 재판이자 인민재판으로 변질되었다‘는 시각이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최초 과반 수 넘는 득표로 당선 된 대통령을 탄핵하여 파면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발가벗겨 저잣거리에서 매타작을 하는 짓거리‘라는 거칠고 험한 말도 나왔다.

1심 재판 TV 생중계가 ‘인권침해와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권과 알권리‘의 딜레마인 것이다.

물론 박전대통령의 잘못은 동정의 여지가 없다. 국정 혼란 등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정 관리 능력으로 인한 국정농단 책임도 크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또 제아무리 죽은 죄를 지었다고 해도 보호받아야할 최소한의 인권은 있는 것이다.

‘망신주기’ 식 재판으로 세계적 망신을 사야 한다면 참담한 일이다.

권좌에서 쫓겨난 전직 대통령을 두들겨 세계적 조롱거리로 만들어야 하는지, 안타깝고 부끄럽다.

1심 재판의 TV 생중계로 인한 인권침해 등 부작용은 박 전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재판에 연루된 어느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도 ‘사람이 먼저’라는 인본주의적 법철학을 담고 있다.

나라의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의지의 소산이다.

그런데 ‘사람이 먼저라는 인권정부’ 아래서 ‘인권 침해의 소지’가 많은 ‘1심 재판 TV생중계’를 허용한다는 것은 여간 ‘아이러니 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법언(法諺)도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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