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A표시) 바로 옆 토지에서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붉은색 원이 사건이 발색한 장소.(사진=제주투데이)

동물보호센터에 접한 밭에서 개를 때려 죽이고 땅에 매장하려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12일 오후 1시~1시 30분 사이 발생했다. 제주시 용강동에 위치한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에 접한 밭에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개 두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두 마리 모두 슈나우져로 하네스를 착용했고 미용도 잘 된 상태였다.

이번 사건을 목격한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A씨는 그 남성이 처음엔 개를 데리고 산책을 온 사람으로 생각했다. 근데 왜 외딴 곳까지 산책을 오는지 의아했다. 한편으론 보호소 근처에 개를 유기하러 온 것일지 모른다 싶었다. 그런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남성이 개의 목을 밟고 쇠몽둥이로 개의 머리를 후려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른 한 마리는 나무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보호센터 2층에서 이 장면을 모두 지켜본 A씨는 “뭐 하는 짓이냐. 멈춰라. 키우지 못 할 거면 나한테 줘라.”라고 소리치며 쫓아 내려갔다. 그 사이 남성은 개들을 데리고 달아났다.

동물학대 현장에서 발견한 구덩이. 개들을 죽이고 묻기 위한 목적으로 판 것으로 추정된다.(사진=동물보호센터 자원봉사자 제공)

A씨가 현장에 갔을 때는 개가 얻어맞던 자리에 쇠몽둥이가 있었고 근처에 구덩이가 파여져 있었다. 구덩이 옆에는 삽이 놓여 있었다.

A씨는 인근에 위치한 국립수의학검역원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차량을 보지 못 했냐 물었다. 본 적 없던 파란색 트럭이 서 있었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고는 112에 전화했다. 112에서 182로 접수하라는 말을 들었다.(182는 경찰 관련 각종 민원이나 실종신고를 접수하는 경찰민원콜센터다) 182에서는 음성 메시지를 남기라는 자동응답장치로 연결됐다. A씨는 많이 놀란 상태라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어려웠다. 그냥 넘어가야 되나 생각했다. 범죄신고 번호를 걸었는데 민원접수콜센터로 연결하는 등 경찰의 미온적 태도에 신고가 되는 사건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구덩이를 파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삽.(사진=동물보호센터 자원봉사자 제공)

그러나 동물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며 매일 보게 되는 장소에서 동물학대 사건을 목격한 A씨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동료들과 논의하고 13일 182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이번엔 동부경찰서로 전화를 걸라는 답을 들어야 했다.

A씨는 14일 오전 동부경찰서 지능수사팀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서로 내방하라는 답을 들었다. 이 과정에 대해 A씨는 <제주투데이>에 “현장과 증거물들이 이 자리에 있는데 오셔서 봐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랬더니, (경찰이) 난감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래서 가까운 파출소나 지구대로 연결해달라 하니 인근 지구대를 알려줬다. 연결이 안 되면 다시 전화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현장을 두고 경찰서를 찾아오라는 말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삼양파출소에 동물학대 진정 건이 접수됐다. 결국 이 사건은 동부경찰서 수사과로 접수됐다. A씨 등은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 경찰 측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동물학대 사건을 경찰이 심각한 범죄행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일 범행 트럭이 지나가는 길목에 SUV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면 용의자의 차량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블랙박스 영상이 삭제 되기 전에 빠르게 수사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제주동물보호센터는 임도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외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CCTV 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이번 사건의 경우 범인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는 않은 상태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번 동물학대 사건을 저지른 이로부터 보복당할까 걱정도 된다는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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