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가 많아 죽도라 부르는 '비양도'는

한림읍 협재리에 딸린 섬으로 공유수면과 국유지로 이루어져 있다.

한림항에서 북서쪽으로 5km, 협재리에서 북쪽으로 1.5km 해상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섬으로 보존이 잘 된 유일한 도서지방이다.

한림항에서 도항선으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계속된 비 날씨로 젖어 있는 아침

한림항은 비양도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만석(98명 정원)이 된 도항선은

30분 후에 한 번 더 출항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비양도

제일 먼저 초록으로 뒤덮힌 비양봉이 눈에 들어온다.

비양도 지질공원 탐방안내 지도에는

지질관찰지점, 생태관찰지점, 문화관찰지점 등 새로 색을 입혔고

비양도 탐방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2시간 정도로

해안코스(3.5km)와 정상코스가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늦게 만들어진 섬

제주도 서쪽 , 작지만 아름다운 섬 속의 섬 '비양도'

바다 한 가운데에 분석구로 이루어진 섬은

지금부터 천 년 전인 고려시대에 화산분출로 만들어진 섬이다.

작은 화산섬은 섬 전체가 원형을 이루고 있고 섬 중앙에는 비양봉과 2개의 분화구가 있다.

고려시대 중국에서 한 오름이 날아와 비양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작은 항구 주변으로 제주를 바라보며

마을이 형성되어 굳이 자동차가 없어도 다닐 수 있는 곳으로

드라마 <봄날>이 촬영되면서 비양도가 알려졌다.

주민들의 주산업은 어업이지만 밭농사를 겸하고 있고

여름철에는 낚시꾼으로 붐빈다.

비양봉은 화산 봉우리로 정상까지는 500m이다.

섬이면서 기생화산으로 용암 분출에 의해 형성된 비양봉은

해발 114.1m, 비고 104m로 복합형 화산체이다.

6개의 봉우리로 된 비양봉과 2개의 분화구로 구성되어 있다.

하늘을 향해 풋풋하고 순수한 하얀 얼굴의 '찔레꽃'

바닥에는 봄비에 떨어진 '보리수나무'의 꽃잎으로 하앟게 깔리고

넓다란 잎의 '산뽕나무'에는 열매가 벌써 검붉은 색을 띠며 침샘을 자극한다.

1년 전 모습과 많이 달라진 비양봉 정상 가는 갈래길에는

친환경 야자매트를 설치한 1,050m의

새로운 탐방로가 만들어졌다.

북쪽의 분화구 주변에는

비양나무(쐐기풀과/낙엽활엽관목)군락이 형성되어

제주기념물 제48호인 비양도의 비양나무자생지로 지정,

우리나라 유일의 비양나무 자생지로 보호되고 있다.

 

재선충으로 파헤쳐진 등성이에는 붉은 흙길이 드러나고

잘려나간 소나무 흔적, 그 아래에는 들깨가 자람터가 되어 초록빛으로 채워간다.

한 해는 염소들이, 또 한 해는 소나무 재선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비양봉은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게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초록바다, 한림항과 협재해수욕장의 은빛모래

한눈에 담기에는 벅찬 아름다운 풍광이 그림같이 펼쳐지지만

흐릿한 날씨 탓에 시야가 좁아 아쉽기만 하다.

자람터가 되어버린 정상에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바닷바람과 봄비에 꽃잎을 닫아버린 선괭이밥

염소들의 흔적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고

산책 나왔던 염소들은 사람의 움직임을 느꼈는지 재빠르게 몸을 숨긴다.

비양봉을 내려와 해안길로 접어들었다.

해안선 길이는 3.5km로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고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기암괴석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1002년 분출한 화산으로 사서에 기록된 비양도는

가장 최근에 분출한 화산체로 화산지질학적으로 흥미로운 섬이다.

특히 섬 속에는 분석구인 비양봉과

화산생성물인 특이한 모양으로 서 있는 바위 호니토(hornito),

초대형 화산탄 등 지질현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살아있는 화산박물관'이라 한다.

돌 위로, 돌 틈새로

어릴 적 갯거시에서 잡았던 살이 오른 '쪽쪽보말'

해녀들이 바다에서 금방 건진 바다 내음을 가득 담은 톳과 미역들을

담고 갈 가지런히 놓여 있는 수레들이 정겹다.

굴뚝처럼 서 있는 암석이 보인다.

큰 것은 굴뚝모양, 작은 것은 팽이버섯 다발 모양을 하고 있는데

비양도에서만 볼 수 있는 호니토이다.

호니토는 용암류 내부의 가스가 분출하여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로

보통 내부가 빈 굴뚝 모양을 이루며 이곳에서만 관찰된다.

주변으로 배개용암 등의 기암괴석들이 형성되어 있다.

비양도에 분포하는 40여개의 호니토 중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호니토는

높이 4.5m, 직경 1.5m로

애기 업은 사람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애기 업은 돌'로 불린다.

자람터가 되어버린 펄랑못 주변은 염생식물들의 천국이다.

바위 틈에서 봄을 기다리던 '암대극'은 펄랑못을 봄빛으로 물들였다.

돌돌 말린 꽃잎 속에는 무얼 숨기고 있을까?

보석처럼 피어난 '멍석딸기'

바닷가에서 자라는 금방 날아갈 것 같은 나비를 닮은 바닷가 '갯완두'

언제부터 펄랑못이 자람터가 되었을까? 외래식물 '양장구채'

잘록한 열매가 염주을 닮아 붙여진 이름 '염주괴불주머니'

짠 맛 나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 갯상추라 불리는 '번행초'

낮과 밤을 까먹었을까?

달맞이꽃에 비해 작아 붙여진 '애기달맞이꽃'

대표적인 봄나물이면서 봄철 약초로 많아 헷갈리게 하는 '벋음씀바귀'

바닷가 바위 틈에서 여름을 기다리는 '갯까치수영'

모래땅에서 자라는 '모래지치'의 고운 향은 발길을 멈추게 하고

꽃과 잎이 만날 수 없어 애틋한 '갯질경'

물에 잠겨도 근심걱정 없는 시원한 초록 잎사귀가 풍성해 보인다.

비양도 동남쪽에 위치한 초승달 모양의 '펄랑못'은

염습지로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간만조, 수위를 형성한다.

과거에는 경작지로 사용되어 왔는데 바닥에 펄이 많아 펄랑호라 부르고 있다.

주변에는 황근, 암대극, 해녀콩, 갯질경, 나문재, 갯잔디 등 염생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목재 데크를 비롯한 산책로가 설치되어 휴식 공간을 만들어준다.

98명이 정원인 '비양도 천년호'

맨 마지막으로 줄을 섰다.

승객들을 내려주고 기다리는 승객들을 태우는 동안

선물같은 하루도 함께 실었다.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솟은  비양봉은 봄빛으로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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