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맞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반대대책위를 구성하고 투쟁한 지 4000일째 되는 날이다. 주민들은 아직 진상규명도 명예회복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이름을 뒤집어 쓴 해군제주기지가 점점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평화의 섬'에 걸맞지 않게 외국의 군함과 핵잠수함들이 드나들며 논란을 빚기도 하고 각종 폐기물을 배출로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10월 국제관함식을 열겠다는 국방부의 방침에 분명 강정마을은 총회를 통해 유치 반대 의사를 천명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를 무기 진열장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국방부가 개최 여부를 명확이 밝히지 않고 있다고 주민들은 지적한다. 강정해군기지 반대투쟁 4000일 문화제를 맞아 강정지킴이들의 목소리를 4회에 걸쳐 싣는다. 두 번째 순서는 강정해군기지반대 운동에 동참해 '강정친구들'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혜영 씨가 맡았다.<편집국>

매주 목요일 강정마을을 찾아 시를 낭송해 온 김경훈 시인. 그는 '강정木시'로 통한다.(사진=강정해군기지반대대책위 제공)

그 처음을 기억하고 있다. 제주4·3 알려온 김경훈 시인이 ‘강정 木시’라 불리기 시작한 날 말이다. 제주시에서 밥과 술을 먹다가 문정현 신부님과 약속을 했다고 했다. 앞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강정에 와서 인간띠잇기를 하는 시간에 시를 낭송한다는 약속이었다. 2016년 4월이었다.

이후 김경훈 시인은 ‘강정 木시’가 불렸다. 그가 쓰고 낭송하는 시들은 항상 가볍지 않았다. ‘지금, 여기,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시가 됐다. 또 1949년 2월 4일 봉개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제주 4·3 당시 국가는 제주도민은 어떠했는지 말하기도 했다.

'목시'가 내뱉는 시들은 눈앞에 있는 기지를, 이지스 구축함을, 핵 잠수함을 하잘 것 없는 것으로 찌그러뜨린다. 목시는 때로는 금(金)시, 토(土)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전날 과음을 해서,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야해서, 차가 퍼져서, 손주를 돌봐야 해서 또는 불법주차로 차가 견인되어 못 올 때도 있었다. 그럴 때엔 참석이 어렵게 돼 속상하다며 미리 연락을 해왔다. 약속에 대한 책임이며 우정이었다.

제주해군기지는 2016년 2월 26일에 준공식을 가졌다. 기지가 다 지어졌으니 주위에서는 다 끝난 일이라고들 했다. 연대하던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현장에 남은 사람들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기지가 지어진 것이 싸움의 끝이 아니었다. 기지를 테스트 하기 위해 미 이지스함이 들어왔고, 때때로 전투기가 날아다녔다. 준공식을 했지만 기지 안 공사는 계속되었고 강정천과 강정 바당 주변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 군가가 마을을 휘젓고, 군함의 뱃고동 소리는 여전히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을 놀라게 한다.

독립출판된 『강정木시』는 일반 서점에는 배포되지 않는다. <강정친구들> 카페(http://cafe.daum.net/gangjeong79s/VUxt/9)나 제주 곳곳의 작은 책방들에서 구입 할 수 있다. <편집국>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하던 백배와 인간띠잇기는 해군기지 정문으로 위치를 옮겼다. 해군기지가 준공되고 난 후의 변화는 위치뿐이었다. 단 한순간도 싸움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구럼비를 되찾을 때까지 해군과 함께 할 수 없다’는 마을 삼춘의 말이 구호가 되었다. 구럼비를 잃은 줄 알았는데 우리가 스스로 구럼비가 되었다.

고립되고 반복되는 싸움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강정을 방문했다. 김경훈 시인도 그들 중 하나다. 그와 같은 매일 매일의 시간이 층층이 쌓여 강정투쟁 4000일이 되었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진행되는 인간띠잇기 역시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폭설이 내렸을 때도, 비가 내릴 때도, 무더운 한 여름에도. 사람이 많건 적건, 매일 낮 12시 해군기지 정문(할망물 로터리)에서 인간띠잇기는 이어져왔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우리들이 잡고 있는 손의 힘으로 구럼비를 되찾을 때까지’ 아닐까. 그와 같은 시간을 '강정 木시'는 함께 했다.

강정 투쟁 4000일을 맞아 김경훈 시인이 낭독해온 시들을 모아 『강정木시』를 독립출판했다. 김경훈 시인이 낭독할 때 친구들은 그 날의 느낌을 적었다. 그 글들도 일부 담고 있다. 또 하나의 강정에 대한 기록인  『강정木시』는 '기억 투쟁'이며 폭력에 대한 문학적 저항이며 우정의 악수이기도 하다. 『강정木시』가 많은 이들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최혜영 '강정친구들' 사무국장)

김경훈 시인과 최혜영 '강정친구들; 사무국장.(사진=강정해군기지반대대책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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