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제주 '보물섬-걸으멍 보멍 들으멍' 화면 캡쳐. 오른쪽이 프로그램 진행자 정신지 씨. 왼쪽은 강정마을 주민 고시웅 씨.

뉴스가 아닌 교양프로그램에서 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마을을 다루며 잔잔한 화제가 됐다.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로 인한 주민들과 평화 운동을 상처를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교양 프로그램이 다뤘다. 지난 1일 저녁 방송된 제주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KBS제주의 교양프로그램 '보물섬-걸으멍 보멍 들으멍'(PD 오수안·양천호, 진행 정신지)팀이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강정마을이 반대 운동이 금기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의 시도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보물섬은 방송에서 벽을 세워온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제주의 한 풍경으로 다뤘다.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를 감시하는 활동가를 만나고 얘기를 듣고, 변화한 강정마을의 모습을 담았다. 87세의 강정주민을 만나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다시 평화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는 목소리를 들었다. 기계적 중립에 입각한 뉴스 보도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보물섬' 화면 캡쳐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매일 이어지고 있는 인간띠잇기 등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활동도 카메라에 담았다. 진행자가 주민, 활동가들과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도 방송을 탔다.

해군기지로 갈등하는 강정마을의 모습을 시사프로그램에서조차 다루길 꺼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던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이와 같은 KBS제주의 변화가 도민들은 반가운 눈치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KBS제주의 ‘새노조’는 지난 파업 당시 언론 적폐를 청산하고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면서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도내 갈등 현장을 직접 찾아 도민들을 만나고 함께 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도민들과 마주했다. 거리농성장에서 도민들과 함께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보물섬 화면 캡쳐

지난해 KBS 파업에 참가한 이송은 PD는 제주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강정 문제를 두세 번 정도 취재했었는데, 당시에 그들의 아픔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 파업을 해보니까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다시 보게 됐다. 현장에 취재가면 대표 인터뷰를 하고 마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면 아침부터 나와서 현수막을 드는 사람들, 대표들 뒤에 서 있는 사람들, 함께 모여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었는지. 개인적으로는 이번 파업에서 그런 점을 느끼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단순히 카메라를 내려놓고, 마이크를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제2공항 등 지역 현안이 산적한 제주. 파업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KBS제주가 도민과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것을 기대하게 된다.

보물섬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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