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독특한 숲 곶자왈

숲을 들어서자 상산나무가 내뿜는 상큼한 내음,

땅을 밟을 때 마다 느껴지는 흙내음, 속삭이듯 새들의 맑고 고운 노래소리

하늘을 가린 우거진 나무 사이로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숲길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밀림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

원시적인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산책로 한 가운데 터를 잡은 '개족도리풀'

여름으로 착각했을까?

일찍 세상 밖으로 나온 악취를 풍기는 '세발버섯'

뱀이 머리를 쳐들고 있는 듯 사약으로 사용되었던 '천남성'

시원스런 커다란 잎의 '큰천남성' 무리는 시선을 제압하며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두운 숲 속...

녹색의 나뭇잎 사이로, 돌 틈 사이로 눈을 사로잡는 한 무리의 '새우난초'

낙엽수림대 아래에는 다양하고 오묘한 빛깔,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 은은한 향기로 유혹하는

봄의 여신 '새우난초'의 봄 향연이 펼쳐진다.

새우난초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 서해안 일대에 자생한다.

잔뿌리가 많이 달린 뿌리줄기가 새우를 닮았다고 하여 '새우난초'

꽃 모양이 웅크린 새우 등을 닮았다고 '새우난초'라 불린다.

물결치듯 긴 타원형의 깊은 주름이 있는 넓은 잎은

두해살이로 첫해는 2~3개가 뿌리에서 나와 곧게 자라지만

이듬해는 옆으로 늘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잎은 흔적없이 사라진다.

4~5월이면 잎 사이에서 나온 꽃줄기에서 입술모양의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리는데

꽃잎은 흰색이나 연한 자주색 또는 적색으로 피고

꽃받침 조각은 자주빛 또는 녹색이 도는 갈색으로

꽃잎과 꽃받침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열매는 7~8월경 밑으로 처지며 달리고

염주모양의 뿌리는 1년에 한 개씩 생기고 포복성으로 벋으며  

새우등과 같은 모양의 마디가 많고 잔뿌리가 많다.

그 모습이 새우등처럼 굽어 보인다.

서양란의 화려함과 동양란의 향기를 가진

곶자왈의 숨은 보석 '새우난초'

햇빛이 들지 않는 반그늘지고 습도가 높은 비옥하고 물빠짐이 좋은 곳이 자람터다.

때로는 빼어난 아름다움은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어느 집 정원이 자람터가 되어버렸다.

세월이 흔들고, 사람이 흔들고...

꽃과 잎의 아름다운 조화는 야생에서 훼손이 심각하다.

관상가치가 높은 새우난초는 원예, 조경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청초한 모습의 곶자왈 터줏대감 '새우난초'

새우난초가 꽃망울을 터트리던 순간을 떠올리면

발 동동, 손은 떨려오고 설레는 마음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꿈 속에서 만난 듯 반나절이 금새 지나버린다.

한라새우난초는

새우난초와 금새우난초의 자연교잡종으로 4~5월에 개화한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탓에

무분별한 채집과 도채가 심각한 수준이다.

해발 500m 이상의 지역에서 자라고, 꽃은 7~8월에 핀다.

 

곶자왈, 그곳에는 인간들의 시선을 피한 세월의 흔적

내가 고향을 사랑하듯 새우난초도 제 고향 곶자왈을 사랑한다.

언제나 4월이 되면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기다려주는 '새우난초'

너의 꿈꾸는 고향이 사람들에게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살며시 숨어 있길 바란다.

겨울나무들은 잎을 만들며 곶자왈의 봄은 무르익어가고

나뭇잎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고운 햇살,

바람도 잠시 쉬어간다.

새우난초와 반나절을 웃고 지냈는데도 이별의 아쉬움

너를 만나러 왔을 때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어주길 바란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