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이다. 어느 후보가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언론들은 '박빙승부'를 예상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선거철 단골메뉴가 있다. 바로 '사표론'이다. 박빙 승부에서는 군소 후보들에 대한 사표론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선거철마다 고개를 내미는 사표론. 군소 후보 내지는 군소 정당에 표를 던지면 ‘죽은 표’가 된다는 이 주장은 아직 힘이 세다. 한 후보 내지는 정당을 ‘거악’으로 설정하고, ‘차악’을 택해야 한다는 이 논리의 유래는 퍽이나 오래됐다.

결선투표제가 없고 작게 나누어진 선거구에서 단 한 명만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현 선거제도 아래에서 사표론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사표론을 제기하는 측은 여야, 정당의 구분이 없다. 그러나 지난 대선 이전까지 상당 기간 동안 강력한 보수 진영의 후보에 맞서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한 진보 세력 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때론 구걸의 양상을 보이기도 하고, 때론 협박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하는 사표론. 사표론을 제기하는 진영은 자신들이 패배했을 때 그 패배의 책임을 타 후보와 그 지지자들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박빙인 2강과 3약 구도인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도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사표론 내지는 군중심리에 기인한 ‘될 놈’을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투표 행태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표론은 이제는 마치 하나의 선거전략처럼 사용되고 있다. 사표론을 제기하는 이들은 더이상 타 후보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신념의 부정을 요구하는 데 있어 아무런 저항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표론을 제기하는 측은 일면 합리성을 내세운다. 그 ‘합리적’ 논리는 단순하다. “눈앞의 ‘최악’을 제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사표론에 맞서는 진영에서 볼 때 사표론은 현행 선거제도의 비민주적인 고리를 이용해 정치적 신념을 버릴 것을 요구하는 궤변일 뿐이다. 유효한 선거전략이든 궤변이든, 사표론은 적어도 ‘정책선거’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혼전 양상인 제주도지사 선거가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진영은 서로 의혹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상황이다. 사표론이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그리 넉넉지는 않아 보인다. 각 진영이 여타 다른 '꼼수'에 한눈팔지 말고 자신의 정책을 갈고다듬어 후회가 남지 않는 깔끔한 진검승부를 벌이길 기대한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