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울었다”고 했다. “밤새 울며 잠을 설쳤다”고 했다.

6.13지방선거 관련 토론회 도중에 피습당한 원희룡 무소속 예비후보의 딸 이야기다.

지난 14일 ‘제주제2공항 관련 원 포인트 도지사 예비후보 합동 토론회’가 있었다.

5명의 도지사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인터넷 매체인 ‘제주의 소리’가 공동주최했다.

토론회가 마무리되어가는 오후 5시 20분경,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방청석에 앉았던 제주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부위원장 김모(50)씨가 느닷없이 단상으로 뛰어 오르며 원 예비후보에게 계란을 던졌다. 주먹으로 얼굴도 가격했다.

순식간이었다. 4~5초 사이의 찰나였다.

단상은 아수라장이었고 경악한 방청석은 놀라움으로 어안이 벙벙했다.

폭력을 행사했던 사람은 제지과정에서 흉기로 자해했고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졸지에 습격당한 원 예비후보 역시 인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선거관련 토론회에서 토론자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했던 일은 제주선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연히 전국적 이슈가 됐다.

원 예비후보 딸이 ‘눈물의 호소’를 했던 이유다.

충격적 소식을 전해들은 딸은 아버지의 페이스 북을 통해 ‘화나고 속상한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딸의 호소는 ‘아버지를 실컷 욕해도 좋으니 때리지만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반대표를 던지고, 비방하고, 계란을 던지고, 무슨 짓을 해도 좋지만 제발 몸만은 건드리지 말고 때리지만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식이 매 맞는 것을 모른 채 하는 부모는 없다.

부모가 매 맞은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자녀도 없을 터이다.

속상하고 화가 나는 울분은 부모로서, 자녀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가족은 서로 서로 소중하고 애틋한 사랑의 관계인 것이다.

원 예비후보의 딸도 그런 가족과의 그런 관계다.

딸은 페이스 북에서 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오랜 멍으로 남을 터이다.

사실상 아버지를 건넌 2차 폭행 피해자인 셈이다.

이러한 가족 관계가 아니더라도 이번의 ‘토론회 폭력’는 야만적이고 비이성적이고 반민주 적이다. 문명사회에서의 일탈이다.

계란을 준비하고 흉기까지 소지했던 계획적 폭력이라면 악의적이다. 무섭고 섬뜩하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폭력은 정당화 할 수 없다. 용납되어서도 아니 된다.

폭력은 정의에 대한 반동이며 인간존엄에 대한 반역이다.

비폭력 성인(聖人) 간디는 ‘폭력은 짐승의 법칙’이라 했다. 폭력의 비 인간성을 지적한 것이다.

‘사람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도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내는 꽃이라도 폭력의 수단으로 동원 될 때는 흉기가 되고 독기를 뿜어낼 수 있다는 깨우침이다.

이번 ‘선거토론회 폭력’이 아무리 그럴듯한 이유와 명분을 내세워도 설득력을 얻을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다섯 명의 도지사 예비후보도 한 목소리로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도지사 예비후보는 순발력을 발휘해 폭력제지에 나섬으로써 주목을 받았다. 보기에 좋았다.

문 예비 후보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즉시 원 예비후보에게 위로를 보내고 ‘하루빨리 안정을 바란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좋은 인상을 남겼다.

원 예비후보도 마찬가지다.

‘몸을 던져 더 큰 불상사를 막은 관계자와 문대림예비후보에게 진심으로 감사 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폭력을 행사했던 자해 가해자에 대해서는 ‘극단적 방법을 써야 했던 마음을 헤아려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쾌유를 기원했다.

가슴에 계란공격을 받고 얼굴에 주먹 가격을 당하면서도 원 예비후보는 중심을 잃지 않았다.

이에 대해 ‘맞고도 가만히 있느냐. 짜고 치는 연기’라는 악의적 인터넷 댓글도 있었다.

그렇지만 신체 피습의 위기상황에도 의연하고 놀라운 자제력을 보였다. 폭력행위에 주눅 들지 않은 당당한 정치적 내공을 읽을 수 있었다.

속내야 어떠하든, 치열한 경쟁관계의 두 예비후보가 ‘위로’와 ‘감사’를 주고받았던 것은 평가 받을 일이다.

원 예비후보의 가해자에 대한 연민과 용서의 마음도 그러하다.

아무리 적대 관계라 해도 ‘위로’와 ‘감사’와 ‘용서’의 마음은 위기에는 서로 도울 수 있다는 화해와 화합의 신호로 읽혀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사건이후 벌어지고 있는 예비후보들 간의 치고받기 식 공방을 보면 그렇다. 앞서의 ‘위로, 감사, 용서’는 그러기에 체면치레 립 서비스일 뿐이었다.

선거전이 너무 혼탁해지고 주고받는 공방이 너무 살똥스럽기 때문이다.

증상과 모략, 모함과 음해와 가증스런 온갖 마타도어가 선거판을 더럽히고 있어서다.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달려올라 오고있다.

내용은 지저분하고 행동거지는 낯 두꺼운 철면피처럼 부끄러움이 없다.

‘골프장 명예회원권 수수 의혹’, ‘항공편 지원 개소식 인원 동원 의혹’ 등은 반칙과 변칙의 세레머니다.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적 흠결이 어느 정도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토호권력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공짜에는 은밀하고 음습한 청탁이 숨어 있다. 불법과 불의를 키우는 자양분이다.

이 같은 토양에서 어떻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가 자랄 수 있겠는가. 웃기는 일이다.

그런데도 관련 예비후보 소속 중앙당 원내 대표라는 사람은 “골프장 명예회원이 명예(제주)도민과 다를 것이 뭐냐”고 응수 했다. 주장은 황당하고 변명은 엽기적이다.

‘눈 가리고 아옹’식이다. 골프장 명예회원권과 명예제주도민도 구분 못하는 청맹과니나 다름없다.

제주도민의 수준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하고 독선적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골프장 그린피를 공짜로 이용하는 ‘명예회원증’이 문제될 것이 없다면 ‘뇌물을 받아도 괜찮다’는 말이 아닌가.

“골프장 그린피 공짜의 명예회원권을 받았다면 사실상 뇌물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일반의 인식을 비웃는 것이어서 그렇다.

썩을 대로 썩은 정치인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영국 경제학자였던 콜린 클라크(1905~1989)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 한다’고 했었다.

정치가는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치고 정치꾼은 자신을 위해 나라를 이용 한다‘ 퐁피두(1911~1974) 전 프랑스 대통령의 어록도 같은 맥락이다.

제주도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를 뽑을지,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는 정상배(政商輩)를 뽑을지, 선택과 책임은 오로지 유권자인 도민의 몫이다.

마침 내일(22일)는 불기(佛紀)2562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부처의 가르침에서 올바른 선택의 지혜를 찾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