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꽃 '산딸나무'가 반기는 시멘트 길 따라 걷다보면

신례천(새기내)를 따라 펼쳐지는 이승악 생태숲길이 이어지고

봄에 떨어진 퇴색된 갈색의 낙엽

땅에서 올라오는 흙 냄새와 숲이 주는 시원하고 상큼함

초록빛 가득한 여름향기로 숲을 채워간다.

이승악 생태숲길은

신례마을공동목장 내 이승악 순환코스(3km)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1코스와 

신례천 생태탐방로인 생태숲길 2코스(3.1km)가 있다.

 

숲 속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루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듯 하지만 무질서 속에 질서를 유지한다.

물엉덩이를 만든 계곡에는 초록이끼가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거대한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리는 생명 강한 나무

켜켜이 쌓인 낙엽 위로, 얕은 뿌리가 지상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고목은

쓰러져 썩어가지만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한다.

상록수와 낙엽수들이 울창하게 자라 숲바다를 이루는 '해그문이소' 

'해그문이소'의 '해그문이'는

나무가 울창하고 하천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밝은 대낮에도 해를 볼 수 없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소'는 하천 단면의 깍아지른 절벽 밑으로

깊게 물이 담수되어 검푸른색을 띠고 있다.

가느다란 폭포수가 떨어지는 '해그문이소'

'해그문이소'로 이어지는 하천은 넓게 펼쳐진 융단이 깔린 모습으로

하천 아래로 발을 디디면 높은 절벽 위로

하늘 높이 뻗은 구실잣밤나무가 숲터널로 하늘을 뒤덮고 있고

불타는 듯 사이사이 숲이 있어 더 흐드러지게 핀 색감 고운 참꽃나무

아침 햇살은 바람이 잎을 흔들때 마다 눈이 부시다.

하천 절벽은 병풍이 펼쳐진 듯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숲

나무 그늘 밑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부생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여 부엽토에서 양분을 얻어 살아가는 식물이다.

숲속의 요정들은 투명한 종이인형처럼 속살이 보일 듯 하다.

 

해그문이소의 숨겨진 보물

초록 이끼 위로 백마의 머리를 닮은 '나도수정초'가 눈에 들어온다.

하얗게 피어나는 모습이 수정을 닮았을까?

'하얀 수정처럼 빛난다'하여 '나도수정초'라 불린다.

나도수정초는

노루발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부생식물이다.

비늘모양의 빽빽한 어긋난 퇴화된 잎과 줄기는 기둥모양으로 곧추 서고

다 자란 길이는 10~15cm 정도이다.

5~6월 흰색의 꽃은 줄기 끝에 종모양으로 밑을 향해 달리고

열매는 머리를 숙이고 땅을 향한다.

하얀 얼굴 속에 숨겨 있는 파란눈을 가진 외눈박이 외계인일까?

백수정을 닮은 고개를 숙인 모습이 '백마의 머리'를 닮았다.

수정란풀은

꽃이 피는 시기는 나도수정초보다 늦은 7~8월이다.

누런색의 암술과 열매가 위로 향하는 모습이 나도수정초와 구별된다.

 

나도수정초는

수정란풀과 통합되어 부르다 지금은 분리된 종으로

5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고

청색의 암술과 열매는 머리를 숙이고 땅을 향한다.

변신의 귀재

찰칵거리는 소리에 분명 놀랐을텐데 꼼짝도 않고 한참을 버틴다.

얼음, 땡!

시멘트 바닥을 벗어나 풀밭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큰점나도나물'

잡초로 보지말고 이름을 불러달라고 눈길을 보낸다.

허리를 굽히고 바라보니 작은 바람에 살랑거리는 순진한 모습이 참 곱다.

 

해그문이소에서 머문 계곡의 아침은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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