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23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신구범 전 지사는 23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5일 신사도(신구범을 사랑하는 도민모임)의 출마 촉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신 전 지사는 먼저 "출마 촉구를 한 신사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랑과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가 예비후보 시기부터 비방, 폭로, 고발, 고소 등으로 제주 선거판을 몰아가고 있어, 제주를 걱정하고 바른 미래를 위해 똑바른 도지사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의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 전 지사는 "여러분(신사도)의 출마 촉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신 전 지사는 "원희룡 후보는 당시 넉넉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고소, 고발, 폭로를 할 이유가 없었다"며 "저는 그런 원 후보와 4년 전 비방 없는 아름다운 정책선거를 치렀기에 패배해도 너무 기뻤고, 감사했다"고 당시 선거 분위기를 회상하면서 말했다. 이어서 신 전 지사는 "그러나 지금의 선거 행태를 볼 때 20년 전의 선거로 퇴행한 상태에서 이런 선거판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전 지사는 "4년 전 깨끗한 선거를 했던 원 후보는 언론인까지 고발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정책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선거 분위기)가 된 것에 대해 후보만이 아니라 언론과 제주도민문화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전 지사는 "프란시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정치는 공익을 위한 것이며, 공익을 위한 정치를 할 자질을 갖춘자가 하지 않으면 이기적이요, 사익을 목적으로 정치를 하면 부패한 일'이라고 말했다"며 "제주도민이 부패한 사람을 생산하지 않도록 선거문화를 바꾸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23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날 신 전 지사는 이번 자리를 빌어 후보와 언론에게 충고하고자 한다며 의견을 개진했다.

먼저 신 전 지사는 "도지사 후보는 "도지사 후보는 자신이 후보의 자질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지사는 "서울대 출신이나 고시 합격이 중요하지 않으며, 내가 공익을 위해 헌신한 준비가 됐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출마해야 한다"며 "적어도 제주의 미래를 세팅하고 정책으로 추진해 도민의 공감을 얻어내는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신 전 지사는 제주에 대한 시대정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전 지사는 "시대정신은 4.3의 진실에서 나온다. 70년간 우리는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며 "4.3의 진실은 1998년 11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공산주의자의 폭동이었고,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이 학살된 것"이라고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신 전 지사는 "4.3을 민중항쟁으로 간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을 공산주의자로 모는 일"이라며 "4.3의 진실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도출하지 못한다면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을 불명예스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 전 지사는 언론이 이야기하는 '제주판 3김' 비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신 전 지사는 "예전 언론에서 이번 도지사 선거를 '무덤을 향해 가는 3김. 잔영이 소환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라는 글을 봤다"며 "도대체 3김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누구를 대상으로 비교평가해서 결론내렸느냐"고 지적했다. 신 전 지사는 "3김 말고는 원 지사 밖에 없는데, 모든 전직 지사들이 공과가 있으니 함께 평가해야 온당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신 전 지사는 "초대 민선지사때부터 언론이 도지사 선거 망친 주범이었다"며 "특정 언론이 선거문화를 망치고 왜곡하고 도민의 여론을 조작했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 전 지사는 "지금 제주도 언론들이 제주 미래를 무덤으로 끌고가는 과오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정말 이번 선거를 통해서 제주사회가 공정한 선거 치르고 언론이 제3자로서 중립을 지키고 심판자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면 3김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전 지사는 출마의 의지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다. 신 전 지사는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은 정계를 떠난 지 15년만에 복귀했고 그 나이는 93세였다"며 "4년 후 80세 나이의 제주도지사가 복귀한 제주판 3김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근민 전 지사의 행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신 전 지사는 "그것까지 포함해서 하는 말"이라고 답했다.

한편, 신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 소속임에도 이번 선거에서 김방훈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를 돕지 않는 이유를 두고 "지금 지지율 수준으로 봐서는 협력하는게 의미없다"며 "개인적으로 정책구상을 하고 있지만 가치있게 발현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유력후보를 도울 마음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 전 지사는 "아직 구상단계이며, 구상을 정리하게 되면 찾아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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