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러코스터를 탄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정치적 기 싸움도 이 정도가 되면, 기예에 가깝다. 1950년 한국전쟁의 악연 이후 70년 가까이 되는 얼어붙었던 북미관계가 하루아침에 해빙된다는 기대가 애초에 무망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언가 한걸음 한걸음 미래를 향한 변화의 가능성은 보인다. 평소 트럼프나 김정은 모두에 대해 호감이 없었던 필자였지만, 그래도 장군 멍군 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나가는 두 정상의 속셈과 기개가 사뭇 이채로워 보이기도 한다.

6월 13일 지방선거 하루 전인 12일의 싱가포르 회담을 놓고 북미가 신경전을 벌이는 건, 오히려 자연스런 정치적 게임이자 외교적 줄다리기로 보아도 무방해 보인다. 문제는 한반도이다. 북한과 미국은 그렇다 치고, 남과 북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북미가 줄다리기 한다고 남북도 같이 덩달아 기 싸움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남한부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비핵화 진전에 맞춰 진행될 한반도 포함 동아시아 교류협력의 물결을 어떻게든 활용하여 남북 모두에게 이득이 되도록 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다.

여기서 제주도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며칠 전 한국일보 김수종 주필은 제주미래담론의 글을 통해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거론되는 작금의 변혁적 상황에서 제주도가 너무나 안이하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그렇다. 북한개방을 통해 북한으로의 관광을 대폭 유인해 가는 한반도-동아시아 신질서가 도래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지정학과 아름다운 풍광 덕분으로 해서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을 받아왔던 제주의 위상과 여건이 크게 변하게 될 것임을 뜻한다. 만약 사안이 그렇다면, 이제 제주의 미래에 대한 구상과 비전도 크게 수정되고 보완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2018년 현재 극심한 분열과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제주 신공항 문제이다. 여기서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의 대거 입도를 전제로 기획되고 추진되는 성산 제2공항은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탈냉전이 이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이 4월 27일과 5월 26일 2번에 걸쳐 판문점에서 만났다. 필자의 친구인 허상수 교수의 지적대로, 특히 엊그제 두 번째 판문점 회담은 ‘기민성과 순발력’에서 회담 내용을 압도하는 것으로 새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그런 새 시대에 걸 맞는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제주의 미래비전과 방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여기서는 일단 북한개방 시대에 맞춰 신공항과 해저철도에 국한하여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성산 제2공항은 무조건 재검토해야 한다. 왜냐하면 북한개방 시대에 제주에 2개의 국제공항을 두는 건 무언가 흐름에 맞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기존 제주공항을 확장하든 아니면 제주공항을 폐쇄하고 대신 성산이든 대정이든 한경이든 어느 한 곳에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건 일리가 있다. 세계화 시대에 제주를 오가는 하늘 길을 세계적 수준으로 확장하는 건 제주의 미래 찾기에 손색이 없는 대형 프로젝트라 볼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다. 돈만 있다면 제주에 그저 그런 제2공항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신공항을 건설하자는 데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그러면 문제는 현재의 제주공항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여기서 철도를 통해 북한을 거쳐 만주-시베리아를 넘어 유럽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철도 길에 제주도 동참하는 대형 기획이 요청된다. 즉, 제주에서 추자도-완도-목포로 이어지는 해저철도를 타고 서울과 평양을 거쳐 신의주를 넘어 중국과 러시아로, 종국에는 영국에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철도망에 제주도 포함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제주 기점 철도는 불가피하게 시작에서는 해저철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필자의 선배인 정명섭 이사장의 제언에 십분 동감하는 바, 제주공항을 제주기점 해저철도의 제주국제철도역으로 재편성하고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게 그냥 꿈일까. 제주국제공항으로부터 새롭게 변신한 제주국제철도역에서 표를 끊어 배낭 메고 영국까지 보름 또는 1달간에 걸쳐 철도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그 때에는 70만 제주도민은 더 이상 섬 사람이 아니다. 그럴 경우 섬으로서의 정체성과 제주적인 것의 고유한 특수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주적인 정체성은 새 시대에 맞춰 일정하게는 변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제주의 정체성이 조선시대에서 다르고 일제 강점기에 다를 것이며, 냉전 시대에 다를 것이다. 이제 해저철도를 통해 유라시아를 종횡하는 북한개방 시대에 이르면, 제주적인 것의 정체성과 고유성도 그에 맞춰 재편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어떻든 내 평생소원이 하나 더 생겼다. 제주발 유라시아 철도를 한 번 타 보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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