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전이 거칠다. 말속에는 독기(毒氣)가 묻어났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6.13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 간 ‘거짓말 폭탄 돌리기’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후보와 원희룡 무소속 도지사 후보사이의 벼랑 끝 싸움이 그렇다.

두 후보의 건곤일척(乾坤一擲) 승부수는 선거판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정책이나 공약 대결은 이미 버려진 휴지조각처럼 관심 밖이다.

꼼꼼하게 살피고 따져야 할 자질과 능력 검증도 ‘흘러간 옛 노래’가 되어버렸다.

악의적 인신공격과 허위사실 유포, 왜곡과 음해가 선거판을 더럽히고 있을 뿐이다.

벌써부터 “역대 최악의 선거판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급부상한 고급 휴양시설 ‘특별회원권 진실공방’이 시그널이다.

문후보는 “원후보가 도지사 취임 직후인 2014년 8월 비오토피아 특별 회원권을 받은 후 부인이 수차례 이용했고 골프를 쳤다”고 주장했다.

25일 KCTV제주방송, 제주의 소리, 제주일보가 공동주최했던 ‘6.13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 합동 토론회 자리’에서다.

‘비오토피아’는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회원제 골프장인 핀크스 골프클럽 내의 고급 휴양시설이다.

생태공원과 온천 사우나, 미술관.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갖추어 진 곳이다.

문후보의 주장인바 ‘문제의 휴양시설 특별 회원권은 상위 0.1%가 누리는 특혜’라고 했다.

진위공방의 해법은 이외로 간단하다.

“원후보가 비오토피아 특별 회원권을 받아 시설 이용 등 특혜를 받았느냐, 아니냐”를 가리면 될 터이다.

여기서 허위사실 여부가 밝혀지고 누가 거짓말을 하였는지 드러날 것이다. 책임소재는 여기에 있다.

원후보측 응수는 빠르고 단호했다.

“원후보나 부인은 비오토피아 특별 회원권을 가져본 일도 없고 이를 사용해 비오토피아 시설이나 골프장을 이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문후보의 주장은 허위”라고 반박한 원후보측은 2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문후보 등을 선관위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원후보는 같은 날 ‘특별회원권 문제’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서 원후보는 “특별회원권 결의를 했다는 2014년 8월 1일은 지사로 취임한지 정확히 한 달이 되는 날로 전임 도정의 이권개입 적폐를 단절하기 위해 지사부터 청렴을 강도 높게 실천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었던 때였다”고 했다.

“그러한 시기인데 비오토피아 주민 회장이 방문해 특별회원 제안을 했으나 단호히 거절했다“고 했다

이 같은 원후보의 주장은 당시 비오토피아 주민회장이었던 박종규(82)씨도 확인해 줬다.

박씨는 당시 사실상의 비오토피아 특별회원권 관리 책임자였다.

박전회장은 그때 “세금 감경 관련 건의 차 지사실을 방문했고 그 자리에서 특별회원으로 모시겠다는 문서를 내밀었다가 면전에서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실 확인의 책임은 문후보에게 넘어간 셈이다.

문후보가 문제를 제기하고 논란을 부채질 했기 때문이다. 원인제공자인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매듭을 풀 수밖에 없는 일이다.

‘원후보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특별 회원권을 받았고 그것을 이용해 원후보 부인이 언제 누구와 시설을 이용했고 골프를 쳤는지, 무슨 특혜를 얼마나 받았는지’ 등 사실에 근거한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빠져 나갈 수 없고 반론의 여지가 없는 명백하고 되돌릴 수 없는 증거라면 원후보는 후보사퇴 등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이와 달리 뚜렷하고 피할 수없는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문후보 역시 후보 사퇴 등의 무거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본질을 외면한 변명이나 말돌리기의 비겁한 물타기는 의혹만 더욱 키울 뿐이다.

단지 소문을 짜깁기 하거나 침소봉대(針小棒大)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그것은 혼탁선거의 주범이다. 저열하고 불의한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는 지도자의 덕목일 수가 없다. 지도자로서의 결격 사유이기도 하다.

사실을 감추거나 덮으려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변명이 사실이나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

남을 음해하기 위해 거짓말을 조작하여 유포하는 것은 반사회적이다. 선량한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당․락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할 경우 처벌하도록 되어있다.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은 당선 무효가 된다. 일정기간 피선거권도 박탈될 수 있다.

그만큼 ‘특별회원권 이슈’는 엄중하고 심각한 문제다.

어느 한 쪽의 주장이 공직선거법 등에 의해 ‘허위사실 공표’로 판명될 경우는 당선되더라도 ‘당선 무효’까지 갈 수 있는 대형 악재여서 그렇다.

거짓말은 그 자체가 최고의 악이다. 사회를 좀먹는 암적 바이러스다.

특히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의 거짓말은 공공의 신뢰를 깨뜨리고 사회질서의 붕괴로 이어진다.

이는 역사적 경험칙이다.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서 미국을 건져 올렸고 중국과의 핑퐁외교로 데탕트 시대의 서막을 올렸던 미국의 전 대통령 닉슨의 몰락도 '워터게이트 사건' 거짓말 때문이었다.

‘리더십의 위기’는 거짓말에서 온다.

최악의 정치인은 최악의 거짓말쟁이라는 말도 있다.

클레망소(1841~1929)는 한때 프랑스 정계를 주름잡았던 정치인이었다.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이기도 했다.

어느 날 기자가 물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최악의 정치인은 누구였습니까?”

클레망소가 말했다. “아직 그런 사람은 만나지 못했소. 이자야 말로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더 최악의 인물이 나타나기 때문이오”.

‘특별회원권 진실 공방’을 듣고 보면서 떠오른 정치 유머다. 그냥 웃어 넘겨 버릴 수만 없는 의미 심장한 정치 어록이다.

“누가 거짓말을 했을까?”, “누가 최악이 될 것인가?”.

도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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