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족벌에는 낙원이지만, 사립대학의 민주적 운영은 훨씬 열악해졌다”

제주도내 사립대학들의 지도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지난 도정에 대한 A대학 교수협의회의 평가다.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로 승격되면서 사학행정권한이 교육부에서 제주도로 전격 이양된 것은 7년 전인 2011년. 그러나 당시 제주도가 명분으로 내걸었던 국제자유도시의 미래적 지향점에 걸 맞는 교육의 세계화라는 의욕적인 청사진은 지금까지 성의 있는 정책으로 이어진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립대학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이 대학의 B교수는 한 마디로 “사학행정의 진공상태”라고 잘라 말했다.

몇 명 안 되는 공무원들이 일하는 평생교육과에서 사학 지도감독 업무는 수많은 업무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대학관련 업무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 게다가 소정의 기간이 지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전문성을 쌓기가 어렵다. 관련 예산마저 미미한 점을 감안하면, 평생교육과의 사학 감독업무는 “다른 주요 부서로 가기 위해 잠깐 스쳐 가는 정거장”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제주도의 사학행정에 대해 이 대학의 교수들은 “사립대학의 시대착오적인 족벌운영에 대한 감독과 감시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혹평했다. 같은 대학 C교수는 “사립대학의 교육환경이 이전보다 오히려 훨씬 나빠졌다”고 말한다. 사립대학이 등록금 수입과 국고지원에만 치중하면서 신설 학과와 학생정원을 크게 늘린 반면, 교육시설과 교수인원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여버렸기 때문이다. 실습교육이 교과과정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 학과는 대학당국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매년 큰 폭의 재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습비는 상당 폭으로 줄여 버리는 바람에 정상적인 수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학의 무분별한 교수해직 사태로 이어지는 사학행정의 공백

반면에 이 대학은 몇 년 전 수백억 원을 투자해 대형 호텔용 건물을 완공했다. 건축비 상당 부분은 학생들의 등록금인 교비에서 충당됐다고 알려져 있다. 학교건물은 학교재단의 재정적 지원으로 건축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재단은 거의 돈을 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 이 대형 건물은 여러 사유로 인해 호텔로 승인받지 못하는 바람에 가끔 외부행사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빈 건물로 남아있다. D교수는 “현재 일부 학과들은 강의실 부족으로 수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사치스런 호텔을 짓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교육보다 부동산에 유별난 집착을 보이는 이 대학의 모습은 실습장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한 오름을 거액의 교비를 들여 무리하게 구입한데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름 매입을 둘러싼 수상한 거래 의혹은 몇 년 전 모 지상파 방송에서도 심각하게 다뤄진 바 있다. 심지어 이 대학의 총장은 교비로 사들인 오름의 소유 등기부에 자신의 이름도 나란히 올리는 이른바 ‘알박기’를 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제주도는 여전히 아무런 시정조치나 경고도 내리지 않고 있다.

사학 행정의 공백은 또 교수들의 무분별한 해직 사태로도 이어지고 있다. A대학의 해직 교수들의 공통점은 전원이 이 대학 총장의 부당한 학교운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교수협의회 소속이라는 점이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는 지금까지 재단이사장과 총장의 각종 비리에 대해 십여 차례에 걸친 성명을 낸 바 있다. 각각 전공분야에서 자타의 인정을 받았던 해직교수들에 대해, 이 대학총장은 이들에게 주관 평가에서 0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후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는 “보복성 해직”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재임용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는 A대학 총장

교육자로서의 자질과 능력과 관계없는 무분별한 해직은 교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한 학과는 비전공 강의전담 교수가 해직교수의 빈자리를 대신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이 대학의 교수협의회의는 교수들에 대한 처우가 예전보다 훨씬 열악해져서 교수들의 이직(離職) 사태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교수들은 “몇 년 전 학교의 일방적 결정으로 급여체계가 공무원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뀌면서 급여가 전혀 오르지 않았다”며, “능력 있는 교수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수업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교육부에서 제주도로의 사학지도감독권 이양은 적어도 A대학에 있어서는 “득이 아니라 독이 돼 버린” 셈이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는 “기계적 중립”을 운운하며 사학지도책임에 손을 놓았던 이전 도정들의 어정쩡한 태도로는 지금의 문제들을 결코 해결할 수 없으며, 사학행정에 임하는 도정의 “획기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입시비리와 교비횡령, 노조 탄압 등 논란의 중심이었던 A대학 총장의 임기가 올해 전반기에 만료될 예정이다. 직계가족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학교재단의 이사장인 상황에서 그의 재임용 통과가 확실시된다. 문제는 재단의 총장 임명에 대한 도정의 최종 승인이다. A대학 총장의 재임용 승인에 대해 대학 교수협의회는 “현재의 도지사 권한대행이 아니라 이번 6.13지방선거 이후에 차기 도지사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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