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치수/ 전 우도면장, 전 제주시동부보건소장, 한국걷기그랜드슬램 3회 연속 달성(대한걷기연맹), 제1회 코리아 그랑프리 워커상 수상(대한걷기연맹), 제주 한바퀴 걷기 10회 완보

2년 전 연북로에 위치한 곳으로 이사 왔을 때는 편도 3차선 도로가 꽤나 널널한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바쁜 출퇴근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많아 신호대기를 몇 번하곤 한다.

이사 온 뒤로, 원제주나 신제주에 저녁 약속이 있거나 볼일이 있을 때는 늘 걸어서 간다. 약속시간이 퇴근시간이라 길이 막혀 차로 이동하면 엄청 밀리기 때문에 일부러 도보를 택하기도 하지만, 산책을 벗 삼아 걷고 나면 저녁식사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또 걷게 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마음이 유연해져서 사람들을 만날 때 좋은 에너지로 만남을 시작할 수 있어서 일석다조의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 발은 원래 걷기 위해서 우리의 몸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명의 발달로 차량이 걷기를 대신함으로써 인간은 더욱 걷는 일에 소홀하게 된 게 아닌 가 생각해 본다. 최근엔 고도의 의학발달에도 불구하고 심뇌혈관질환 등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걷기 운동이 부족해서 온다고 하여 ‘암보다 무서운 것은 운동부족병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암은 스트레스로 생겨난 현대병이 아닌가. 운동부족과 스트레스 이 두 근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걷기 부족이 가장 본질적인 이슈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단순한 예로, 걷지 않으면 하체가 약해지는데, 하반신의 쇠약은 고혈압과 심장병,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암 등 여러 가지 생활습관병이 곧 닥쳐 올 것이라는 적신호이기도 하다. 하반신을 단련시키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면 건강한 노년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온갖 병사에 시달리게 된다고 하니, 100세 시대를 대비하고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현명한 선택과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필자는 사실 지난 2008년 신장투석 바로 전단계인 IGA신증 4기라는 진단을 받았고 엄청난 양의 약을 복용하면서 삶을 포기하고도 싶을 정도의 심각한 우울증과 무기력증 등 신체적정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때 현 상황이 너무 힘들어 길과 자연에 나를 맡기고 계속 걷기를 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걷지 않으면 왠지 몸이 역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고, 걷지 않으면 내 심신은 깨어있지 않는 듯 했다. 그렇게 계속 걷다 보니 벌써 나는 제주 한 바퀴를 10번 이상 걸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편한 운동이 바로 걷기운동이다. 그런데 이 쉬운 걷기운동이 잘 안 되는 이유가 뭘까? 약속도 많고, 모임도 많고, 시간도 없고....뭐 귀찮기도 하고... 이유를 갖다 붙이면 한없이 나오는 게 인간의 핑계인 것 같다. 그렇다고 어느 누가 본인의 두 다리를 위해 대신 걸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으로 어렵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래저래 결국 본인의 의지밖에는 답이 없는 것이다.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그냥 무작정 길을 걸어보자. 그냥 내 두 발을 나의 온전한 호흡에 맡겨보자. 그리고 걷고 난 후, 나의 소리와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자. 기분과 마음이 좋아지는 것을 느껴지면, 그래서 조그마한 것이라도 변화를 경험하면 그때부터 걷기 운동의 시작이 될 수 있고, 그 시작이 여러 번의 실천이 되고, 그 실천들이 모여 의미 있는 습관이 되고, 결국 그 습관이 쌓인 일상들이 더해져 본인의 생활을 바꾸고 건강한 삶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걷기”가 하나의 작은 움직임으로 말이다.

아름다워지고 싶고 건강해지고 싶으면 걸어 보라! 기분이 우울하거나 마음에 쉽게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다면 걸어보라! 엉켜있는 생각 울타리가 그대를 붙잡고 있다면 걸어보라! 걷기는 확실한 만병통치약이며 그대의 최고의 친구이자 동반자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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