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허상수/ 고려대 대학원 졸업 사회학 박사,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역임, 성공회대 교수 역임 현재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 제주4·3 제70주년기념사업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드디어 한반도에서 일어난 3년 전쟁의 포성이 멎고 65년 만에 정전협정 당사국 정상회담이 열린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세기적 큰 거래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종전선언과 한반도 비핵화, 북미 수교를 위한 역사적 담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평화협상의 성공조건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조성에 우려와 초조감을 나타내는 미국내 여론과 미 의회, 미국 군산복합체 등의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어야 한다. 뉴욕 타임스와 같은 유력 언론, 민주당 등에서 북미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저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볼턴 대통령 안보보좌관은 북한이 수용 불가능한 의제나 요구를 반복해서 토해내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서둘러 차려 놓은 북미정상간 평화협상 테이블을 걷어차고 싶어 안달이다.

둘째, ‘북한 비핵화’에만 의제를 한정할 경우 북미평화협상은 파탄을 면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국내 보수언론이나 방송해설자들이 이런 ‘북한 비핵화라는 트럼프 프레임’에 빠져있다. 엄밀히 말하면 ‘한반도 비핵화’이다. 북한은 원자폭탄을 더 이상 소유하지도 말고 더 이상 개발해서도 안 되며 남한에도 미국 핵폭탄 반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한반도 비핵화’의 내용이다. 협상은 상대방이 있는 법인데 자기주장과 요구만 관철하려고 덤벼든다면, 그런 방식의 트럼프 거래 기술은 쉽게 무력해지기 쉽다.

셋째, 미국과 북한은 앞으로 과거 역사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아야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1994년 10월 21일 외교적 국제 합의에 서명했다.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고, 미국은 이 북핵 포기의 댓가로 북미수교, 북미간 평화협정, 북한에 대한 경수로 발전소 건설과 대체 에너지인 중유 공급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양해각서에 따르면 “11. 북미간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며, 상호간에 특사 파견 등을 진행한다. 또한 무역 및 경제 장벽을 해소 하도록 한다. 12. 미국은 북한에 대한 공식적인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길을 통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위협이나 핵무기를 통한 공격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하였다.

이때 미국은 민주당 클린턴 정부였고 미 의회 다수당은 공화당이었다. 미국판 여소야대 정국이었다. 이들 공화당 의원들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국가에 대한 비겁한 회유책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대했다. 그 결과로 미국 의회는 경수로 발전소 건설자금을 승인하지 않았고, 이 제네바 합의는 2003년에 이르러 완전히 파기되고 말았다. 북한도 2003년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규정을 전후해서 독자 핵개발이라는 노선을 강행했다. 북한은 국력을 총동원하여 죽기 살기로 핵개발을 통한 생존방식을 선택했다.

그 뒤 북미 양자합의의 문제점과 한계를 넘어서서 다자간 협상을 통한 해법으로 진행된 게 한국·북한·미국·중국·일본·러시아가 참여한 6자회담이었다. 여기에서도 중요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제4차 6자 회담이 진행된 2005년 9월 1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핵확산방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로 복귀하기로 하고, 미합중국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핵무기 공격을 않겠다, 그리고 북미 간의 신뢰구축 등을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2005년 12월 15일 열린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은 '3대 장벽'의 제거를 요구했다. 그 장벽의 하나는 군사장벽으로서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장벽은 전략물자 수출통제 해제였다. 2006년 5월 25일, 한국과 미국은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은 이를 9·19선언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미국의 재래식 공격무기인 항공모함, 전투기, 구축함이 동원되며, 미국 군함 내부에 공격무기인 핵무기가 탑재되어 있었다. 북한은 이를 중대한 군사도발이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2006년 7월 4일(미국 시각)에 대포동 2호의 1차 발사를 하여 협약을 공식적으로 파기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북미 정상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미회담은 트럼프 말대로 협상장에서 제 풀에 기가 죽어 나오는 일이 있어선 안 되는 세계적 거래이다. 왜냐하면 미국과 북한 정상의 합의는 단지 종이위에 휘갈겨 쓴 서명 그 이상의 시대적 의미를 지닌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시민혁명에 이어 취임한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은 간절히 원하고 있다.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이 재발되어서는 안 되며 평화는 서로 양보하고 합의만 한다면 외교와 대화, 타협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북미회담은 리얼리티 쇼 사회자 경력의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성공할 조건을 이미 갖춰져 있다. 그리고 웬만한 정상회담은 대체로 사전에 조율되는 탓에 자칫 실패하더라도 성공한 것으로 치장되는 수가 없지 않다.

이번 6·12 북미회담이 성공해서 동아시아 평화지대를 구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살만한 세상을 우리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잘 보여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북한과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국가들이 공동 부담해야 할 평화와 공동번영의 관건은 싱가폴과 판문점에서의 합의사항들을 서로 이행하고 실행하는 데 달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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