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치수/ 전 우도면장, 전 제주시동부보건소장, 한국걷기그랜드슬램 3회 연속 달성(대한걷기연맹), 제1회 코리아 그랑프리 워커상 수상(대한걷기연맹), 제주 한바퀴 걷기 10회 완보

요즘 각종 언론 매체들이 걷기에 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며 보도방송을 한다. 그러나 인간이 태어나 누구에게 배우지도 않았지만 아장아장 걸음마를 띤 다음에 아무 도움이 없이 걸을 수 있는 걷기인데도, 성인이 되면서부터 건강을 위해서 한번 걸어볼까 하지만 머뭇거려진다.

처음에는 혼자서 무작정 걷기를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럴 땐 이러한 마음과 의지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지만 즐겁게 걸을 수 있고, 지속가능하게 걸을 수 있는 테마가 있는 모임이 그리 많지 않은 게 또한 현실이다.

필자에게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한걷기연맹에서 주관하는 제주해안 250km를 5일 동안 걷는 제주워킹그라프리대회 총괄 지휘하는 단장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때 전국에서 참가한 좀 걷는다는 워커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주의 바다와 자연이 너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후로도 제주도내 보건기관 직원들이 참여하는 제주 한 바퀴 걷기도 해보면서 걷기를 테마로 한 여러 이벤트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얻었다. 무엇보다 걸어서가 아니었다면 절대 보고 느낄 수 없었을 제주 해안풍경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래서 지난해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20여명이 모여서 워키아이라는 걷기동호회를 만들었다. 참가자 공개모집으로 총 50여명이 참여하여, 제1기 제주바당길 함께 걷기를 결성하게 되었다. 매월 두 번째 토요일 바당길 260km를 13구간으로 나누어 한번에 20km를 걷는다.

시간은 여러 사람이 함께 그룹으로 걸으니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코스는 탑동에서 출발하여 서쪽 방향으로 한림, 모슬포, 서귀포, 표선, 성산, 김녕을 지나 다시 탑동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구간표시는 탑동에서부터 서쪽으로 10km 지점마다 표시를 했다. 제주해안에 널려있는 먹돌에 푸르른 바다색을 입히고 그 위에 아름다운 화가의 글체로 ‘제주바당길1 ~ 26’라고 바윗돌에 접착제로 단단하게 부착했다. 조금은 작게 표시되어 찾기가 쉽지 않지만 마치 보물찾기에서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보물처럼 긴하고 귀하게 부착하였다.

제1기 제주바당길 걷기도 2018년 6월 9일이면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완보식 장소는 제주항이 훤히 내다보이는 사라봉 북쪽에 아름답게 서있는 산지등대에서 조촐하게 마무리할 예정이다.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날이 궂으면 궂은 대로, 비바람이 불어도 걸었고, 눈보라 속에서도 걷다보니 이 기회가 아니면 일생에 마주치지도 못했을 동지들과 이젠 한 달에 한번이라도 만나지 못 하면 서운할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이제는 40대에서 70대 중반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는 다 걷기 동지들이다. 우리 동지 중에는 시인이 한 분 계시는데, 바당길 걷기가 너무도 매력적이라 ‘바당길 걸으며’라는 작품도 남겼다. 걷기의 시작이 시간을 디자인하고 소중한 인연들을 선물하고 예술 작품까지 남기게 해주니, 이 작은 움직임이 얼마나 기적 같은 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필자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제주 올레길에 버금가는 ‘제주바당길’ 걷기가 도민 걷기운동이 재점화되는 계기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도민들이 ‘제주바당길’ 걷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화함으로써 바당길 걷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그 에너지들이 일파만파로 커져 더 나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중국 어느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 카오스의 나비효과 이론이다. 이 이론처럼 ‘걷기’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인간의 삶과 미래에 얼마나 큰 변화와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제 스스로 스타트를 외쳐야 할 때다.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걸어보자. 마법의 실체를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바당길 걷기 동지인 홍기표 시인이 쓴 ‘바당길 걸으며’ 시를 소개해 본다.

詩 <바당길 걸으며>

홍기표 지음

제주바다 한 바퀴

갯가로 이백육십 킬로

좋은 사람들과 탑동에서 탑동까지

놀며 쉬며 걸었습니다.

걷다가

바위에 앉아

탁 트인 바다와 막걸리 한잔 하고

오솔길 살랑이는 들꽃들과

커피 한잔 하며 사진도 찍고

또 한참 걷다가

작은 섬들 졸고 있는 포구에서

도시락 나눠 먹으며

가방 속 스멀대던 잡념 털어 버리면

마음 가벼운 행복도 채워지데요

파도 소리 들으며

걸음걸음 농담 진담

때로는 비바람도 같이 걷고

눈보라도 같이 걸며

인생길 만만치 않음을 알았습니다.

풍파도 날름 삼켜 시침 뚝 떼는 바다를 보며

화도 속으로 새길 줄 알아야

주변이 잔잔하다는 것도

길 위에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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