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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가 아닌 학생으로"...제주대 학생들, 성희롱 교수 파면 촉구22명 제대멀티 비대위, 학생보호와 진상조사, 교수의 사과 등 요구
"학생들에게 공모자에 자기 아들 이름 넣도록 지시도"
제주대, 학생들과 논의 및 진상조사 착수
김관모 기자 | 승인 2018.06.18 18:49

"우리는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과의 '학생'이지, '노예'가 아닙니다!"

제주대학교 본관 앞 잔디마당에 수십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다들 얼굴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학생들은 각자 티켓을 들고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성희롱과 갑질을 수년간 이어온 전 모 주임교수를 규탄하고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2018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제대멀티 비대위) 학생들이 18일 오전 제주대 본관 앞 잔디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팅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를 시작으로 번진 제주대학교 성희롱·갑질 교수 파문이 대학 캠퍼스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제는 이같은 저항이 대학사회를 넘어 제주사회에 만연한 갑질과 기득권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지면서, 이번 사태는 SNS를 타고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졸업과 성적 협박에 그동안 침묵...더이상 가만있지 않을 것"

2018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제대멀티 비대위)는 18일 오전 10시 잔디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멀티미디어디자인과 4학년 학생들 외에도 1~3학년 학생들이 함께 지지와 연대의 의미로 참석했다. 

▲2018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제대멀티 비대위) 학생들이 18일 오전 제주대 본관 앞 잔디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팅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학생들은 1학기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인 지난 5월 12일 4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동안 참고 견뎌온 문제점들이 결국 곪아서 터져버린 것이다.

학생들은 비대위를 꾸리게 된 이유를 "수년간 지속되어온 갑질과 성희롱, 인격모독, 노동력 착취 등의 부당대우"를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그간 참고 견뎌야만 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학생들은 "교수들은 성적과 졸업으로 협박을 해왔고 학생들은 권력구조 아래서 침묵하고 참아야만 했다"며 "다른 대학 친구들과 다른 디자인과 친구들은 항상 저희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말해주었지만 그간 저희들은 살인적인 과제량에 시달려 그것이 옳은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 판단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 모 교수의 '갑질'에 시달린 학생들 중 자퇴나 휴학, 전과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게다가 이 문제를 상담했을 때, "학교의 명예가 중요하니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은 막자"라는 말까지 듣자, 학생들은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학생들은 ▲해당 가해 교수의 즉각적인 수업 배제와 평가 제외, ▲해당 가해교수와 관련된 교수진들로부터 학생을 보호할 것, ▲공식적으로 가해 교수가 사실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것, ▲회유와 압박을 멈추고 확실한 진상조사를 할 것, ▲가해교수의 파면 등을 제주대에 요구했다.

이번 학생들의 집단 저항운동에 제주대 학생들도 응원을 보내고 있다. 현재 제주대 학생회관에는 교수파면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린 상태다. 또한, 일부 단체와 학생회가 지지선언을 내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포스트잇 등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제주대 학생회관에 붙어있는 제대멀티의 현수막@사진 김관모 기자
▲이번 제대멀티의 저항운동을 두고 학생회와 학생들이 곳곳에서 지지글을 올리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대자보에 포스트잇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잡일, 대리운전, 프로젝트 대행까지"..."참가 안 한 자녀를 공모전 수상자 내역에 넣어"

제대멀티 학생들은 다른 학우들의 제보를 받아, 전 모 교수가 학생들에게 해온 추가적인 횡포를 SNS에 낱낱이 올리고 있다.

이 SNS에 따르면 전 교수는 자신의 외부 프로젝트를 수업으로 진행했으며, 교수 스스로가 승인받아야 할 업무를 조교와 학생에게 시켰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자 학생이 교수에게 연락을 하자, 전 교수는 "하기 싫다고 말하는 것밖에 안들리니 학점에 반영하겠다"고 하면서 짜증을 내고 협박했다. 

또한, 전 교수는 학생들에게 졸업작품추천책을 학생들에게 강제로 사게 만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책 판매자가 수업시간에 책 홍보를 하면서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을 하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 교수는 새벽에 지인과 술을 마시고 나서는 새벽까지 과제 하고 있는 학생에게 지인의 대리운전까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제대멀티 SNS

최근에는 학생들은 추가적으로 전 모 교수가 자신의 자녀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도 밝혔다. 학생들은 "가해 교수는 학생들이 국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게 되면 얼굴도 알지 못하는 자기 자녀의 이름을 넣도록 지시해왔다"며 "이는 IDE·레드·핀·스파 등의 국제 공모전 공식 홈페이지의 수상작들을 보아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 문제도 추가적으로 확인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이같은 문제와 관련해 제주대학교측과 두서차례 만남을 갖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의 한 학생은 "학교측에서 교수 파면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할테니 집단행동을 멈춰달라는 요청을 했었다"며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제주대측, "14일에서야 파악...진상조사 돌입할 것"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제주대학교측은 즉각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제대멀티 비대위의 기자회견 직후, 제주대학교측은 곧장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교무처장과 학생처장, 학생부처장, 예술디자인학회장, 인권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제주대학교 집행부가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먼저 강창남 학생처장은 "12일에 대자보와 현수막이 붙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확인하기도 전에 철거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당시 대자보에는 제목만 붙어있었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해당 학생들과 연락할 방법이 없어 14일 오전에 먼저 해당 교수와의 미팅을 했다"고 말했다.

강 처장은 "이후 제주대측은 14일 오후에서야 학생들과 만나, 교수 파면과 수업배제, 2차 피해 방지, 부착했던 대자보와 현수막 수거에 대한 책임 등의 요구안을 받았다"며 "교수 파면은 이미 인권센터에서 조사하고 있으며 절차상 문제가 있으니 다른 것부터 해결해보자고 말했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강영순 교무처장은 "지난 15일에 인권센터에서 인권성평등침해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조사 중에 있다"며 "17일에는 다시금 학생들이 ▲해당 교수 포함 학과 전문교수 2명의 수업배제와 평가배제, ▲해당 학과 시간강사 2명의 수업 및 평가배제, ▲조교 업무 중지, ▲해당교수의 사실 인정과 사과, ▲학생들의 대체수업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영순 처장은 "전공교수 수업 및 평가 배제는 적극적으로 고려하되, 조교는 교육공무원이기 때문에 업무중지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당장 조교의 업무중지는 어렵지만 1년 재임용에 탈락하면 자연 사직되는 것이라는 점은 학생들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해당교수의 사실인정과 사과에 대해서는 "18일 중에 담당교수와 연락을 취해서 최종적인 답을 받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강영순 처장은 "같은 동료 교수에게 전해듣기로는 사과를 할 의향이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수업 및 평가 배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가르친 교수가 평가를 해야 하지만 이런 사단이 난 상태여서 제3자의 평가를 거치고 해당교수의 동의하에 처리하기로 했다"며 "28일까지 평가를 마감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 전까지 평가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집행부들은 공모전에 전 모 교수의 자녀 이름을 수상자 명단에 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오늘 처음 들은 이야기"라며 "철저히 조사해보고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자보와 현수막을 철거했던 것에 대해서는 학교측의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현재 제주대 공과대 2호관에는 철거됐던 현수막과 대자보가 다시 부착된 상태다.

▲제주대 공과대학 2호관에 다시금 부착된 제대멀티의 현수막@사진 김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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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기자  whitekg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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