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과 4학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제대멀티) 학생들이 제주대 전 모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저항운동을 시작한지 7일만에 전 모 교수가 사과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전 교수의 사과가 부족하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모 교수, "스파르타식 교육 선택한 것...갑질 인식, 소통 부족 죄송하다"

이번 제대멀티 학생들이 '갑질'과 성희롱을 당했다며 규탄을 받고 있는 전 모 교수는 지난 19일 오후 제주대학교 출입기자들에게 '사과 및 입장표명문'을 보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전 교수는 "저는 1980년대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예술계에서의 도제식 교육을 오랜기간 받은 사람"이라며 "그로 인해 대학의 교수가 된 이후에도 제가 배워온 방식을 당연시 해왔고, 일종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선택하는 것이 지방대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며, 그 성과를 기반으로 제자들의 진로를 넓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전 교수는 "그러나 나름의 목표를 이루어가고 있다고 감히 자부했던 것과 달리, 시대가 변한 작금의 현실에는 제가 선택했던 교육 방식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목표 지향적, 목표달성적 사고방식에만 집착하다보니, 정제되지 않은 언어나 행동으로 인해 '과정에서의 윤리'에 어긋 낫던 것이라 생각되고, 제자들을 대하는 데에 있어 신중하지 못했다. 아픔을 겪은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제주대학교 공과대 2호관 4층에 있는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의 모습@사진 김관모 기자

전 교수는 "사소하다고만 여겨 개인적인 일들을 부탁하는 것이 권력 남용 및 소위 ‘갑질’로 인식됨을 빨리 인지하지 못한 점,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말하고 행동했던 점 등 모든 불찰은 온전히 저의 탓"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 교수는 "교육진행 과정에서 학생들과 지도교수 각각의 고충을 전달해온 중간 매체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많이 부족했다"며 "또한 여기까지 오기 전에 미리 학생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하여 애로사항 등의 요소를 찾아서 제가 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야 했는데도 그러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 또한 저의 불찰"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 교수는 "저를 둘러싼 모든 의혹은 교내 인권센터 등 일련의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힐 것"이라며 "이후의 과정에 있어서도 일말의 거짓 없이 성실히 임할 것"고 밝혔다.

▲전 모 교수가 보내온 '사과 및 입장표명문 전문'

<사과 및 입장표명문>

최근 저로 인해서 불거진 제주대학교 학생들과의 논란에 대해 사과 및 입장 표명을 하고자 합니다.

저는 1980년대에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예술계에서의 도제식 교육을 오랜 기간 동안 받은 사람입니다.
그로 인해 대학의 교수가 된 이후에도 제가 배워온 방식을 당연시 해왔고, 저 또한 일종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선택하는 것이 지방대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며, 그 성과를 기반으로 제자들의 진로를 넓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나름의 목표를 이루어가고 있다고 감히 자부했던 것과 달리, 시대가 변한 작금의 현실에는 제가 선택했던 교육 방식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의 불찰과 정제되지 못한 언행으로 인하여 깊은 상처를 입은 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죄하는 심정으로 저의 입장을 표명합니다.

목표 지향적, 목표달성적 사고방식에만 집착하다보니, 정제되지 않은 언어나 행동으로 인하여'과정에서의 윤리'에 어긋 낫던 것이라 생각되고, 제자들을 대하는 데에 있어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아픔을 겪은 모든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사소하다고만 여겨 개인적인 일들을 부탁하는 것이 권력 남용 및 소위 ‘갑질’로 인식됨을 
빨리 인지하지 못한 점,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말하고 행동했던 점 등 모든 불찰은 온전히 저의 탓입니다.

교육진행 과정에서 학생들과 지도교수 각각의 고충을 전달해온 중간 매체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또한 여기까지 오기 전에 미리 학생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하여 애로사항 등의 요소를 찾아서 제가 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야 했는데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 또한 저의 불찰임을 밝힙니다.

한편, 저를 둘러싼 모든 의혹은 교내 인권센터 등 일련의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힐 것이며, 이후의 과정에 있어서도 일말의 거짓 없이 성실히 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진심을 다하여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제대멀티 "이미 여러차례 의견 개진했던 일"..."진정성 없는 변명"

하지만 이같은 전 교수의 사과문에도 제대멀티 비대위 학생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해명"이라는 것.

제대멀티 비대위의 한 학생은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학생들이 몇 번이고 교수에게 '이렇게 하시는 것 기분 상하는 일'이라고 전달한 적도 있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전 교수의 사과문은 단순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제대멀티 비대위 학생들이 기자들에게 보내오는 자료들을 보면 전 교수의 행태는 단순히 '스파르타 교육'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먼저 성희롱 문제가 그렇다. 

학생들이 고발하는 내용 중에는 전 교수가 수업 중에 여학생에게 "모텔을 더 잘 아는데?"라고 발언하거나, "(남자친구와)진도 어디까지 나갔어? 잤어?"라고 하는 등 원색적인 성적 발언을 던진 것으로 나타나있다.

또한, 자신이 해야할 프로젝트를 학생들에게 시키면서, 제대로 못하면 심한 폭언을 퍼부었다는 내용도 있다. 

전 교수의 말대로라면 이런 일들도 '스파르타 교육'에 들어가며, '도제식 교육'으로 배운 습관이라는 말이 된다.

▲지난 18일 제대멀티 비대위 학생들이 제주대 본관 앞 잔디마당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학생들은 이번 전 모 교수의 사과문에 대해 "진정성이 없는 변명"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또한, 전 교수는 자기 지인의 책을 학생들에게 강매하거나, 수업내용과 관계없는 막노동을 시키면서 학점과 졸업을 빌미로 협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과제 중인 학생에게 술 취한 지인의 대리운전까지 맡겼다고 한다.

이것도 전 교수의 해명대로라면 "지방대학의 한계를 넘으려 했던 교육"이 된다.

특히, 학생들은 이같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 전 교수에게 항의했지만, 그 학생들은 "전 교수가 오히려 교묘하게 그 학생들을 괴롭혔다"고 증언하고 있다.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소통을 거부했다고 보이는 부분이다.

이에 제대멀티 비대위는 전 교수의 사과문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굳건히 하고 있다. 비대위의 한 학생은 "앞으로도 당분간 SNS를 통해 전 교수의 갑질을 알리는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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