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 6월 18일 오전 7시 58분 출근 준비하는데 갑자기 집이 흔들렸다. 순간적인 흔들림이 몇초 계속되다가 멈췄다.

지금까지 숱한 지진을 겪어 왔지만 이렇게 심하게 흔들린 것은 처음이었다. 

오사카부에서 진도 6(약:弱)의 지진이 일어난 것은 기상청이 관측해 온 1923년 이후 처음이었다. 오사카부에 인접한 효고현에서 23년 전에 일어난  한신대진재(코베지진) 진도 7일 때도 오사카는 진도 4였다.

필자가 살고 있는 이쿠노는 진도 5였다. 흔들림이 계속되는 순간 NHK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지금 오사카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면서 지진 속보를 계속 내보냈다.

출근 준비 속에 마누라는 따로 살고 있는 아들과 딸에게 연락을 취했다. 지진으로 전화가 바로 연결이 안됐지만 괜찮았다는 말을 들었다.

모든 교통 수단이 정지 상태 속에 필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자전거로 출근하기로 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사카이시의 사무실까지는 자전거로 약 한 시간 걸렸지만 평소에도 자전거 출근을 종종했으므로 문제 될 것은 하나도 없었다.

출근 도중에 필자가 이용하는 지하철 미토쓰지선은 지하철만이 아니라 오사카시의 여러 노선 중에서도 가장 승차객이 많은 노선이었다.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미토쓰지선의 역들 앞을 지날 때마다 역 입구를 닫아버린 주변에는 기다리는 승객으로 대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언제까지 계속 기다릴 수 없는 승객들은 도보로 제각기 걷고 있었으며 도로의 자동차 행렬은 쉽게 빠지지 못해서 막히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의 가장 정점인 8시를 전후 해서 일어난 오사카 지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총무성 소방청의 발표한 19일 오후 7시 현재 피해 상황은 사망 5명, 부상자 408명, 주택 피해 515동, 348개의 피난소에 1,626명이 머물고 있다. (오사카부만이 아니고 인근 도,현도 포함)오사카가스는 19일에도 오사카부의 약 11만호에 가스 공급이 중단된 상태라면서 전면 복구에는 25일까지 걸린다고 했다.

지금도 밖에는 장마비가 내리고 있는데 천둥과 함께 큰 비가 20일 오후까지 오사카부 150m, 교토후 100m 정도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지진으로 지반(地盤)이 약한 지역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오사카부는 지진 활단층(活斷層)이 여기저기 점재해 있어서일 서로 교차하는 곳에서 일어났고 이번 지진의 원인은 3개의 활단층이 관련되 있다고 정부 지진조사위는 발표했다.

지진조사위는 앞으로 2,3일 사이에는 더욱 큰 지진이 이어날 가능성도 있으니까 이에 대한 경비를 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진이 일어나면 그 다음 일어나는 여진은 처음 일어난 본진보다 약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2016년 4월, 규슈 쿠마모토에서 일어난 지진은 본진보다 여진이 더욱 강한 지진이어서 더욱 큰 피해를 갖고 왔다.

지진 공포증에 면역이 된 일본인들도 본진과 여진의 개념이 약간 달라져버린 지금은 본진 이상의 강한 여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앞으로 일본에서는 30년 이내에 일어날 확률이 70%에서 80%에 가깝다는 <난카이토라프거대지진>에 대해서 국민적 관심을 모우고 있다.

토쿄에 가까운 시즈오카현으로부터 오사카지역을 거쳐 규슈 태평양 연안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는 지진이 <난카이토라프거대지진>이다. 

2011년 12월 일본정부 내각부에 설치된 <난카이토라프거대지진모델검토위>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최악 사망자 약 32만 3천명, 부상자 62만 3천명, 탈출 곤란자 31만 1천명, 귀가 곤란자 66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1973년과 2006년에 힛트친 영화 <일본침몰>을 연상케 하는 그야말로 현실론적인 <일본침몰>이다.

각종 유언비어 속에서도 일본에서 지진에 대한 유언비어만큼 난무하는 화제도 없다. 지진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제도 없다.

선정적인 기사라고 비난 받아도 마땅할 기사들이지만 지진에 대해 경종을 울리게 위해 방관하는지도 모른다. 

주간지를 보면 당장이라도 후지산이 폭발하여 일본 수도권이 전멸할 것처럼 쓴 과장된 기사를 시작으로 <난카이토라프거대지진>이 곧 닥칠 것이라는 기사가 넘쳐흐른다.

이번 오사카지진도 정부 지진조사위에서는 <난카이토라프거대지진>과의 관계는 부정하고 있지만, 앞으로 주간지는 또 이 지진과 관련 시킨 기사들을 봇물처럼 내보낼 것이다.

필자는 자전거로 약 한 시간 걸려서 출근 후, 필자가 단장직을 맡고 있는 민단 이쿠노남지부 사무실에 연락을 하여 피해 여부룰 확인하고 동포 단원들에 대한 연락망도 폈다. 

6월 12일 오사카 한국총영사관에서는 영사관 직원 전원과 민단, 한인회가 <난카이토라프거대지진>을 상정한 <민관합동위기대응 도상훈련>을 실시했다.

4월 17일, 부임한 오태규 총영사는 부임 인사도 채 끝나지 않았을텐데 총영사의 발 빠른 대응 노력에 놀랬는데. 지진 발생 후에는 총영사관에 바로 <오사카지진 대응상황실>을 설치하고, 오사카부가 설치한 <오사카재해대책본부>를 방문하여 동포와 한국 관광객들의 안전에 필요한 사항을 요청했다.
   
이렇게 관.민의 연계 속에 파악한 결과 재일동포와 한국 여행자가 가장 많은 오사카부에서 일어난 지진이었지만 다행이도 한국인들의 피해는 없었다.

내일(21일) 오사카총영사관 주최로 민단 오사카본부에서 개최하려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남기정 서울대학원 일본연구소 부교수의 <한반도정세강연회>도 지진으로 중지했다.

총영사관에서 총영사를 비롯해서 칸사이 민단과 동포 제단체 간부들이 모인 강연회에서 큰 여진이 일어날 경우 모두 그 자리에 발이 묶일 것이다. 설령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중지는 당연하다.
 
한국에 있는 친지들과 지인들은 물론 일본 여러 곳에서도 걱정의 전화와 이메일은 참으로 고마웠다.

걱정하지 말라는 인사로서 고마움을 표했지만 그것은 지진 전문가들도 예측 못하는 사항인데 문외한인 필자가 알 도리가 없다. 

다만 지진이 일어나기 전의 마음의 준비와 지진 후, 대응 방법은 하도 많이 들어와서 그런대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진 대국>에 살고 있는 이상, 지진은 어는 한 부분의 숙명적인 일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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