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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삼] 에티오피아 참전용사가 제주에 전한 군인정신마영삼/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6.25 00:01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마영삼/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제주국제평화센터는 ‘리멤버 강뉴’ 전시회를 마련했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평화의 섬 제주를 찾은 주인공은 검은 피부에, 훈장들을 가슴에 가지런히 매단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

‘강뉴(Kagnew)’는 6.25전쟁 때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 참전한 에티오피아 부대의 이름으로 ‘무찌르다’라는 뜻이다. 90세에 가까운 노병은 한국전 참전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가끔씩 회상에 잠기기도 하였다. 그래도 “한국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여전히 매서운 눈매로 주저 없이 대답한다. “방아쇠를 당길 기력이 있는 한 진지를 사수하겠다. 절대로 적에게 등을 보이지 않으면서….”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필자가 주이스라엘 대사로 재직할 때의 일이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프랑스 노르망디에 있다는 미군 묘지 사진을 보았다. 대부분 십자가가 세워진 묘들 사이로 유일하게 다윗의 별이 새겨진 묘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언뜻 한 가닥 의문이 뇌리를 스쳤다. “2차 세계대전 때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한 미군 용사 중 유대인이 있었다면, 그로부터 불과 6년 후에 일어난 6.25전쟁에 참전한 연합군 중에도 유대인이 있지 않았을까? 이스라엘에 돌아와 살고 있는 유대인 참전용사도 있을까?”

필자는 이스라엘에서 6.25 참전용사를 찾기 시작했다. “친지를 찾습니다”라는 현지 라디오 방송에 나가기도 했다. 한 사람, 두 사람…. 대사관으로 연락이 왔다. 현지 근무 3년간 17명을 찾았다.

대사관저에서 유대인 용사 6.25 참전 기념행사를 거행했다. 메달을 목에 건 노병 한 명이 연설 말미에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다름 아닌 아리랑이었다. 함께 온 부인,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족 모두가 따라 불렀다. 6.25 참전 후 한국이 가슴 속 깊이 자리 잡아서 수십 년간 안식일 만찬 때마다 가족 노래로 불러 왔단다.

행사 후 2주 정도 지나 노병의 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편이 며칠 전 세상을 떠났는데, 눈을 감기 전 “6.25 참전 메달 수여식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어쩌면 땅 속에 영영 묻혀 버릴 뻔했던 할아버지의 숭고한 업적이 다행히 손자, 손녀에게 값진 유산으로 남겨졌다.

군인에 대한 예우를 논할 때 모범적 사례로 미군의 경우가 언급되곤 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 군대는 막강하다. 과학기술과 경제력에 바탕을 둔 첨단장비를 대규모로 갖췄고, 군인 또한 군율(軍律)과 사기(士氣)로 무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게 있다. 미국 국민이 자국 군인들에게 표하는 존경과 사랑이다. 이게 가장 큰 힘이다.

이런 비유가 있다. “미국 군인들은 입대 시 수표를 한 장씩 써서 나라에 맡기는데, 수취인 난에는 ‘조국에게(to the U.S.A.)’, 액수 난에는 ‘내 모든 것, 목숨까지도(everything, even my life)’라고 적는다.” 이에 걸맞게, 제복을 입은 군인들은 기차역에서나 비행기 안에서나 국민들로부터 최고의 예우를 받는다. ‘단 한 명의 병사도 내버려두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는 원칙에 따라 지금도 한반도 어딘가에 묻혀 있을 한국전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하는 것이 미국 국민 모두의 뜻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미북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 4개항 중 하나가 전쟁포로의 즉각적인 송환을 포함해 전쟁포로와 실종자의 유해 수습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인데, 이 역시 미국 국민의 여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 현충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호국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그런데 현충일 당일 필자는 아파트 단지에서 아주 드문드문 게양된 태극기의 수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텔레비전에서는 휴일을 맞아 나들이를 떠나는 차량으로 인해 고속도로가 메워진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방산비리 같은 국방 관련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어 국민이 군을 불신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호국 영령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는 날인 현충일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군인이다. 그런데 그 군인을 지키고 사랑하고 돌보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강한 군대는 국민이 뒷받침해 줄 때에만 가능하다. 현충일이 왜 공휴일인지, 태극기 게양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한다.

대한민국 남아라면 누구나 군대에 갔다 오고, 또 자식이 군 복무를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장병들에 대한 경의 표시를 당연시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 잠시 상념에 잠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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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근 2018-06-25 09:30:58

    '은혜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짐승만도 못한 짓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잘 살게 된 데에는 호국용사들의 헌신이 있었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현충일 행사에 나가보면 현직에 있을 때는 뻔질나게 행사에 참석하시던 분들이 현직을 떠난 후에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행태를 보면서, 우리의 정치인들 또는 공무원들의 자세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여러 해 전에는 시민석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씁쓸한 기분 지울 수 없었다. 우리도 미국처럼 유니폼을 입은 분들을 존중하는 풍토를 키원 나갔으면 한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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