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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이기적 유전자의 전략적 선택김봉현/ 전 호주대사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6.26 02:19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봉현/ 16회 외무고시 합격, 전 호주대사, 국립외교원 겸임교수, 제주대학교 초빙교수

이기적이라는 말에는 나쁜 것이라는 뉴앙스가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악하게 태어났다는 성악설, 그리고 인간은 악한 원죄를 타고 태어났다는 기독교의 원죄설 등 모두 이기적 인간을 나쁜 것으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인간을 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도덕 교육과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원죄를 용서받고 구원을 얻기 위하여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그러나 철학자 아인 랜드(Ayn Rand)는 1964년 The Virtue of Selfishness라는 저서를 통하여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하여 이기적이어야 할 객관적 필요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인간의 이기성이 합리적으로 발현된다면 이는 나쁜 것이 아니다. 그는 이를 ‘합리적 이기주의’라고 불렀다.

아인 랜드는 인간의 이기성에 대하여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주장을 한데 반하여, 영국의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교수는 1976년 발간된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하여 인간은 타고나면서 이기적이라는 점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도킨스 교수도 인간의 이기성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아니 판단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적 유전자는 객관적, 과학적 실체이며 이로 인하여 인간은 생존을 유지하고 번성하며 계속 그 종을 발전시켜 왔을 뿐이다.

이기적 유전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여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를 이기적 유전자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한다. 전략적 선택을 잘하는 유전자는 번성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유전자는 소멸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떠한 전략적 선택이 가장 합리적이며 최대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어떤 유전자들은 남을 속이고 배신하고 질서를 어기는 전략적 선택을 통하여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할 수도 있다. 자신에게 당장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남을 배려하고 나아가서 남을 위하여 희생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당장 손해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된다. 결국 이기적 유전자들은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이익의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된다.

모든 유전자들이 단기적 이익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되면 그러한 유전자들이 모인 사회는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고, 냉혹하고, 파괴적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장기적 이익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되면 서로 배려하게 되고 포용하며 이해하는 사회가 된다. 어떤 철학자들은 인간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인간의 이타적, 도덕적 행위라고 가르치지만, 사실 이기적 유전자들은 가치 판단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선택할 뿐이다.

우리에게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이익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우리는 장기적 이익을 선택을 하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교육이 반드시 가치판단을 기초로 하는 도덕교육이 될 필요는 없다. 교육은 인간의 이기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것인가 하는 전략적 선택의 방법을 가르쳐 주면 된다.

왜냐하면 인간 행위의 도덕적 가치 판단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을 위하는 것이 선한 행동이라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왜 그러한 행위가 선한 것인지를 가르쳐야 하는데 선과 악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교육은 도덕기준에 대한 교육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가장 합리적이면서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에 관한 교육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남을 도와주는 것이 선한 행동이라고 가르치지 말고 남을 도와주는 전략적 선택을 통하여 내 자신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길에 떨어져 있는 휴지를 주어서 쓰레기통에 넣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휴지가 없는 깨끗한 도시에서 살게 되어 나의 기분이 좋고, 나아가서 예산과 세금을 줄일 수 있어서 자신에게 장기적인 이익이 되기 때문에 유리한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받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을 세계시민(global citizen)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의 이기적 유전자는 조금만 틈이 보이면 눈앞의 단기적 이익을 얻기 위하여 상대방을 속이고 배신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려고 한다. 우리 인류 사회가 고통의 역사로 점철되어 왔던 이유이다. 한때 세계시민정신의 본산으로 여겨져 왔던 미국과 유럽도 점차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America First’가 그렇고, 유럽이 난민들에 대하여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폐쇄정책이 그렇다. 우리들의 이기적 유전자가 단기적 이익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다시 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27일 개최된 남북한 정상회담, 그리고 6월 12일 개최된 미북한 정상회담을 보면서, 미국과 북한 모두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미국과 북한 모두 한반도와 나아가서 인류의 장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한 선택이 도덕적으로 옳기 때문이 아니라 결국 자신들에게 더 크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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